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으면 팔리던 시대 끝”...씨티케이가 본 다음 물결 [글로벌 K뷰...

“모두가 K뷰티의 호황을 말하는 지금이야말로, 지금 얼마나 잘나가고 있는가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엄인영 씨티케이 이사는 지난 6월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2026’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엄 이사는 ‘K뷰티 통합 사이클 플랫폼 전략’을 주제로, K뷰티가 단순 판매와 바이럴을 넘어 브랜드 세계관과 현지화, 제품 신뢰성을 갖춘 ‘세컨드 웨이브’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가 먼저 짚은 것은 성장률 둔화다. 한국 화장품의 미국 수출액은 계속 늘고 있지만, 증가율은 꺾였다. 엄 이사에 따르면 2024년 56%까지 치솟았던 증가율은 지난해 16%로 낮아졌다. 그는 “매출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잘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오르는 속도는 확연히 주춤하기 시작했다”며 “그냥 내놓기만 하면 팔리던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글로벌 K뷰티 콘퍼런스 2026’에서 엄인영 씨티케이 이사가 ‘K뷰티 통합 사이클 플랫폼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매경이코노미)10년 전 중국 시장의 교훈…호기심에서 신뢰로 바뀐 소비자엄 이사는 현재 미국 시장을 10년 전 중국 시장과 비교했다. 당시 국내 로드숍 브랜드는 중국 관광객 수요에 힘입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사드와 한한령 등 정치·외교 변수가 생기자 2017년부터 시장은 흔들렸다. 관광객이 끊기자 로드숍 성장 모델도 함께 무너졌다.엄 이사는 “잘될 때 당장 거둬들이는 수익에만 의존한 채 안정적으로 이어갈 다양한 채널 확장과 수익 전략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감지된다고 봤다. 유사한 제품과 비슷한 온라인 마케팅이 반복되고, 한국에서 팔리던 제품을 그대로 유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소비자 눈높이도 달라졌다. 초기 K뷰티는 귀여운 패키지, 재미있는 제형, 가성비, 빠른 트렌드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 소비자는 실제 효과가 느껴지고, 고도화된 연구개발로 과학적 신뢰를 줄 수 있는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엄 이사는 이를 “호기심을 부여하는 시대에서 신뢰를 선택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현지 플레이어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독일 기반 브랜드 ‘예쁘다’, 아마존에서 K뷰티 검색 상위에 오르는 ‘서울수티컬스’, 프랑스 가르니에의 라이스 성분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국식 수분 케어, 인삼, 달팽이 점액, 라이스 성분 등 K뷰티 요소를 가져가되 현지 소비자의 피부 고민과 생활 방식에 맞춰 다시 풀어냈다.기획부터 유통까지 풀사이클 플랫폼…제품보다 브랜드를 알려야씨티케이가 제시한 해법은 ‘풀사이클 플랫폼’이다. 풀사이클 플랫폼은 화장품 브랜드가 제품을 만들고 해외에서 팔기까지 필요한 과정을 한 번에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란 뜻이다. 씨티케이는 2001년 설립 이후 25년간 해외 브랜드와 협업해온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다. 제품 기획과 개발, 디자인, 물류, 디지털 마케팅, 온·오프라인 진출까지 한 흐름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해왔다. 씨티케이가 설명하는 ‘풀사이클 플랫폼’ 개념도. (씨티케이 제공)디지털 전환의 중심에는 화장품 개발 플랫폼 ‘씨티케이클립닷컴’이 있다. 이 플랫폼에서는 브랜드 생성, 제품 기획, 디자인, 개발, 스토리텔링을 지원한다. 글로벌 B2B 이용자 6만명 이상이 활동하며, 브랜드 관계자의 문의와 피드백을 통해 성분·제형·시장 수요 데이터가 쌓인다.씨티케이는 오는 9월 새 플랫폼도 정식 선보일 계획이다. 엄 이사는 이를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를 알리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현지 온·오프라인 뷰티 업계 관계자와 바이어에게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을 전달하고, 다양한 유통 판로로 연결하는 공간이다.엄 이사는 “이제 소비자와 현지 뷰티 관계자들은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궁금해한다”며 “무엇을 파느냐에 앞서 당신의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먼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지금의 정점은 퍼스트 웨이브의 정점일 뿐”이라며 “세컨드 웨이브의 주인공은 단발성 바이럴로 반짝하는 브랜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현지와 연결되고, 효능으로 신뢰받으며,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경험을 주는 브랜드”가 다음 물결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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