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은 가족이 될 수 있는가…휴머노이드로 돌아온 죽은 아들 [콘텐...

‘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던진 질문 “망자는 누구의 것인가”영화 '상자 속의 양' 포스터 [사진=미디어캐슬][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건축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와 목재상 겐스케(야마모토 다이고) 부부는 2년 전 사고로 7살 아들 카케루를 잃었다. 삶의 의미와 목적, 웃음을 잃은 채 일상을 살아내던 두 부부는 ‘리버스’(REbirth)란 회사에서 판매하는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존재를 알게 된다.산자가 간직한 망자의 자료들로 망자의 외양과 행동, 기억을 고스란히 이식한 이 로봇은 일본 전역에만 3000대가 판매됐다. 부부는 우연한 기회에 이 로봇을 무료로 들이게 된다.10일 개봉을 앞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상자 속의 양’은 최근 영화계의 화두인 AI를 감독의 장기인 ‘유사가족’의 틀 안으로 가져온 작품이다.제 6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나 제 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2018)처럼 작품에서 유사 가족과 어린이를 전면에 내세웠던 감독은 이번에 AI가 장착된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유사가족의 틀을 확장했다.영화 '상자 속의 양'한장면 [사진=미디어캐슬]로봇 카케루를 만나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백화점에서 구매한 아이의 새옷을 준비하는 아내 오토네와 달리 남편 겐스케는 시큰둥하다. 그는 목뒤 전원으로 작동하고 배터리가 방전되면 저절로 충전된다는 로봇의 작동원리를 들은 뒤 “로봇 청소기와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봇을 잘 가르치면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설명에 “다마고치같다”고도 했다.로봇 카케루를 죽은 아들처럼 보듬던 오토네는 아이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서서히 지쳐간다. 죽은 아들과 달리, 하루가 무섭게 무럭무럭 지식이 성장하는 로봇을 보며 고개를 젓기도 한다. 반면 로봇에게 정을 주지 않던 겐스케는 오히려 로봇 카케루를 하나의 객체로 인식하며 서서히 스며든다.영화 '상자 속의 양'한장면 [사진=미디어캐]영화는 아이의 탈을 쓴 로봇이 부모의 지극한 보살핌 하에 성장해 자아를 깨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이 인간과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로봇 카케루는 인간 부모가 읽어주는 책과 인간의 경험치를 통해 나날이 새로운 지식을 학습한다. 인간과 다른 놀라운 습득력을 지닌 카케루는 여전히 죽은 아들을 그리워했던 오토네·겐스케 부부의 바람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망자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 던지고 싶었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미디어캐슬]영화의 관전포인트는 크게 두가지다. 죽은 자를 AI로 되살리는 기술력에 대한 윤리적 기준과 곧 머지 않은 미래가 될 자아를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특히 자아를 지닌 로봇 스토리는 할리우드에서 수없이 반복돼 왔다. 1991년 개봉한 할리우드 액션영화 ‘터미네이터2’의 T-800도 주인공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 분)와 교감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배웠다. 25년 전 작품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명작 A.I 역시 감정을 가진 로봇 소년 데이빗을 통해 AI의 감정과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5일 강남구 논현동 영화배급사 NEW에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망자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죽은 사람은 어디까지나 죽은 사람의 것이라 생각한다. 죽은 이를 부활시키는 기술은 인간의 이기심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했다"며 "어느 시점에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레에다 감독이 이 영화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년 전. 중국에서 생성형 AI를 통해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사업이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지에서 직접 이 사업가를 만났다. 그의 휴대전화에서 죽은 사람의 영상을 통해 부활하는 장면을 본 게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레에다 감독은 혈액암으로 사망한 6세 딸을 가상현실기술을 통해 만난 한국의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도 시청했다고 털어놨다. 2020년 방송된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에서도 사망한 유명 여배우를 AI로 되살려 신곡을 부르게 하는 시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이 영화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이미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비롯, 유수의 상을 수상한 거장 감독이지만 올해 칸의 분위기는 이 영화가 생성형 AI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그렸다는데 여론이 모아졌다.고레에다 감독은 “현지에서 생성형AI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각보다 컸다”며 “이는 인간 중심으로 문명을 일군 서양문화와 인간과 사물이 어우러지는 동양문화의 차이로 봐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더불어 자아를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설정에 대해서도 “이제 AI가 인간 개입없이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대다. 지금은 자아를 프로그래밍해야 가능한 수준이지만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아도 집단화된 AI들이 자의식으로 연결되지 않은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관측했다.제목인 ‘상자속의 양’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상자를 보며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양을 상상하는 장면에서 따왔다. 영화의 원제는 ‘리버스’. 고레에다 감독은 “대본을 쓰며 아이와 부부가 그림책을 읽는 부분을 상상하다 이같은 제목을 짓게 됐다”고 했다. 영화 속 부부는 상자 속에 아이의 과거를 상상하며 욱여놓지만 로봇 카케루는 인간의 과거가 아닌 미래가 되기 위해 상자를 벗어나고자 한다. 마치 실제 성장한 자녀처럼.AI는 요즘 영화계의 가장 핫한 화두다. 고레에다 감독은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일은 AI가 맡을 거라 생각한다”며 “다만 AI로만 만든다면 영화들이 모두 비슷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여전히 크리에이터로서 인간의 창의력을 높이 산다며 “한국에서 촬영할 때 배우 배두나가 ‘자동차를 타는 장면은 바람을 느끼면서 찍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유리와 나무, 로봇과 숲이라는 이질적인 존재의 공존을 다루듯 AI도 인간과 공존해야 한다는 거장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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