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보면 무료…K콘텐츠 새 활로로 떠오른 ‘FAST’ [김희경의 컬처...

삼성 TV의 FAST 플랫폼을 활용한 '월간 SM콘서트' / 삼성전자지난 5월 30일 첫 공개된 ‘월간 SM 콘서트’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의 공연 실황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NCT 위시’의 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마다 다채로운 K팝 공연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그런데 해당 프로그램이 공개되는 플랫폼은 일반 방송 채널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아니다. 삼성 TV의 FAST 플랫폼 ‘삼성TV플러스’와 SM타운 채널에서 방영된다. 삼성TV플러스 사용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등 5개국에서도 공개된다.FAST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K콘텐츠의 새로운 활로로 떠오르고 있다. FAST는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의 약자이다.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TV, 스마트폰 등이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별도로 가입을 하거나 구독료를 내지도 않는다. 오직 광고만 보면 실시간 채널과 콘텐츠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즉 FAST는 방송과 OTT와는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접근성을 자랑한다. 국내 FAST 플랫폼으로는 삼성TV플러스, LG채널이 있다. 나아가 FAST를 통해 K콘텐츠를 해외에 선보일 수 있어 글로벌 OTT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방송과 OTT와 차별화된 강점으로 승부FAST의 시청 방식은 기존 방송을 볼 때와 동일하다. 정해진 편성표대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린백(Lean-back)’ 방식에 해당한다. 린백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느긋하게 본다는 뜻을 갖고 있다. OTT처럼 몸을 앞으로 숙이고 목적성을 갖고 콘텐츠를 골라 시청하는 ‘린포워드(Lean–forward)’와 상반된다.하지만 이 점을 제외하면 방송과는 크게 다르다. 주파수 없이 인터넷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소프트웨어만으로 채널을 만들 수 있어 채널을 자유롭게 늘릴 수 있다. 또한 방송은 시청률 이외엔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거의 없지만 FAST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누가, 무엇을, 언제, 얼마나 보는지 다양한 지표를 도출할 수 있다. 이에 맞춰 개인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다 보니 광고주들의 많은 관심도 받고 있다.OTT와 차별화된 장점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가격 경쟁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최근 다수의 OTT가 생겨나면서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OTT를 동시에 구독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콘텐츠 검색과 선택에 대한 번거로움을 느끼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FAST가 급부상하고 있다.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으며 편성표대로 감상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과 선택 부담이 모두 해소된다. 공짜인 대신 이용자들이 광고를 보는 구조이므로 FAST는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벌게 된다.최근 이용자와 광고주 양쪽의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FAST 시장은 크게 각광받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파크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미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8000개 가구 가운데 46%가 장편 영상 콘텐츠 시청을 위해 FAS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글로벌 FAST에 해당하는 투비, 로쿠 채널, 플루토TV 순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왔다. 삼성TV플러스, LG채널도 해당 조사에서 각각 4위와 6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FAST 시장 규모는 2025년 76억달러(약 11조6310억원)에서 두 배 이상 성장해 2032년 19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FAST 시장은 2025년 69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28년엔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시장은 삼성TV플러스와 LG채널이 주도해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특히 스마트TV를 기반으로 FAST 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양사의 TV 안에 FAST 플랫폼을 탑재해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디바이스-플랫폼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글로벌 OTT 의존도 낮추는 대안 될까K콘텐츠 확산에도 FAST 플랫폼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제작사들은 주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K콘텐츠를 해외에 선보여야 했다. 하지만 FAST를 통해서도 전 세계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TV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큰 효과가 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TV를 가진 사람이라면 해외에서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삼성TV플러스는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자체 OS ‘타이젠OS’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30개국에서 4300여 개 채널과 6만6000여 편의 주문형비디오(VOD)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전 세계 삼성TV플러스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억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자체 OS ‘웹OS’를 기반으로 한 LG채널을 선보이고 있다. 36개국에서 4500여 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뉴아이디’와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도 각광받고 있다. 뉴아이디는 국내 영화 배급사 NEW의 사내벤처기업으로 2019년 설립됐다. 제작사가 개별 작품을 공급하는 데 그친다면, 뉴아이디는 국내외 다수의 FAST 플랫폼에서 K콘텐츠 전용 채널들을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더빙 등 다양한 현지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장기적으로는 토종 OTT도 FAST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OTT에서 제공한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추후 일정 시간이 지나 FAST 플랫폼을 통해 2차로 공급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구작(舊作)은 OTT 이용자들의 관심에서 쉽게 벗어나게 되는데 FAST에 공급해 새로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토종 OTT가 아직 해외에 본격적으로 직접 진출한 단계는 아닌 만큼 해외에 자체 콘텐츠를 소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정부에서도 최근 FAST 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과학기술정통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지난해 플랫폼 기업과 국내 주요 방송사, FAST 운영사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6월 18~21일 부산에서 열리는 코리아국제스트리밍페스티벌(KISF)을 통해서도 국내 FAST 산업을 적극 알린다는 방침이다.물론 하나의 플랫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일 순 없다. FAST 역시 무료라는 점에만 기댄다면 더 이상 확장이 어렵다. 양질의 K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한 채널들을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여러 정책과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나날이 글로벌 OTT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K콘텐츠. 잘 갖춰진 FAST를 통해 이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면, 플랫폼과 콘텐츠가 윈윈할 수 있는 성공적인 모델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김희경 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kimhk@inj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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