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등 소비재株 ‘부활의 노래’

반도체 대안주로 떠올라 반도체 주가가 흔들리자, 그늘에 가려 있던 소비재주(株)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메타발(發) 충격으로 2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국내 화장품주는 강세를 이어갔다. 한국콜마(6.46%), 코스메카코리아(4.59%) 등이 급등 마감했다. 전날에는 화장품주 중 에이피알, 아모레퍼시픽 등도 오름세를 보였다. 화장품주뿐 아니라 식품·유통 등 소비재주 전반도 들썩이고 있다. 그간 ‘반도체 쏠림’에 소외됐던 소비재주가, 주도주가 쉬어 가는 틈을 타 ‘순환매’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날아오르는 화장품주 사실 화장품 기업의 실적은 최근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시장의 관심이 온통 반도체에 쏠려 있었다는 점이다. 6월 셋째 주만 해도 화장품 업종 65개 종목 중 52개가 하락했다.그러나 기초 체력은 탄탄했다. K뷰티 대장주 에이피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934억원, 영업이익 1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174% 폭증하는 최대 실적을 냈다. 해외 매출이 5281억원으로 179.9% 급증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실적의 힘으로 에이피알은 상장 1년 4개월 만에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한국콜마(1분기 영업이익 전년 대비 32% 증가)와 코스메카코리아(78% 증가)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OEM) 기업들도 시장 기대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증권가는 일찌감치 화장품을 순환매 후보 1순위로 꼽아왔다. 실적 개선이 뚜렷한 업종이라 반도체가 단기 과열 우려로 숨 고르기를 할 때마다 수급이 화장품으로 옮겨붙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가 주춤하던 지난 4월과 5월, 에이피알 호실적 발표를 계기로 화장품주가 여러 차례 동반 강세를 보인 바 있다.펀더멘털(기초 체력)의 근거는 수출이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하나증권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현재 속도라면 4~5년 내 1위 프랑스를 넘볼 수 있을 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도 올해 화장품 수출이 125억달러로 9.5% 늘 것으로 전망한다. 원화 약세와 유럽 등으로의 수출 다변화도 실적에 우호적이다.소비재주 전반 들썩 매수세가 유입된 것은 화장품주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식품주인 CJ제일제당은 이날 4.54% 급등했다. 오리온과 롯데웰푸드도 각각 1.68%, 5.62%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을 두고 “현 주가는 역사적 하단 수준으로 실적 부진 우려는 모두 반영됐다”며 “향후 사업 구조 재편 및 재무 구조 개선 성과에 따라 주가 반등이 기대된다”고 했다.폭락장에서도 유통주는 잘 버텼다. 이날 GS리테일은 6.14%, 이마트는 1.33% 상승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 확대가 소비재주의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현대백화점·신세계·롯데쇼핑 등 국내 대표 백화점주는 외국인 관광객의 명품 소비에 힘입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는데, 백화점에 이어 소비재주 전반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백화점의 신고가 랠리는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소비 회복을 가장 먼저 반영한 결과”라며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지난 1월 1조1000억원 수준에서 5월 2조1000억원으로 87.7% 급증했다”고 했다. 원화 약세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원화 약세는 한국 서비스의 가격 매력을 상대적으로 높여 외국인이 한국에서 시술·숙박·쇼핑 등 소비를 늘리게 하고 있다”고 했다.다만 최근의 반등을 소비재주의 ‘부활’로 보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 당분간은 반도체 중심 장세가 여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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