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먼저 판 삼전·닉스 ETF, 귀국하지 않는 투자금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는 돈을 국내로 돌리겠다며 금융당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없었다. 같은 성격의 홍콩 상장 상품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늘었고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만 더 커졌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직후 19거래일(5월 27일~6월 23일) 동안 한국인 투자자가 홍콩에 상장된 SK하이닉스·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를 매수결제한 금액은 각각 1억1764만 달러와 6448만 달러였다. 한국 투자자의 홍콩 주식 매수액을 기준으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1월 같은 거래일 수(19거래일) 기준 매수결제액보다 각각 489%, 224% 증가한 수치다. 순매수액을 기준으로도 올해 1~5월 국내 투자자는 홍콩 증시에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를 3억1180만 달러(약 4788억원)어치,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를 2억1110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한국에서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예탁금도 내야 하고 일정 시간 이상 사전 교육도 받아야 하지만 홍콩 시장은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달러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국내 투자자의 수요가 여전했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에도 홍콩에 상장된 유사 상품에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계를 보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직전인 5월 26일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AUM)은 677억7800만 홍콩달러였는데, 6월 23일에는 959억3200만 홍콩달러로 41.5% 증가했다.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 역시 같은 기간 순자산이 201억6200만 홍콩달러에서 259억1800만 홍콩달러로 28.5% 늘었다. 실제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발행좌수도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6억2400만좌에서 6억9850만좌로 12.0%,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는 1억2850만좌에서 1억6550만좌로 28.8% 각각 증가했다. 발행좌수는 투자자 자금이 들어오면 늘고 나가면 감소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는 명분으로 해외 투자 수요의 국내 흡수 효과를 내세웠지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내세웠던 환율 안정 효과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하루 전보다 2.7원 오른 1541.8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를 기준으로 1540원대로 뛴 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10% 가까이 급락한 지난 23일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7개 상품의 평균 하락률은 24.6%,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7개 상품의 평균 하락률은 25.6%에 달했다. SK하이닉스(12.47%)와 삼성전자(12.31%)와 견줘 2배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한국 증시의 소폭 하락으로 시작된 움직임이 급락으로 이어졌고 외국인 투자자가 25억 달러 이상 규모의 코스피 주식을 매도했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관련 매도세가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2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말한 배경이다. 금감원은 24일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10대 증권사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긴급 소집해 위험 관리 및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 적격성 요건 강화, 예탁금 인상, 광고·마케팅 규제, 신규 상품 인가 중단 등이 후속 대책으로 거론된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7.18포인트(3.26%) 오른 8471.02에, 코스닥지수는 17.79포인트(2.00%) 상승한 909.31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가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9.36% 치솟으며 장중 97.78을 찍었고, 94.81에 마감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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