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이후’ 본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용수·인력부터”

삼성·SK, 투자 규모 300조 웃돌 듯부지부터 공장 건설까지 최소 5년인재 수도권 밀집·필수 인프라 과제각국, 세액 공제… 정부 지원 필요성경기도 평택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부지 면적만 289만㎡(약 87만평)에 달하는 현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반도체 생산기지다. 오른쪽은 SK하이닉스가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6만㎡(약 126만평) 부지에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 평택시 제공, 용인=최현규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남·광주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 양사가 수백조원을 투입해 부지 선정부터 인프라 구축, 공장 건설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관건은 투자 지속성 확보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전공정 생산라인(팹)과 패키징 후공정을 망라한 초대형 첨단 시설이 들어서는 만큼 부지·전력·용수 확보와 함께 고급인력 유치, 협력업체 생태계 구축이 절대적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24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삼성과 SK는 다음 달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둔 이달 말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토 공간 대전환’ 민관 합동회의를 계기로 지방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팩 1기당 건설·설비투자 비용이 100조~150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양사의 투자 규모는 30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기업간 조율은 거의 끝난 분위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30일 광주를 찾아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묶은 호남권 AI 밸리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을 한 뒤 다음 달 2일 충남 아산에서 지방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투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AI 반도체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기업의 필요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지방자치단체의 투자 유치 열망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성사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투자 지역 선택에 있어서는 외부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삼성전자는 당초 2048년까지 경기도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에 6기 팹을 순차적으로 건설하려던 계획을 2034~2035년으로 앞당긴 상태다. SK하이닉스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마지막 4기 팹을 2044년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2034년으로 당겼다. 2035년 이후에는 수도권에 더이상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부지가 없고 전력이나 용수 확보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최 회장은 최근 “메모리 병목현상은 2030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라며 “향후 5년 동안 웨이퍼 기준 반도체 생산 능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가동되려면 무엇보다 고급인력 확보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핵심 인재들이 주로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충청 이남 지역으로 갈 것인지가 가장 고민스러운 대목”이라며 “인재들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지방도시로 키우는 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필수 인프라 등 배후 생태계 조성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경우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선 ‘세금 낼 돈으로 투자하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시설·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을 과세소득에서 100% 차감하고 반도체지원법상 투자세액공제율을 35%로 상향하는 등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강점이었던 수율도 결국 비용 경쟁력인데 지금은 그 경쟁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마이크론은 미국에 팹 6기를 비롯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D램 및 HBM 생산 팹을 8개가량 짓고 있고 그곳에서도 엄청난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현재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꺾이거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 호남권 투자 계획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은 우리보다 수백 배 많은 자원과 인력을 가진 상태에서 경쟁에 뛰어들었다”며 “한국 기업들은 지금 벌고 있는 영업이익을 잘 보존하고 가장 투자 효율이 높은 곳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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