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WTI보다 싸진 두바이유

중동 의존 높은 국내엔 호재지만 에너지 다변화 흐지부지 우려도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10년 만에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을 밑도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2010년대 미국의 ‘셰일 혁명’ 이후 WTI는 줄곧 두바이유 대비 저렴한 가격을 유지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을 계기로 세계 각국의 WTI 도입 수요가 급등하며 가격이 치솟았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 기대감에 두바이유 가격이 내림세를 이어가며 두 유종의 가격이 역전된 것이다. 2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71.77달러로 WTI(73.21달러) 대비 약 2달러 저렴하게 거래됐다. 중동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27일까지 두바이유는 배럴당 71.24달러로 WTI(67.02달러)보다 4달러 이상 비쌌다. 전쟁 발발 이후 두바이유는 134.40달러까지 치솟으며 WTI 가격을 40달러가량 웃돌기도 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본격화하며 가격 추이는 달라졌다. 종전 협상이 최종 단계에 돌입한 이달 12일 두바이유는 83.18달러로 WTI(84.88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이후 역전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10년간 이어진 두 유종의 가격 추세를 뒤바꾼 건 원유 수급 환경의 급격한 변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수급길이 막히자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일제히 미국산 WTI 등으로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섰다. 여기에 미국 내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과 맞물리며 WTI 수요는 더욱 급증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개방과 동시에 두바이유가 WTI보다 10년 새 가장 크게 떨어졌다”며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중동산 원유 도입 축소 등이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두바이유 가격 하락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업계의 원가 부담을 낮춘다. 석유류를 필두로 전체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현재 고유가 피해 완화를 위해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을 인하해 물가 부담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주유소 판매가격은 석유 최고가격(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에 맞춰 ℓ당 200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유가 하락과 동시에 실질 도입 비용도 주시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두바이유가 70달러대라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붙는 프리미엄이 20달러 수준”이라며 “종전보다 국제 가격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인 셈”이라고 말했다.중동산 ‘싼 에너지’가 원유 다변화 기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유가가 내려가면 자원 안보에 돈을 왜 쓰냐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 고질적 병폐”라며 “단기적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 시계에서 대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