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신화' 성기학 회장, '3조원대 계열사 누락' 진짜 몰랐나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공정위, 82개 계열사 누락해 대기업 지정 피해…검찰 고발대기업 규제 회피한 뒤 편법 대물림 위해 승계자금 마련 의혹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을 82개 계열사 은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노스페이스란 브랜드를 통해 'K아웃도어 신화'를 일군 주인공이자 국내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계 1위를 지켜온 영원무역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을 계열사 은닉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공정위는 단순 실수가 아닌 경영권 승계와 오너 일가 사익 편취를 위한 결정으로 의심하고 있다.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성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성 회장은 2021~23년 본인과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82개사를 계열사 명단에서 고의로 누락해 그룹 자산 규모를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누락 회사의 자산 합계액은 3조24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가 적발한 동일인의 지정자료 허위제출 사례 중 역대 최장기간이자 최대 규모 사건이다.성 회장은 계열사 누락 행위를 통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영원무역그룹의 대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그룹 전체 자산이 5조원을 넘어서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이 경우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가 엄격히 금지되고,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공시 의무가 생긴다.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성 회장이 친인척은 물론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솜톰과 푸드웰 등의 신고를 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성 회장은 1974년 창업 이래 그룹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계열회사 범위에 대해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계열회사를 누락한 행위는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시선은 계열사 누락의 배경에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성 회장의 둘째 딸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승계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성 부회장은 2023년 부친으로부터 비상장사 YMSA의 지분 50.01%를 증여받으며 사실상 2세 승계를 완료했다. YMSA는 그룹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3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YMSA→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문제는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부당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성 부회장은 약 850억원 규모의 증여세 납부를 위해 YMSA로부터 거액을 대여했다. YMSA는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구 만촌동 본사 빌딩을 그룹 계열사인 영원무역에 600억원대에 매각했다. 오너 일가의 승계에 계열사 자금이 동원된 셈이다. 영원무역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고 있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행위라는 평가다. 영원무역 오너 일가가 승계를 위해 규제 사각지대를 인위로 조성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공정위 관계자는 "영원무역그룹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함으로써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 공시 의무 규정 등 규제 적용을 일절 받지 않게 됐다"며 "이로 인해 2023년에 이뤄진 성 부회장에 대한 YMSA 지분 증여 등 경영 승계 과정도 공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이뿐만이 아니다. 오너 일가가 규제망 밖에서 부당이익을 편취한 정황도 드러났다. 성 회장의 삼녀인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사장은 자신의 개인회사 제품을 영원무역이 운영하는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판매하도록 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성래은 부회장과 성가은 사장이 각각 지배하는 래이앤코와 피오컨텐츠 등 오너 일가 개인회사가 그룹 계열사들과 지속적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해온 사실도 파악됐다.영원무역은 공정위가 2022년까지 핵심 자료만 요청해 제출이 소홀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자산 규모가 5조원 미만으로 추정되는 기업집단에는 자료 제출 부담을 덜기 위해 '간소화 제출'을 적용한다.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를 먼저 제출받아 자산 규모를 가늠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식이다.공정위 관계자는 "영원무역그룹은 10년 이상 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스캇노스아시아·YMSA 등 주력 5개 회사만 소속회사 현황에 포함해 자료를 제출해 왔다"며 "간소화 제출은 업무 부담 경감 목적일 뿐 제출 의무와 허위 제출 책임은 일반 지정자료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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