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사협상안, 최종승인은 네이버 노조

협상력 극대화 노려민주노총의 황당한 교차승인제IT·게임 노조 최종 교섭대표로경쟁사 지회장이 맡는 제도넥슨은 ASML, 엔씨는 한컴에"전 세계 유례 없는 기형적 구조"창사 후 첫 파업에 나서는 등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카카오의 최종 교섭 승인 권한을 경쟁사인 네이버 노동조합이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네이버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은 카카오 노조가 최종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카카오와 네이버를 비롯해 주요 게임·테크 기업 노조가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면서 기업 간 교섭 결과가 산별 노조 내부에서 공유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이 같은 ‘경쟁사 교차 승인’ 구조가 노사 간 꼬인 실타래를 더 풀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 정보기술(IT)·게임업체는 교섭대표를 다른 회사 노조가 맡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와 노조가 협상을 마무리하더라도 경쟁사 노조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최종 합의가 확정된다.파업을 벌이며 성과급 지급 기준 등을 놓고 사측과 협상을 진행 중인 카카오 노조의 교섭대표는 서승욱 지회장이 아니라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이다. 노사가 합의안을 마련하면 네이버 노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대로 네이버 노사가 지난 5월 임금 협상을 타결했을 당시엔 서 지회장이 네이버 노조 교섭대표를 맡아 최종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제도는 IT업계 노조 간 결속력을 강화하고 산별교섭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설립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IT·게임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사업장 간 공동 대응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설명이다. 한 IT업체 노조 관계자는 “IT업계 노조는 다른 산업보다 사업장 간 연대가 강한 편”이라며 “IT업계 노조 조합원이나 노조 관계자에게는 익숙한 운영 방식이지만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생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경쟁사 노조가 해당 기업 노사 교섭대표를 맡는 것은 세계 노동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황당한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사 노조가 상대 회사의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 기준, 복지 제도 개편안 등 교섭 결과를 확인할 뿐 아니라 이를 승인하는 구조가 초법적이라는 얘기다.기업별 협상 내용이 이후 다른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비교 기준으로 이용돼 사실상 노조가 경영권 위에 서는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이 같은 교차 교섭대표 제도는 네이버와 카카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올해 화섬노조 산하에서는 넥슨 노조의 교섭대표를 ASML 지회장이, 엔씨소프트 노조는 한컴 지회장이,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네이버 지회장이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업계에서는 산별노조 체계가 유지되는 한 이 같은 교섭 방식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IT 기업 한 관계자는 “황당한 구조지만 개별 기업 수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한편 카카오 노사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창사 후 처음으로 부분 파업을 벌였다. 회사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고정 배분하는 방식이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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