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환율 상단 1600원까지 열어둬야"... 시장 전망 잇따라

3분기 원·달러 환율 1600원까지 전망"외국인 매도 지속되면 대응 여력 부족"연평균 전망치도 1500원 훌쩍 넘겨원·달러 환율이 장중 1,550원을 돌파하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전 거래일보다 0.5원 오른 1555.40원에도 거래됐다. 뉴시스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이 1,527원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시장에서 하반기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 둬야 한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대규모 무역 흑자에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527.9원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1,626.8원) 이후 28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평균 환율도 1,484.6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가 환율 상단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포문은 지난달 26일 노무라증권이 열었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을 1,600원으로 제시한 것이다. 교보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3분기 내 원·달러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올해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약 1,380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액은 약 980억 달러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모두 원화로 환전하지 않는 반면, 외국인 주식 매도 자금은 달러 수요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대규모 무역 흑자에도 환율이 쉽사리 내려오지 않는 배경이다.외환당국의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환율 상단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교보증권은 그간 한국은행의 개입 행태와 외환보유액 잔액을 고려하면 하반기 시장 안정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0억 달러 안팎이라고 추정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규모도 4월 기준 해외투자 잔액과 과거 환헤지 비율(15~20%)을 감안해 최대 700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외국인의 비중 조정(리밸런싱)을 위한 매도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경우 환율 방어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환율에 외환당국의 실개입과 구두개입이 지속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리밸런싱 매도가 지속될 경우 상단을 막아줄 눈에 띄는 요인이 부재하다"고 설명했다.다른 증권사들도 환율 전망치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3분기 1,545원, 4분기 1,530원으로 제시했다. 연평균 전망치는 앞서 4월 전망치(1,460원)보다 49원 높인 1,509원이다.오는 6일 국내 외환시장의 24시간 개방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의 분기 내 등락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간에는 외환거래 유동성이 적은 만큼 글로벌 거시경제 충격에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한화투자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2024년 7월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이후 원·달러 환율의 전체 변동성이 30.4%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만약 24시간 개방 이후 등락폭이 20% 추가 확대되면 분기 내 환율 변동 폭은 120원 내외로 넓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다만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정책이 환율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위해 유보한 수출 대금을 국내로 환류할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머물던 달러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약세 압력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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