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32거래일째 1500원대 ‘꽁꽁’…역대 최장 ‘55일’...

심리적 마지노선 1550원도 고환율 새 기준선최장 55거래일 기록까지 23거래일 남아외국인 이탈·엔저 겹치며 1600원 경고음 ‘번쩍’달러 강세에 고환율이 계속되는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자리한 은행 환전창구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원·달러 환율이 32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50원 선마저 고환율의 새 기준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매도와 슈퍼 엔저에 달러 수요 우위가 이어지면서 외환위기 당시 최장 55거래일 기록도 더 이상 먼 얘기가 아니라는 경고가 나온다.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55.8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기준)를 마쳤다. 전날 1554.9원으로 마감하며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3개월 만에 종가 기준 1550원대에 올라선 뒤 이날도 1550원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1500원대가 일상이 됐다…외환위기 기록까지 23일시장의 관심은 이제 환율이 얼마나 높이 오르느냐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이날까지 32거래일째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흐름이 23거래일 더 이어지면 외환위기 당시 최장 55거래일 기록과 같아진다.1500원대 환율은 과거에도 위기 국면에서나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500원대 환율은 시장 불안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올해는 중동 리스크가 완화된 뒤에도 외국인 자금 이탈과 달러 강세, 엔화 약세가 맞물리며 고환율 흐름이 길어지고 있다.상반기 평균 환율도 이미 위기 수준에 가깝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평균 1484.6원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분기 평균 환율은 1501.6원으로 1500원을 넘어섰다. 분기 평균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선 것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왜 안 내려오나…외국인 매도에 달러 수요 누적환율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배경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국내 증시에서 1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주식을 판 뒤 달러로 환전해 빠져나가는 역송금 수요가 커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누적되는 구조다.iM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올해 들어 약 945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5월 초 이후에만 약 600억달러가 빠져나가며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가 급등한 이후 차익 실현과 리밸런싱 압력이 커진 점도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달러 강세도 원화 반등을 막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달러 강세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약달러 전환이 확인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의 하단도 쉽게 낮아지기 어렵다는 의미다.슈퍼 엔저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변수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장중 162엔대까지 오르며 엔화 가치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화는 엔화와 동조화하는 경향이 강해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원화도 함께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슈퍼 엔저 현상은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일본 내 재정건전성 우려와 통화완화 정책 지속 기대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가 다시 확대되는 가운데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며 원화의 동반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1600원 열리나…관건은 달러와 외국인 수급시장에서는 1500원대 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는 데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권(ADR) 상장과 세계국채지수(WGBI) 관련 자금 유입 기대감이 있지만 달러 공급의 판도를 바꿀 변수로 보기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 ADR 상장을 달러 유입의 결정적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 영향이 크고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정책 부담과 금리 역전·통화량 증가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상단이 더 열릴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약달러 변곡점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대내적인 수급 부담이 지속되며 1500원대에서 고환율 흐름이 불가피하다”며 “전고점 1560원 돌파 시에는 마땅한 저항선을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빅피겨 1600원까지는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다만 연말로 갈수록 환율이 점차 안정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고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경우 1400원대 중후반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과 엔화 약세 진정, 외국인 수급 개선이 함께 확인되기 전까지 1500원대 고환율 부담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달러 강세와 한국 증시 조정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 매도 심화 시 환율 상단은 158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로 인한 펀더멘털 개선이 지속되면서 연말부터 내년에는 1400원대로 안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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