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K-에듀파인 통합발주, SW산업 발전 역행…반드시 재고해...
![[전문가기고] K-에듀파인 통합발주, SW산업 발전 역행…반드시 재고해...](https://imgnews.pstatic.net/image/138/2026/06/08/0002230123_001_20260608080016123.jpg?type=w800)
사업관리 어려움을 규제 탓으로 돌리려는 행정 편의주의, 근시안적 정책 전형교육부가 약 3000억 원(응용 소프트웨어 도입,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 시스템 통합 개발 등 총괄 예산 기준) 규모에 달하는 이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존에 법적으로 명문화되어 있던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예외적으로 해제하고, 소프트웨어 개발과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을 한데 묶는 이른바 '통합발주' 방식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필자는 지난 4년간 대기업 참여제한 사업평가와 IT 전략 대형과제 평가 등에 참여한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K-에듀파인 사업의 대기업 참여와 통합발주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공공 발주는 단순한 재화 및 서비스의 구매 행위를 넘어 국가 예산을 투입해 산업 전반의 기술적 표준을 선도하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자생적 성장을 지원하는 시장 형성의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전면 개편 사업은 향후 대한민국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으로 작용하고 있다.교육부는 대형 사업인 만큼 충분한 수행 역량과 자본력을 갖춘 대형 IT 서비스 기업(대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통합발주 구조로 사업을 일원화해 단일 주사업자(Prime Contractor)에게 전권을 부여해야만 향후 시스템 장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황인극 교수(공주대학교 공과대학 산업시스템공학과)실제로 교육부는 과거 신기술의 안정적 도입 및 운영을 명분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기업 참여 예외를 세 차례나 요청한 바 있으며 번번이 반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대기업 중심의 사업 재편을 시도한 적이 있다.4세대 나이스 개통 직후 시스템 장애와 이로 인한 일선 학교 현장의 행정 및 학사 업무 지연이 있었지만 여타 다른 대형 사업에 비해 장애처리 속도, 시스템 안정화에 걸린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이후 국가 행정망 마비 등이 이어지며 마치 일련의 시스템 장애가 대기업이 제외된 현행 분리발주 구조하에서 발생한 것으로 호도된 측면이 있다.결과적으로 과거 소수 대기업이 공공 인프라를 독점적으로 주도하던 '대기업 중심 통합발주'라는 익숙한 패러다임으로 회귀하려는 강한 유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교육부의 이러한 정책적 선회는 지난 10여 년간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져온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근본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결정이다.중소·중견 소프트웨어 업계는 개발과 인프라를 하나로 통합할 경우 사업 규모가 비대해져 중소기업의 독자적 참여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며, 결국 거대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 중심의 판이 짜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을 대기업의 하청 역할로 전락시키는 과거의 불공정 생태계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교육부를 비롯한 다수의 공공 발주처가 제도적 저항을 무릅쓰고 대기업 참여를 지속적으로 희망하는 기저에는, 대형 사업의 특성상 중소·중견업체들의 역량만으로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자본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투입되어야만 장애를 방지할 수 있다는 강력한 맹신이 자리 잡고 있다.그러나 기술적 팩트와 과거의 역사적 구축 사례들을 교차 검증해 보면 대기업의 프로젝트 참여 여부가 시스템의 무결성(Integrity)과 직결된다는 논리는 인과관계가 철저히 결여된 허구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대기업 참여제한제도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미친 실질적 효용성은 다양한 학술적, 실증적 연구를 통해 명확히 입증되고 있다. 규제 도입 이후 중소·중견기업들은 공공 시장에서 주도적으로 대형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귀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소프트웨어 B2B(기업 간 거래) 및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시장에서는 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증명할 수 있는 '대규모 구축 레퍼런스(Reference)'가 입찰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배제된 공공 시장에서 주사업자로서 국가 행정 시스템 등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이력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 대기업이나 금융권 등의 시스템 구축 사업 수주전에 독자적으로 뛰어들어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이는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이 단순한 매출처를 넘어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육성하는 국가적 '인큐베이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음을 증명한다. 아울러 제도의 안착과 함께 아이티센, 메타넷, 대신정보통신, SGA솔루션즈 등 중견 규모로 성장한 IT 서비스 기업들이 다수 배출되었으며 이들은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대한민국 IT 생태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만약 교육부의 의도대로 행정 편의주의적 관점에서 대기업 참여 제한을 섣불리 무력화시킨다면 지난 10여 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조성된 중소기업 성장 사다리와 중견기업 육성 취지는 완전히 붕괴될 수밖에 없다.결론적으로 교육부가 3000억 원 규모의 4세대 나이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 및 '개발·인프라 통합발주' 시도는 발주 관리의 어려움을 규제 탓으로 돌리려는 행정 편의주의에 매몰된 근시안적 정책의 전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대기업의 '우수한 수행 역량'과 통합 사업자를 통한 '책임 소재 명확화'라는 명분은, 과거 삼성SDS가 주도했던 3세대 나이스 장애 사례에서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와 같이, 특정 대기업의 참여가 시스템의 소프트웨어적 무결성을 결코 자동적으로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 논리를 잃는다.최근 잇따른 국가행정망 시스템의 마비는 턱없이 부족한 데이터 검증 환경, 열악한 저가 수주 예산, 그리고 수주 기업을 하대하며 비현실적인 개통 일정을 강제한 발주처의 구조적 관리 부실과 갑질 관행이 만들어 낸 '관재(官災)'에 가깝다.이러한 명백한 시스템적 모순의 상황 속에서 사고의 진단과 처방을 엉뚱하게 규제의 탓으로 돌려 지난 10여 년간 시장에 간신히 안착해 온 대기업 참여제한제도의 예외를 남발하고, 기술 최적화를 담보하는 분리발주를 포기하는 것은 심각한 정책적 퇴행이다.만약 수천억 원 규모의 단일 통합발주라는 거대한 자본 장벽 앞에 중소·중견기업들이 다시 과거처럼 대기업의 실적을 채워주기 위한 소모성 하청업체나 들러리 컨소시엄 멤버로 전락하도록 국가가 방관한다면, 미래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어갈 다양성과 허리 생태계는 회복 불가능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통합발주와 대기업 참여 허용이라는 달콤한 독배를 단호히 거절하고,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대기업 참여제한 및 분리발주 원칙을 흔들림 없이 고수해야만 한다.분리발주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단편적인 책임 소재 분산 문제는 대기업이라는 독점적 지배자를 끌어들여 임시방편으로 은폐할 것이 아니라 고도화된 시스템 관리 기법의 전면 도입, 전문적인 외부 PMO 역량의 적극적 활용, 그리고 기업의 피와 땀인 소프트웨어 혁신에 정당한 가치를 보상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정면으로 돌파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황인극 교수(공주대학교 공과대학 산업시스템공학과)<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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