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주범' 삼전·닉스 2배…그때 그랬더라면 [B급기자의 B급리포트...

환율 방어 명분, 단일종목 레버리지 론칭홍콩 레버리지로 향한 돈 5500억원 불과시총 10위권까지 선택지 넓혔더라면홍콩은 자국 주식으로 2배 상품 못 만들어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이 나온지 1개월이 지났습니다. 극심하게 출렁이는 증시의 진원지로 단일종목 2배 상품이 지목되고 있는데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탄식했을 정도입니다. 공포지수인 VKOSPI는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야심차게 도입됐던 상품이 어쩌다 증시 변동성의 주범으로 전락했는지 짚어봅니다. ▲ 삼전·닉스 2배가 시장을 흔드는 구조레버리지 상품은 일간 수익률의 2배를 보장하기 위해 특유의 운용 방식을 취합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본주를 더 사고, 주가가 내릴 때는 본주를 더 팔아야만 하죠. 일일 리밸런싱이라고 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살펴보겠습니다.[초기] 투자자 원금(순자산): 1만원 / 운용사가 빌려온 돈: 1만원 / 총투자금: 2만원(원금의 2배)[첫날 10% 하락] 주가가 10% 내리면 총투자금은 2만원에서 10% 줄어든 1.8만원이 됩니다. 빚은 1만원 그대로입니다. 순자산은 0.8만원으로 쪼그라듭니다. 2배를 맞추려면 순자산(0.8만원)의 2배인 1.6만원만 주식을 들고 있어야 하죠. 일일 리밸런싱이 들어갑니다. 현재 총 투자금이 1.8만원이니까 차액인 0.2만원어치를 내다 팝니다. 이렇게 판 0.2만원으로 빚을 갚아 부채를 0.8만원으로 줄입니다. 주가가 떨어져서 시장이 안 좋은데 주식을 더 팔아치우면서 하방 압력을 가중시킵니다.[다음날 10% 상승] 총투자금 1.6만원이 10% 올라 1.76만원이 됩니다. 전날 리밸런싱 후 남은 순자산이 0.8만원이었죠. 빚은 그대로 0.8만원이니까 현재 순자산은 0.96만원이 됩니다. 2배를 맞추려면 순자산(0.96만원)의 2배인 1.92만원을 들고 있어야 합니다. 일일 리밸런싱이 들어갑니다. 현재 총투자금이 1.76만원이니까 차액인 0.16만원어치 주식을 사들여야 합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운용사가 빚을 내서 주식을 사들이며 상승폭을 키웁니다. 홍콩 CSOP가 지난해 10월 상장한 SK하이닉스 2배 상품과 삼성전자 2배 상품은 상장 8개월만에 한화 11조원 규모로 불어났습니다. 테슬라 2배(TSLL)를 넘어 글로벌 최대 규모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된 거죠. ▲ '환율 방어' 명분이었는데… 빗나간 예측애초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 증시에 들어온 건 '환율 방어'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홍콩 CSOP자산운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상품을 홍콩 증시에 상장시켰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열풍을 타고 CSOP의 SK하이닉스 2배 상품은 8개월만에 테슬라 2배 상품(TSLL)을 제치고 글로벌 단일종목 레버리지 1위에 올라섰습니다. 삼성전자 2배까지 합치면 순자산 규모가 70억 달러(약 11조원)에 육박했습니다.국내 주식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 자산으로한 레버리지 상품이 홍콩에서 인기를 끌자 외환 이탈을 우려해 국내 증시에도 비슷한 상품을 내놨습니다. 결과적으로 환율 방어는 실패했습니다. 5월 하순 1500원 선이었던 환율은 현재 1550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죠. 애초부터 환율을 크게 자극할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의 순자산 규모는 5월 중순 11조원 수준이었습니다. 이게 다 한국인 투자자 돈이었다면 환율에 큰 영향을 줬겠죠. 문제는 국내 투자자의 △CSOP SK하이닉스 2배 잔고는 2억 5837만 달러 △CSOP 삼성전자 2배 잔고는 1억 2658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5월 26일 기준). 환율 150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약 5500억원 수준입니다. 환율을 자극할만큼 국내에서 빠져나간 돈이 많지 않았던 겁니다.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의 순자산은 5월 기준 11조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돈이 모두 한국인 돈이었다면 외화 유출에 따른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겠지만, 이 중 한국인들이 보유한 규모는 5500억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는 규모죠. ▲ 상품 선택지가 더 많았더라면결국 환율은 잡지 못한채 시장 변동성만 키우게 된 상황입니다. 되돌이켜보면 '어떤 종목을 레버리지 상품으로 만들거냐'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금융당국은 처음 선보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초우량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만 종목을 제한했습니다. 당시 8개 자산운용사에게 4개 선택지(레버리지 2종·곱버스 2종) 중 2개씩 고르도록 했습니다. 대부분이 레버리지를 골랐고 삼성전자 레버리지 7종, SK하이닉스 레버리지 7종이 쏟아졌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일찌감치 팔고 아쉬움이 극에 달해 있던 시점에서 대형 반도체주 2배 상품이 쏟아지다 보니 쏠림 현상은 극대화됐습니다.미국은 시총 1위 엔비디아라고 해도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수준이라 레버리지가 시장 전체를 흔들기 어렵습니다. 반면 국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200에서 60%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거대한 두 종목에 레버리지 자금이 몰리니 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해외에서는 한국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이미 선보이고 있습니다. 막을 수 없는 흐름이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면 처음부터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시총 상위 종목·업종 대표 종목으로 선택지를 넓혀서 운용사에게 배분했다면 어땠을까요. 자산운용사간 과당경쟁도 막고, 초대형 반도체주의 변동성은 지금보다는 줄었을 가능성이 높겠죠. 국내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종목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만 제한했습니다. 그 결과 같은날 각각 7종씩 레버리지 상품이 쏟아졌습니다. 치열한 마케팅 경쟁 속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죠. ▲ 홍콩처럼 '자국 종목 2배' 막았더라면해외 사례도 꼼꼼히 벤치마킹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콩은 한국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더 일찍 허가해줬습니다. 하지만 중화권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2배 상품은 아직 허가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국 증시 안정이 이유죠. 홍콩 자산운용사가 홍콩 종목이 아닌 미국, 한국 등 해외 종목으로만 2배 상품을 내놓는 이유입니다. 국내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처음 나오게 된 상황이라 부담이 컸을 겁니다. 홍콩처럼 국내 종목으로 2배 상품을 만들기 전에 해외 종목을 2배 상품으로 먼저 만들어봤다면 어땠을까요. 국내 증시에 영향이 가지 않는 것은 물론, 레버리지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를 체크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야심차게 등장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지만 예상보다 강한 인기를 끌면서 변동성의 진원지이자 골칫덩이로 전락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꼬인 실타래를 풀 묘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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