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커머스 성지로…놀라워라 ‘틱톡’ [스페셜리포트]
![어느새 커머스 성지로…놀라워라 ‘틱톡’ [스페셜리포트]](https://imgnews.pstatic.net/image/024/2026/07/01/0000106596_001_20260701210115285.jpg?type=w800)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틱톡은 그냥 ‘춤추고 노는 앱’이었다. 10대들이 짧은 영상에 맞춰 춤추고, 입을 뻥긋대고, 따라 하기 챌린지를 올리는 곳. 어른들은 “저게 뭐가 재밌나” 했고, 기업들은 “광고나 좀 걸어볼까” 하는 정도로 봤다.그런데 지난해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 무명 한국 화장품 회사가 이 앱에서 인생역전을 했다. 더마 브랜드 ‘닥터멜락신’을 만드는 브랜드501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누적 적자 30억원에 자본잠식을 걱정하던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336억원을 찍었다. 1년 전(8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뛴 숫자다. 무대는 다름 아닌 미국 틱톡숍이었다.이런 사례는 닥터멜락신 하나가 아니다. 에이피알, 메디큐브, 조선미녀, 달바 같은 K뷰티 브랜드부터 캐나다 화장품, 미국 생활용품까지 전 세계 브랜드가 틱톡숍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숏폼 영상 플랫폼이 어떻게 글로벌 커머스의 한 축으로 진화했는지, 그 구조를 뜯어봤다 틱톡 영상을 보던 이용자들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다른 사이트로 이동할 필요 없이 틱톡숍 내에서 구매, 결제까지 가능하다. (틱톡 제공)2023년 틱톡숍 첫선플랫폼서 커머스 괴물로틱톡 출발점은 숏폼이었다.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2017년 출시한 틱톡은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으로 유행을 만드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이었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2022년에는 전 세계 합산 40억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그해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에 올랐다.다만 그 시절 틱톡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였다. 제품을 ‘발견하게’ 만드는 데 그쳤다. 소비자는 틱톡에서 멋진 제품 영상을 보고도, 실제 결제는 아마존이나 쇼피, 라자다 같은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건너가서 했다. 틱톡은 손님을 데려오기만 하고, 정작 계산대는 남의 가게에 있었던 셈이다.판을 바꾼 건 2023년 정식 출시된 틱톡숍이다. 이제 소비자는 물건을 사려고 틱톡을 떠나지 않는다. 피드나 라이브 영상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영상 하단 장바구니 버튼을 눌러 곧바로 산다. 손님을 데려오던 가게가, 계산대까지 자기 안에 들여놓은 것이다.이 변화가 왜 결정적인지는 우리가 평소 어떻게 물건을 사는지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된다. 예를 들어 세제가 떨어졌다 치자. 그러면 아마존, 쿠팡, 네이버와 같은 커머스 플랫폼에 들어가 ‘세탁세제’를 검색하고, 리뷰를 좀 보고 산다. 이걸 ‘목적형 쇼핑’이라고 부른다.틱톡숍은 정반대다. 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사게 된다. 영상을 멍하니 넘겨보다가, 누군가 각질 앰플을 바르니 피부가 환해지는 장면이 나온다. “어, 저거 뭐지?” 하는 순간 영상 밑에 구매 태그가 붙어 있다. 누르면 바로 결제 창. 30초 만에 주문이 끝난다. 틱톡은 이걸 ‘발견 기반 이커머스(발견형 커머스)’라고 부른다. 소비자는 구매를 염두에 두고 접속하지 않는다. 영상을 보다 비의도적으로 콘텐츠를 접하고, 필요하다 느끼면 산다. 검색창에 제품명을 넣고 비교한 뒤 사는 기존 이커머스와 정반대로, 콘텐츠가 먼저 수요를 만든다.틱톡숍 구조를 이해하려면 경제·마케팅의 두 개념을 짚고 가는 게 좋다. ‘퍼널’과 ‘플라이휠’이다.먼저 퍼널(Funnel). 우리말로 ‘깔때기’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소비자의 구매 과정을 깔때기 모양으로 봤다. 위에서 많은 사람에게 브랜드를 알리면(인지), 그중 일부가 관심을 갖고(고려), 그보다 더 적은 수가 실제로 산다(구매). 위는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진다. 경제학에서 이런 구조는 ‘단계마다 사람이 새는’ 모델이다. 한 단계 넘어갈 때마다 이탈자가 생기니, 기업은 더 많은 광고비를 위에 부어 깔때기 입구를 넓히거나, 단계별로 한 명이라도 덜 새게 막는 데 마케팅 자원을 쏟았다. 비용을 들이붓는 만큼 매출이 나오는, 일종의 ‘투입 대비 산출’ 게임이다.반면 플라이휠(Flywheel)은 ‘관성으로 돌아가는 무거운 바퀴’를 뜻한다. 처음 돌릴 땐 힘이 많이 들지만, 한 번 속도가 붙으면 작은 힘으로도 계속 돌아간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확체증(收穫遞增)’과 닿아 있는 개념이다. 보통의 생산은 투입을 늘릴수록 추가 산출이 줄어드는 ‘수확체감’을 따르지만,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거꾸로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이 더 좋아지는 구간이 생긴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콘텐츠가 늘고, 콘텐츠가 늘면 또 사용자가 모이는 식이다. 한 번 잘 돌려놓으면 바퀴가 스스로 가속한다.틱톡숍은 깔때기보다 이 플라이휠 구조에 가깝다. 브랜드와 소비자, 크리에이터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한 덩어리로 맞물려 돈다. 콘텐츠가 관심을 만들고, 관심이 구매로 이어지고, 구매가 다시 콘텐츠를 낳는다. 한 사람이 사면 후기 영상을 올린다. 라이브에서 또 소개된다. 다른 크리에이터가 그걸 보고 자기도 영상을 만든다. 그렇게 쌓인 콘텐츠가 또 다른 사람의 ‘발견’을 만든다. 깔때기 마케팅이 ‘돈을 부어 흘려보내는’ 구조라면, 플라이휠은 ‘한 번 돌려 관성을 만드는’ 구조인 셈이다.이 바퀴가 도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틱톡보고삼(#TikTokMadeMeBuyIt)’ 해시태그다. “틱톡 보고 샀다”는 후기를 다는 태그인데, 이게 달린 게시물이 2024년 800만개에서 올 6월 현재 3600만개를 넘었다. 2년도 안 돼 4배 넘게 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광고를 만들어 붙이고 있다는 뜻이다.여기에 더해 입점 문턱을 확 낮추니 전 세계 브랜드가 입점하기 시작했다.원래 미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현지 법인을 세우고, 창고를 빌리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틱톡은 ‘크로스보더 솔루션’을 만들어 한국 법인만으로도 미국과 동남아 틱톡숍에 바로 입점할 수 있게 했다. 지금은 미국,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6개국에 이 방식으로 들어갈 수 있다. 판매를 받쳐주는 인프라도 깔았다. 앱 안에 상품을 모아 보여주는 ‘숍 탭’, 판매자 대신 보관·포장·배송을 처리하는 물류 솔루션 ‘풀필드 바이 틱톡’이 대표적이다. 셀러는 영상만 잘 만들면 되고, 골치 아픈 창고·배송은 틱톡이 떠맡는 구조다. 이런 무기들을 앞세워 틱톡숍은 동남아를 넘어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확장했고, 현재 16개국에서 운영되는 커머스 플랫폼으로 커졌다.어떤 알고리즘이길래‘내 취향 가게’를 차려주다이런 급성장 이면에는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 ‘For You 피드’가 있다.틱톡을 켜면 처음 뜨는 화면이다. 내가 어떤 영상을 오래 봤고, 뭘 좋아요 눌렀고, 어디서 멈췄는지를 학습해 취향에 맞는 영상을 끊임없이 골라준다. 이용자 68%가 “추천 피드가 내 취향과 맞다”고 답할 정도다.여기서 틱톡의 차별점이 나온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내가 팔로우한 사람’ 콘텐츠를 먼저 보여준다. 반면 틱톡은 내가 팔로우하지 않은 사람의 영상이라도, 인기만 있으면 내 화면에 띄운다. 무명 크리에이터의 영상도 반응이 좋으면 순식간에 수백만명에게 퍼진다.이게 브랜드 입장에서 왜 중요할까. 기존 광고는 일단 많은 사람에게 뿌리고 그중 관심 있는 사람이 걸리길 기다리는 ‘그물 던지기’였다. 그런데 틱톡 알고리즘은 처음부터 ‘이 제품에 관심 가질 만한 사람’에게 영상을 꽤 정밀하게 배달한다. 실제로 틱톡 이용자 10명 중 7명이 “틱톡에서 새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됐다”고 답한다. 가게 주인이 발품 팔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알아서 손님을 데려다주는 셈이다.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는 “과거에는 올리브영·세포라·얼타뷰티 같은 거대 유통망에 먼저 진입한 브랜드가 소비자 접점을 얻었다”며 “틱톡숍에서는 유통력이 약한 브랜드라도 콘텐츠가 강하면 소비자 눈에 먼저 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목 좋은 자리’를 돈으로 사던 게임에서, ‘재밌는 영상’으로 자리를 따내는 게임으로 바뀐 것이다. 손익규 틱톡코리아 이사가 지난 6월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한라홀에서 열린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2026’에서 강연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틱톡숍 주축은 ‘어필리에이트’영상 만들어 판매로이 거대한 가게에서 실제로 물건을 파는 사람은 누구일까. 브랜드 자신이 아니다. ‘어필리에이트’다. 어필리에이트란 제품 영상을 만들어 판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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