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쇼크에 항공업계 흔들…항공료 급등·실적 타격 불가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의 에너지 가격 급등이 항공권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상승 폭이 올해 여행 수요 유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12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캐세이퍼시픽은 오는 18일부터 항공권 유류 할증료를 약 두 배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 초에는 호주 콴타스항공이 비용 증가를 반영해 항공권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고 북유럽 항공사인 SAS는 "이례적으로 빠르고 큰 폭의" 항공유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 에어뉴질랜드는 "연료 시장과 운영 여건이 안정될 때까지" 재무 전망을 철회한다고 밝히며 1차적으로 가격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에어뉴질랜드는 "분쟁으로 인해 연료 가격이 높은 수준에 유지될 경우 추가 가격 조치와 함께 필요에 따라 노선 및 운항 일정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이란 사태로 주요 항공사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한편 심각성은 연료 가격이 얼마나 오래 높은 수준에 유지되는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UBS의 아툴 마헤스와리와 토머스 웨데위츠 항공업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현시점에서 1분기 주당순이익(EPS)에 타격이 발생하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밝혔다.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연료 가격 급등으로 항공권 가격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여행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 항공사들의 가격 결정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이 또한 전쟁의 지속 기간에 달려 있다.항공유는 인건비 다음으로 크며 항공사에 따라 전체 비용의 20% 이상을 차지한다.유나이티드는 지난해 평균 갤런당 2.44달러에 총 114억달러를 연료비로 지출했다. 전날 기준 미국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3.78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제프리스의 쉴라 카야오글루 항공업 애널리스트는 "유가 급등이 항공사 재무 상황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향후 30~90일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주요 항공사인 델타와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엄 수요 덕분에 다른 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휘발유 가격 상승은 특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여행 수요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중동 사태로 국제유가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며 항공유 가격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일부 지역에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S&P글로벌의 가격 평가기관 플랫츠에 따르면 미국 항공유 가격은 대이란 공격 이전 대비 지난주 고점 기준 60% 이상 상승했다. 항공유 가격은 원유뿐 아니라 정제 비용, 유전에서 정유소, 항공기 연료 탱크까지 운송하는 비용까지 반영돼서 원유보다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시장정보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대이란 공습 전날인 지난달 27일 기준 뉴욕, 휴스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평균 가격 기준 보잉 737-800 한 대의 연료 탱크를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만7000달러였다. 그러나 지난 5일에는 2만7000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과거 연료 가격 급등 이후 항공사들은 수하물 요금을 새로 부과하거나 인상하기도 했다. 항공사들은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서 연간 최대 수백만달러의 연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유나이티드는 지난 2018년 기내 잡지 종이를 가벼운 재질로 바꿨고 아메리칸항공은 2014년 승무원용 매뉴얼을 디지털로 전환해 연간 약 65만달러의 연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다만 연료 가격 상승이 항상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행 수요와 운항 규모 역시 중요한 변수다. 항공사들이 항공권 가격을 올렸는데 수요가 감소하면 노선 운항 횟수를 줄이거나 더 심한 경우 전체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수 있다. 중동 노선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영공 폐쇄와 잦은 운항 중단으로 인해 공급이 크게 제약된 상태다. 항공데이터 업체 시리엄에 따르면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지역을 오가는 항공편 4만6000편 이상이 취소됐다. 유나이티드의 커비는 이러한 제약이 운임 상승을 부추기고 동시에 대체 노선을 찾는 승객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영공 폐쇄로 항공사들은 더 길고 많은 연료를 소모하는 우회 노선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 핀에어는 헬싱키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여행 수요 증가로 평균 운임이 약 15% 상승했다고 밝혔다. 핀에어는 "항공사들이 통상 구매하는 연료의 일부를 헤지하기 때문에 연료 가격 상승 영향은 일정 시차를 두고 시장 운임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커비는 전쟁이 지속되고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1분기뿐 아니라 2분기 실적에도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동 지역의 대규모 항공편 취소와 영공 폐쇄로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UBS는 "연초 항공사들의 수요 전망이 낙관적이었던 만큼 운임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에 우호적인 환경"이라며 "항공유 가격이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유지될 경우 비수기 운항 규모가 줄어들어 단위 매출을 지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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