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바이오 명암]③임상할 돈 모으면 상폐…K-바이오 옥죄는 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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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투자할수록 커지는 퇴출 위험법차손 유예 만료 바이오텍 17곳편집자주올 상반기 한국 바이오 기술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와의 조(兆)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계약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실상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유의 속도전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국 기업들이 빅파마로부터 받는 '기술값'에 견줘 우리 기업들이 받는 돈이 턱없이 낮은 게 특히 눈에 띈다. 바이오 기술은 미래의 국가적 전략자산으로 손꼽힐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쟁국을 넘어 글로벌 선도국의 지위로 뛰어오르려는 중국과의 격차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짚어보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아시아경제가 이런 현실을 조명하고 그 배경과 대안을 모색한다.①같은 유망기술인데 선급금은 중국 3분의 1토막②한국은 1상에서 팔고, 중국은 3상까지 간다③임상할 돈 모으면 상폐…K-바이오 옥죄는 이중고④임상 속도 높이고 상폐 규제 풀어야 격차 좁힌다한국 바이오텍이 신약 후보물질을 초기 임상 단계에서 기술 이전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약 임상 비용은 단계가 진행됨에 따라 가파르게 높아진다. 바이오텍 입장에선 적자를 무릅쓰고 비용을 투입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본시장 규제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상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시장 퇴출 위험을 높이는 구조적 모순에 둘러싸일 수밖에 없고, 이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헐값'에 기술을 내어다 파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서는 코스닥 상장 기업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이 가장 첨예한 규제 쟁점으로 떠올랐다. 신약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이를 완화해달라는 업계 요구와,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해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당국의 기조가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어서다.흐름은 오히려 규제 강화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16일 금융당국과 투자시장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발표한 상장폐지 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코스닥 상장 유지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 시가총액 요건은 40억원에서 올해 7월 200억원, 2027년 300억원으로 오르고 매출 요건도 3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상향된다. 거래소는 부실기업 퇴출을 전담하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까지 꾸려 올해 7월까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 중이다. 시가총액 300억원을 밑도는 제약·바이오 기업만 16곳이 상장폐지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임상에 투자할수록 커지는 법차손 부담신약 기업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지점이 법차손이다.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가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차손(각각 10억원 이상)을 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신약 기업은 법차손 요건을 상장 연도를 포함해 3개 사업연도까지 유예받고, 그 이후부터 일반 상장사와 같은 잣대가 적용된다. 임상 비용으로 적자가 쌓일수록 자기자본이 줄어 법차손 비율은 더 치솟는다. 후기 임상에 본격적으로 돈을 넣어야 하는 시점에 관리종목 지정 위험이 커지는 셈이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 사업연도 결산을 기준으로 바이오 기업 9곳이 새로이 관리종목에 편입됐으며, 이 중 법차손이 사유인 곳만 5곳 이상이다. 2020년 투자 호황기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의 유예가 한꺼번에 끝나면서 2023년 이후 법차손 유예가 만료된 특례상장 바이오텍은 17곳에 이른다.후기 임상에 직접 도전했다가 자금이 마른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앞서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았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글로벌 임상 2상을 자체 자금으로 끌고 가다 자금난에 직면했다. 2022년 두 차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546억원, 2024년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241억원을 조달하며 임상에 매달렸지만 매출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은 2022년 80.4%, 2023년 215.2%, 2024년 72.3%로 기준치를 거듭 넘겨 지난해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결국 지난해 6월 미국 가상자산 운용사 파라택시스에 경영권을 넘기며 250억원을 수혈받아 법차손은 해소했지만 창업자는 회사를 내어주는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기술특례 상장사는 연 매출 30억원 미만이 일정 기간 이어져도 관리종목 대상이 된다. 항체 신약을 글로벌 임상 3상 단계에서 기술이전하는 데 성공한 앱클론도 2024년 매출이 23억원에 그쳐 지난해 3월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후 기술이전 선급금이 반영되며 매출이 47억원으로 늘어 올 3월 지정에서 벗어났지만, 신약 개발과 무관한 매출 잣대가 글로벌 임상 단계 기업까지 흔든 사례로 남았다. 임상에 돈을 쓰면 법차손에, 매출이 없으면 매출 요건에 걸리는 이중 구조다. 한 바이오텍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매출이 나오는 제빵업체 등을 인수해 기준을 맞추는 기형적 생존 전략까지 동원한다"고 말했다.중국은 3상으로 가는데 한국은 상장유지 걱정이런 구조는 한국과 중국의 격차를 더 벌리는 핵심 요소로 손꼽힌다. 중국 바이오텍은 자체 자금과 빠른 임상으로 후기 데이터를 쌓아 협상력을 키우는 반면 한국은 그 후기 임상 자금을 모으는 단계에서부터 상장 유지를 걱정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약은 10년 넘게 대규모 자금을 쏟으면서도 매출은 못 내는 산업인데 손실 비율로 상장 유지를 판단하니 임상에 집중할수록 퇴출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미국 나스닥, 홍콩 GEM,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도 자기자본·시가총액 같은 상장 유지 기준은 있지만 한국처럼 손실 비율을 직접 잣대로 삼아 관리종목에 넣는 규제는 매우 미약하거나 아예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나스닥에 법차손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면 전체 종목의 30%가 관리종목에 해당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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