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지연 속...韓 기업 13곳 달러 코인 연합 참여

달러코인 지배력 강화 우려도오픈스탠더드 공식 웹사이트 캡처삼성전자와 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 13곳이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 기업이 주도하는 공동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차세대 글로벌 지급결제 인프라 구축에 선제적으로 참여해 주도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인 오픈스탠더드는 6월 30일(현지시간) 전 세계 14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오픈유에스디(OUSD)’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오픈스탠더드에는 블랙록과 구글, 스트라이프를 비롯해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금융·빅테크 기업이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신한금융그룹, 한화생명,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케이뱅크 등 1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OUSD의 가장 큰 특징은 발행 구조다. 참여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상환할 때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또 준비금 운용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특정 발행사가 독점하는 기존 모델과 달리 운영 비용을 제외한 수익을 참여 기업들이 함께 배분받는다. 운영 역시 단일 기업이 아닌 컨소시엄 참여사들이 공동으로 맡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준비금 수익을 공유하는 인센티브를 통해 더 많은 금융회사와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이 동시에 참여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보유한 글로벌 결제망에 구글과 삼성전자 등 대형 기술기업이 더해지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부터 유통, 결제까지 하나의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국제 송금과 결제가 사실상 실시간(T+0)으로 이뤄질 수 있다.세부 운영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활용 범위는 상당히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 법인 간 자금 이전이나 협력사 대금 지급에 OUSD를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향후 글로벌 생태계가 확대될 경우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결제 수단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 신한금융과 케이뱅크 등 금융회사는 해외 송금과 지급결제 서비스에 이를 접목할 수 있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등 카드사 역시 비자·마스터카드와 함께 글로벌 결제 경쟁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잭 에이브럼스 오픈스탠더드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OUSD는 인터넷 경제를 위해 기업들이 직접 구축하는 스테이블코인”이라며 “기존 금융과 디지털 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결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시장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기존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시장은 테더(USDT)와 서클의 유에스디코인(USDC)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준비금 운용 수익을 참여 기업들과 공유하는 OUSD 모델이 확산될 경우 금융회사와 빅테크의 참여를 확대하면서 기존 시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OUSD 발표 직후 미국 증시에서 USDC 발행사인 서클 주가는 장중 18% 가까이 급락했다. 윌 하본 라이노파이 공동창업자는 “OUSD는 준비금 운용 수익을 생태계 참여자들과 공유하는 구조를 통해 USDT와 USDC의 시장 점유율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첫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이번 참여를 통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운영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OUSD는 기존 발행사가 독점했던 준비금 운용 수익을 네트워크 참여 기업들과 공유하는 새로운 모델”이라며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중심축이 단일 발행사에서 플랫폼과 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지연되는 사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주요국들은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자기자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 규제 최종안을 확정했으며, 해당 규정은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발행사의 진입 부담을 낮춰 시장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윤 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의 이번 컨소시엄 참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육성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글로벌 달러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의 표준이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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