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밀맥주' 3년 분쟁 마침표…사후 조정 한계 여전

[사진=대한제분][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수제맥주 업계 대표 지식재산권(IP) 분쟁으로 꼽히는 '곰표 밀맥주' 사태가 3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중소벤처기업부 중재로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지만, 업계에서는 분쟁 이후가 아닌 사전 단계에서 중소기업 권리를 보호할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7일 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 기업 세븐브로이맥주와 대한제분은 최근 상호 제기한 모든 신고와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중기부 조정에 따라 대한제분은 상생협력기금 23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해당 기금은 세븐브로이의 경영 안정과 기술 개발, 판로 개척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양측 갈등은 2020년 5월 출시된 '곰표 밀맥주' 협업 계약 종료 과정에서 촉발됐다. 세븐브로이가 제조를 맡고 대한제분이 상표권을 제공한 이 제품은 누적 판매량 5000만캔을 넘기며 수제맥주 시장 돌풍을 일으켰다.그러나 2023년 3월 상표권 계약 만료를 앞두고 대한제분이 파트너사를 한울앤제주(옛 제주맥주)로 교체하고 '곰표 밀맥주 시즌2'를 출시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당시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가 곰표 브랜드를 활용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데 따른 우려로 파트너사를 변경했다는 입장을 밝혔다.반면 세븐브로이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한 일방적 계약 종료와 제조 기술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사진 = 연합뉴스]중기부는 분쟁 장기화가 산업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조정에 착수했고, 이번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올해 1월 중소기업 기술보호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술 분쟁 조정제도의 실효성 강화가 골자다.다만 해당 법안 역시 사후 대응 중심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된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소송 과정 자체가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실제 분쟁 기간 동안 세븐브로이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1년 중소기업 최초로 맥주 제조 일반면허를 취득하고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핵심 매출원이었던 곰표 밀맥주 판매 중단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결국 지난해 6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고, 같은 해 8월 상장폐지되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식품업계에서 증소기업의 레시피나 아이디어 도용 논란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다. 파리바게뜨 '감자빵' 표절 논란,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와 같은 개인 카페 메뉴를 대형 프랜차이즈가 유사 제품으로 출시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식품 산업은 IP 보호가 상대적으로 까다롭고 트렌드 소멸 속도가 빨라, 분쟁이 끝날 즈음에는 시장 가치가 이미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분쟁 종결과 상생 기금 조성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최근 중소기업 기술을 침탈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이어 "소송 등 조정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려 결과가 나오더라도 기업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사전 예방 중심의 제도적 보호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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