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수출 1위라더니 화장품 공장 줄폐업…K뷰티 호황의 ‘배신’

지난해 서울 시내 올리브영 매장에 진열된 화장품. 연합뉴스 한국 화장품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K뷰티 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개별 브랜드 뿐 아니라 제조자개발생산(ODM)도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래 수익을 기대하고 화장품 ODM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고 있지만, 정작 수주는 대형 ODM 기업 중심으로 쏠리면서 후발주자 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3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의 전체 매출 규모는 27조4806억원이다. 전년(23조7447억원) 대비 15.8% 늘어난 수치로, 같은 기간 바이오헬스산업군의 전체 매출 증가율(8.8%)을 크게 웃돌았다. 실적을 떠받친 건 일부 대형 K뷰티 ODM 기업이다. 지난해 업계 매출 1~4위였던 한국콜마·코스맥스·코스메카코리아·씨앤씨인터내셔널의 연결기준 매출 합계는 6조50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 수가 4158개(지난해 기준)인데,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이 대형 ODM 4곳에서 나온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화장품 제조업체 수도 2022년 4548곳에서 2023년 4567개로 증가한 이후 2년 연속 줄어들었다. 반면 최근 3년간 신규 허가를 받아 K뷰티 ODM 사업을 시작한 업체는 325개→ 327개→ 367개로 꾸준히 늘었다. 새로 생긴 ODM 업체보다 훨씬 더 많은 제조업체들이 문을 닫은 셈이다. 신규 진입이 계속되는 건 부진한 내수 시장과 달리 K뷰티를 찾는 해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 달러(약 17조1000억원, 1달러=1500원 기준)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올해에도 1~5월 기준 누적 수출액이 56억 달러를 돌파해 5대 주요 소비재(농수산식품·화장품·패션의류·생활용품·의약품) 중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배경으로 뷰티 ODM 기업을 언급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콜마에 대해 “특정 고객사의 주문 증가가 아닌 전반적인 고객사 수출 확대와 SKU(입점 품목 수)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고객사의 수출 확대에 힘입어 2분기에도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경기도 부천시 소재 화장품 및 식품용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인 신광엠피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극소수의 ‘ODM 공룡’을 제외한 후발주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예를 들어 문구 기업 모나미는 본업 경쟁력이 약화하자 K뷰티 성장 흐름에 탑승해 2023년 화장품 자회사인 모나미 코스메틱을 설립했다. 모나미 코스메틱은 색조 화장품 중심의 ODM 기업이지만,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매출 39억원에 당기순손실 48억원을 기록해 적자 폭이 늘었다. 지난해부터 뷰티 ODM 사업에 뛰어든 선진뷰티사이언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후발주자로 나선 기업의 경우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화장품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신규 뷰티 ODM 기업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설비를 갖췄더라도 뷰티 브랜드(고객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맡길 때에는 인지도가 쌓인 기존 대기업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특성을 인지하고 마케팅 등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 기존 뷰티 ODM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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