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실체 간극 극복 못하고 '황제주' 반납한 삼천당제약

계약 상대방 '비공개' 많아…공시액과 발표액 차이도연구개발비 25% 줄고 연구인력 35명…임상·계약 잇따른 것과 대비한국ESG기준원 3년 연속 최하위…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도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1위로 뛰어오르며 이른바 '황제주'로 주목받은 삼천당제약이 하루 만에 풀썩 주저앉았다. 삼천당제약 주가는 지난달 31일, 전날 대비 무려 29.98% 내린 82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경구용 인슐린 임상 시험계획서 제출과 글로벌 세마글루타이드 복제약(제네릭) 계약이 잇따르며 부풀려진 기대감이 일순간 사그라든 것이다. 바이오 기술주 특유의 어지러운 등락인지 일시적인 숨고르기인지를 두고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1일 바이오 업계와 투자시장 등에 따르면 1943년 설립된 삼천당제약의 매출 61%는 안과용제에서 발생한다. 이 회사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4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CD411(비젠프리)'을 개발하면서부터다. 10여 년의 시간을 쏟아부은 끝에 한국·캐나다·유럽·일본 등지에서 품목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캐나다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단일 품목 매출 97억 원을 기록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삼천당제약은 올 들어 연이어 호재성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1월에는 일본 판매용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공동개발 및 상업화 파트너십 계약 체결을 알렸고, 2월에는 경구용 당뇨 치료제 리벨서스 제네릭과 경구용 비만 치료제 위고비 오럴 제네릭(세마글루타이드)에 관해 영국 등 유럽 11개 국가 독점 라이선스 및 상업화 계약을 공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리벨서스 제네릭과 위고비 오럴 제네릭 미국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삼천당제약이 유럽에서 경구용 인슐린 임상 1·2상 시험 계획 승인을 신청한 것에 특히 강렬하게 반응했다. 경구용 인슐린이 현실화할 경우 기존 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은 계약의 실체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삼천당제약은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 등 주요 바이오텍들이 보여준 것과는 다르게 라이선스 계약 상대 기업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신약 및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주요 바이오텍들은 글로벌 빅파마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 계약 상대 기업을 공개하는 게 보통이다. 계약 상대의 확고한 시장 지위 자체가 신뢰를 담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삼천당제약의 계약 관련 정보가 투자 정보로서의 가치를 온전히 획득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계약 금액의 간극도 눈에 띈다. 유럽 계약의 경우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총계약 규모를 약 5조3000억원으로 발표했지만 전자공시에 명시된 계약금과 마일스톤은 약 508억원이다. 회사 측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계약서에 계약기간 10년 동안의 연도별 판매 수량·가격·총매출이 명확히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계약금과 마일스톤 합산액을 기준으로 하고 상업화 이후 로열티는 별도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 기준으로 보면 발표 금액과 공시 금액이 100배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계약 구조를 둘러싼 의구심도 고개를 든다. 미국·일본 계약 모두 파트너사가 지는 리스크는 크지 않은 구조다. 미국 계약의 경우 파트너사는 상업화가 상업적 또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해질 경우 90일 전 사전 통보만으로 해지할 수 있다. 일본 계약 역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BE Study) 결과 및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허가 진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파트너사가 18개월 내 해지할 수 있다. 일본·유럽·미국 세 건의 계약 공시에는 모두 "수익 인식은 조건부로써 미실현 가능성도 있다"는 단서가 명시됐다. 계약이 체결됐다고 해서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삼천당제약의 펀더멘털이 수십조원대 시총을 뒷받침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318억원, 영업이익은 85억원이다. 임상이 실패하거나 상업화가 지연될 경우 이 숫자가 현재 주가를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개발비도 사업보고서 기준 지난해 156억원으로 전년(208억원) 대비 25% 줄었다. 올해 경구용 인슐린 임상 신청과 글로벌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계약이 잇따른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연구 인력도 35명에 불과하다.삼천당제약은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3년 연속 최하위 D등급을 받았다. 내부통제·회계투명성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삼천당제약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지난 2월 6일 영업실적 등에 대한 보도자료만 배포하고 공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23일까지 최종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지난달 24일 보유 중인 보통주 26만5700주(약 2500억원)를 시간 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증여세 납부 목적이라는 설명이지만 시장에서는 오버행 우려도 제기된다. 코스닥 시총 1위였던 종목임에도 증권사 리포트는 찾기 어렵다. 최근 1년간 보고서를 낸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며 목표주가도 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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