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침묵 깨는 영림원소프트랩 익명 플랫폼 '에버레스크'[테크체인.....

제조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이어질 만한 위험을 발견해도 정작 메일이나 전화로 알리려면 머뭇거리게 된다. 누가 보고했는지 드러나는 순간 동료나 상사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은 위험 신호 하나가 묻힌 채 넘어가고 사고는 그 틈에서 터진다. 영림원소프트랩의 익명 기반의 기업 사내 소통 플랫폼 '에버레스크(Everask)'는 바로 이 침묵에서 출발한다.이남원 영림원소프트랩 기업문화혁신사업부 이사는 이달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6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솔루션 콘퍼런스(EBSC)'에서 '인공지능(AI) 시대 질문이 사라진 회사의 미래, 에버레스크'를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 직후 현장에서 이 이사를 만나 에버레스크의 탄생 배경과 기업 문화를 바라보는 영림원소프트랩의 철학에 대해 들었다. 이남원 영림원소프트랩 기업문화혁신사업부 이사가 이달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6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솔루션 콘퍼런스(EBSC)'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영림원소프트랩, 생성형 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말 못 했던 것들을 꺼내는 익명영림원소프트랩의 주력 사업인 전사적자원관리(ERP)는 수치와 프로세스를 다루는 시스템이다. 조직 문화나 질문하는 분위기 같은 정성적 영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다. 영림원소프트랩이 이 영역에 발을 들인 계기는 권영범 대표가 20년간 매달 이어온 최고경영자(CEO) 포럼이다. 고객사 CEO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반복된 화두는 'AI 시대를 맞아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였다. ERP가 경영의 근간으로 삼는 5M(Man·Machine·Material·Method·Money) 중 사람(Man) 요소를 줄여야 하는지조차 답이 서지 않는다는 토로가 나왔다. 이에 권 대표는 '질문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는 만화책 '조직의 핵심 질문'이 발간되는 계기가 됐다.나아가 회사는 영어 단어 'Ask(묻다)'에 '항상'을 뜻하는 'Ever'를 더해 질문을 일상화하자는 의미를 담아 에버레스크라는 이름의 플랫폼까지 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지난 1년간 사내에서 먼저 이 플랫폼을 써보며 다듬었다. 회사는 이 플랫폼을 앱의 형태로 기업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제조업 고객사가 많은 영림원소프트랩이 에버레스크의 효과를 가장 많이 체감한 영역은 산업안전이다. 현장에서 사고가 터지기 전 위험 신호를 미리 잡아내는 일이 핵심이다. 대기업은 이런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중견·중소 제조사는 사정이 다르다.에버레스크가 설문 형태로 체크리스트를 뿌리고 현장 사진까지 첨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서 메일이나 전화로는 눈치가 보여 못 하던 보고가 가능해졌다. 객관식과 주관식을 섞어 단순 점검을 넘어 조직 분위기를 들여다보는 질문도 함께 던진다.기존 ERP에는 산업안전재해를 다루는 모듈이 빠져있다. 에버레스크는 익명을 기반으로 조용한 다수의 목소리를 끌어내며 이 틈을 보완한다. 에버레스크 앱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데이터화한 화면 /사진 제공=영림원소프트랩회의실에서 싸우지 않는 법영림원소프트랩이 에버레스크의 효과를 확인한 두 번째 영역은 회의다. 조직의 리더는 회의에서 부서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부서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다른 부서간의 회의에서는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가령 생산부서와 판매부서처럼 입장이 갈리는 자리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에버레스크는 회의 전에 안건을 미리 공유하고 참석자들이 댓글로 의견을 남기도록 한다. 서로의 입장을 미리 읽고 들어오면 회의실에서의 충돌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이 이사는 "회의를 녹취해 AI가 요약해줘도 무엇이 중요한지 가려내기는 어렵다"며 "그보다 안 해도 되는 회의 자체를 줄이는 게 본질"이라고 말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에버레스크의 참여도가 높은 부서에 여행을 보내주는 식의 소소한 보상도 곁들였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일하기 좋은 직장(GWP, Great Work Place)' 인증을 받은 이력을 내세우며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플랫폼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였다. 무료로 제공되는 에버레스크 외에 기존 ERP의 조직 문화와 온보딩(신규 입사자 적응 지원) 영역은 무료로 열어뒀다. 사람을 키워야 회사가 산다는 인식이 ERP 회사의 사업 영역까지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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