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자본 가뭄 속 K바이오
![[여명] 자본 가뭄 속 K바이오](https://imgnews.pstatic.net/image/011/2026/07/01/0004636732_001_20260701063708545.jpg?type=w800)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 USA 2026’이 최근 폐막했다. 올해 행사는 예전과 달리 국내 기업 350곳이 참가하고 77개 전시 부스가 마련돼 한국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특히 메인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바이오 산업을 주제로 한 공식 세션(코리아 라이징)이 처음으로 마련될 정도로 한국 바이오·제약 기업들은 글로벌 플레이어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한국 바이오 산업의 위상 강화는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기대감이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생물보안법 제정을 통해 바이오 산업의 탈중국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앞다퉈 생산능력 확장을 추진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송도 제1캠퍼스 내 공장을 예정보다 6개월이나 앞당겨 사용승인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조만간 송도 제2캠퍼스 내의 6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연내 송도 제3캠퍼스 조성을 위한 착공에도 돌입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24년 인수한 독일의 IDT바이오로지카 역시 인수합병(M&A)이나 생산능력 확대 등을 놓고 조율 중이다. 페데리코 폴라노 IDT바이오로지카 최고사업책임자(CCO)는 SK바이오사이언스 편입 이후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급증했다며 K바이오 후광 효과를 인정했을 정도다.반면 CDMO를 제외한 바이오 기업의 상황은 여전히 척박하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규모가 지난해 21조 원을 넘어서는 등 표면적으로 K바이오는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초기 기술을 알아본 글로벌 빅파마들이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초기 단계의 후보 물질을 헐값에 매입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 물질을 찾아도 임상 2상·3상까지 추진할 자본력이 없다 보니 글로벌 기업에 싼값에 넘겨주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 흐름도 좋을 리 만무하다. 바이오 주요 종목들은 올해 3월 말 고점을 찍은 뒤 6월까지 30~35% 가까이 폭락했다. 시장의 돈이 모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주로 쏠리는 사이 ‘자본 가뭄’에 직면한 K바이오의 체력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훈 에이비엘 대표가 현지 코리아 라이징 행사에서 “한국은 초기 단계 혁신 기술은 많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이를 뒷받침할 재정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도 K바이오 기업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 마중물을 부어야 할 때다. 반도체 생산에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고 인프라 지원을 약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이오와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시급하다. 신약 개발이 막대한 자본의 벽에 막혀 초기 단계에 헐값에 기술수출되는 구조를 바꿔야 할 때다. 미국의 경우 바이오 경제의 규모가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어설 정도라고 한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에 바이오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파급력이 높다고 판단해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바이오 산업 비중을 더 체계적으로 측정하도록 지시하는 등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한국도 미래 성장 산업으로 통하는 바이오에 대한 집중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인 만큼 정책 집행에 세심함이 절실하다. 가령 리가켐바이오는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000억 원의 직접투자를 받아 임상 3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임상 3상 특화 펀드는 정부가 900억 원의 출자를 확정 지은 후 민간자금 600억 원을 합해 전체 1500억 원 규모로 운용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제야 펀드 운용을 담당할 위탁운용사 공고를 마쳤다. 정부가 신약 개발의 긴 여정을 지원할 불쏘시개를 제때 넣지 않으면 씨는 뿌렸음에도 수확은 글로벌 빅파마가 다 가져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초과 세수의 일정 부분이라도 바이오 업계로 흘러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 미국 정부의 바이오 분야 탈중국 공급망 재편 흐름에 올라탈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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