취업 남방한계선 평택인데…“반도체 인재 호남 올까요”

경기도 용인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2025년 2월에 착공해 2027년 2월 조기 완공 및 장비 반입 예정이다. 김용범 실장은 24일 호남과 더불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기존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제2클러스터가 추가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기자 “결혼 준비하면서 서울에 집을 샀는데 덜컥 먼 지방으로 가라면 큰일이죠.”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5년 차 엔지니어 A씨는 “공장이 간다고 사람까지 따라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생활 기반이 다 여기 있는데 혹시라도 강제로 보낼까 봐 겁난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 구축 구상이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인재 확보와 주민 동의, 인프라 구축이라는 ‘3대 난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사람’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취업 남방한계선은 평택, 연구개발(R&D) 남방한계선은 판교’라는 말이 공식처럼 통한다. 지방에서 아무리 파격적인 조건으로 첨단 기업을 유치하려 해도 해당 지역 아래로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대규모 인력이 정주할 수 있는 교육·의료·문화 등 주변 생활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인재를 강제 전배했다간 이직할 수 있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지역 명문대와 연계한 반도체 계약학과를 대폭 확대해 오랫동안 정주할 수 있는 ‘현지 인재 양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자체 협의와 주민 동의부터 완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기업들에는 장벽이다. 1기에 60조원 이상이 투입될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에 글로벌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이 하강 국면에 들어서면 자칫 대규모 고정비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2월 입지 선정 후 방류수 처리 문제로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빚다 약 6년이 지난 2025년 2월에야 1기 팹(Fab) 착공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도 송전망 건설 반대 민원을 해소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은 일자리와 세수 혜택을 누리지만, 송전선이 지나가거나 방류수가 배출되는 인근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은 험난하다”고 전했다. 반면에 대만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의 경우, 2021년 10월 공장 계획을 발표한 지 단 6개월 만인 2022년 4월에 첫 삽을 떴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인허가 절차와 규제를 파격적으로 지원한 덕분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일본은 건설비의 30~40%를 파격적인 보조금으로 지급했고, 출퇴근 교통 혼잡이 발생하자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까지 조정해 줄 정도로 국가가 발 벗고 나섰다”고 했다. 또 다른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은 팹 가동의 ‘생명줄’인 전력 인프라다. 한국전력공사의 4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광주·전남의 경우 전체 설비(1만7039㎿)의 44.4%(7573㎿)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요동치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쉼 없이 전력이 공급돼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는 변동 폭이 커서 한계가 뚜렷하다”며 “정부는 이를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으로 극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ESS가 비싸고 어마어마한 양이 들어 구축에만 수조원이 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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