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45% 물고도 싸” 유럽 뒤흔드는 중국차

지리·BYD 등 5사 점유율 12% 일본·한국차 추월 첫 2위 올라 이란전쟁 따른 전기차 특수 영향현지 공장 사들여 관세장벽 우회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에서 중국차가 ‘변방의 저가차’ 이미지를 벗고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첨단 기능과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계 브랜드가 고율 관세라는 무역 장벽을 넘어, 지난 5월 유럽 주요국 판매량에서 처음으로 일본차를 뛰어넘는 이변을 연출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전동화에서 한 걸음 늦은 일본차가 주춤하자, 그 빈자리를 중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파고드는 모양새다.2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5월 유럽 주요 31개국에서 상하이자동차(SAIC)·BYD·지리그룹·체리자동차·리프모터 등 중국계 완성차 5사의 신차 판매량은 총 13만8410대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유럽 신차 시장 내 중국계 브랜드의 점유율은 12.0%로 뛰었다. 같은 기간 일본계 브랜드는 13만424대(11.3%)에 그쳤고, 한국계 브랜드는 8만644대(7.5%)로 뒤를 이었다. 유럽 월간 판매량에서 중국계가 일본을 제치고 유럽 로컬 브랜드 바로 다음 순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차의 유럽 진출이 본격화된 지 3~4년 만의 격변이다.유럽 신차 시장서 日·韓 모두 제친 中 중국계 점유율의 급상승 배경엔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한 완성차 업체 수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ACEA가 공식 집계하는 중국 브랜드는 올 4월부터 총 5사로 늘어났다. SAIC와 BYD에 더해 지리그룹, 체리자동차, 리프모터가 새롭게 포함된 것이다. 그동안 별도로 집계되던 볼보도 지리그룹 산하로 편입됐다.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중국 브랜드들의 성장세 자체가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5월 판매량에서 지리그룹 3만8145대, BYD 3만2380대, SAIC 3만527대, 체리차 2만7412대, 리프모터 9945대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BYD와 체리차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36.6%, 244.1%라는 가공할 만한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다. BYD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중형 SUV인 ‘씰 U DM-i’와 영국 시장 등에서 일명 ‘테무판 레인지로버’로 불리는 체리차의 PHEV ‘재쿠(Jaecoo) 7’ 등이 돌풍을 일으킨 덕분이다. BYD 단일 브랜드 판매량은 이미 현대차(3만7062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최대 45%의 관세에도 저렴한 가격 경쟁력 중국차의 질주는 고유가 기조와 유럽 현지의 보조금 정책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5월까지 유럽 내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124만7545대로 전년 대비 31.2% 늘었고, PHEV 역시 25.0% 증가한 59만4439대가 팔렸다. 경기 침체 속에 독일이 전기차 보조금을 부활시키고 이탈리아 등이 지원을 확대하자, 전동화 기술력에서 앞선 중국차가 수혜를 입었다.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매겼지만 중국차의 ‘원가 경쟁력’ 앞에서는 무력했다. 일례로 관세 27%가 부과되는 BYD의 소형 전기차 ‘돌핀 서프 부스트’의 독일 출시가는 2만6990유로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1만5940유로(약 2800만원)에 할인 판매 중이다. 동급인 프랑스 르노의 ‘5 E-Tech’(2만8000유로)의 반값 수준이다.관세 장벽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PHEV를 우회로로 삼은 전략도 적중했다. 영국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킨 체리차의 ‘재쿠 7 PHEV’는 3만 5000파운드에 출시되어 동급인 기아 스포티지 PHEV보다 약 4000파운드(약 700만원) 저렴하다.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에서 고전 중인 르노, 닛산 등의 현지 공장을 사들여, 전기차 관세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와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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