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상업화 쉽게…'규제과학'으로 돕는다

박인숙 한국규제과학센터장공무원은 기업애로 파악하고기업은 감독기관 이해하도록규제과학센터가 가교될 것코로나 때 진단키트 사례처럼K바이오도 성공신화 만들자박인숙 한국규제과학센터장이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식약처와 잘 이야기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규제는 타파하거나 혁파할 것이 아니라 잘 넘어가야 하는 겁니다.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요즘 같은 때는 더욱 그렇죠. 기업들에는 '감독기관의 언어'를 가르쳐주고, 공무원들에게는 '기업들의 말'을 잘 통역해주는 가교 역할이 필요합니다."제약바이오 산업은 규제에서 시작해 규제로 끝난다. 안전과 정도를 우선하는 당국과 한시가 급한 기업들의 소통은 자주 엇갈린다. 소위 연구자의 언어와 감독관의 언어가 전혀 다르기 때문인데 한국규제과학센터는 이 격차를 줄여주는 곳이다.박인숙 한국규제과학센터장은 두 언어를 모두 이해하는 전문가 중 전문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3년, 2022년부터 센터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규제 문해력 일타강사'답게 문제와 답을 콕 집어줬다. '식약처와 잘 이야기하는 기술'이다.그는 "문제를 잘 이해해야 융통성도 발휘할 수 있는 법이다. 규제는 공무원이 제일 잘 안다"면서 "기업들이 사전에 제대로 질문하고 준비해 가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시간 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규제과학이라는 용어는 생소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분야다. 박 센터장은 "외국에서는 2010년 전후로 널리 쓰이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중요성이 더 커졌다. 규제과학이 무엇인지 널리 알리는 것도 우리 센터의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최근 규제과학을 A부터 Z까지 공부할 수 있는 742쪽짜리 교재(식품·의약품·의료기기 최신 규제과학 총론)를 펴내기도 했다.규제과학이 특히 주목받게 된 것은 코로나19를 겪고 난 후부터다. 기존에 허가심사나 관리에 초점을 맞췄던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혁신신약개발 지원기관'으로 속속 변신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DMA) 등은 임상시험계획이나 신약 허가 신청이 들어오기 전에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상업화로 가는 길'을 같이 개척한다.박 센터장은 "우리 식약처도 코로나19 당시 진단기기를 허가하면서 규제가 아닌 지원에 초점을 맞춰 성공한 경험이 있다"면서 "식약처 지원을 받고 싶다면 사안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정확하게 질문한 뒤 명확하게 건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기업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 한국규제과학센터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문가 콘퍼런스도 개최한다. 기업들에 규제를 '선행학습'시켜주고 공부해야 할 시험 범위를 확 줄여주기 위해서다. 식약처는 규제 전문가를 양성하는 규제과학대학원을 8개 대학에 지정했고, 센터에서는 이러한 규제과학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지원한다.업계에서는 빠른 심사를 위해 심사자를 늘리고 여러 단계를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심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온다. 식약처는 최근 신약 심사 기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았고 심사 인력 약 2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박 센터장은 "신속한 심사도 좋지만 '성공할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법이 개발 중인 혁신제품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가이드라인은 제품 맞춤형으로 자세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짚어줬다. "첨단기술일수록 개발자들이 더 잘 아는 법이니 필요한 평가법이나 관리 방안에 대해 명확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규제과학센터를 찾으면 맞춤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식약처 심사자들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하고 싶은 말도 있다. 박 센터장은 "너무 많은 책임과 과도한 업무로 힘든 것을 잘 안다. 신나서 일할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면서도 "조금만 더 수고하고 신경쓰면 지지받을 것"이라고 당부했다.규제과학'모든 규제는 과학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는 모토로 의사 결정을 신속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준비를 통칭한다. 식품·의약품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부터 인허가, 사용까지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기술과 기준·접근 방법 등에 대한 과학이다.[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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