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국힘, 내란과 절연하라…성장정책에 당력 집중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힘에 간곡히 제안한다. 내란과 절연하라. 내란의 늪에서 빠져나오라”고 말했다. 그는 “내란 청산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정신”이라며 국민의힘에 “이번에 내란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명심하라”고 했다. 정 대표는 검찰과 사법부, 언론을 향해서도 ‘다수의 의사 결정에서 벗어난 민주주의 사각지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며 3대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이와 함께 민생과 경제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내란 청산과 개혁 임무 완수를 넘어 대한민국 재도약의 길로 가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국민 개개인의 삶이 촘촘하게 존중받는 민생 공화국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성장정책에 민주당은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를 위한 핵심 입법 과제로 △산업 디지털 전환촉진법·AI 산업 인재육성 특별법·AI 산업 육성 및 강국도약 특별법 제정 △반도체산업특별법 제정 △RE100(전력 수요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 산업단지 특별법·탄소중립산업 특별법 제정 △산업 디지털전환 촉진법 제정 등을 언급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29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다음은 정 대표 연설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원식 국회의장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청래입니다.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를 맞아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25년 이번 정기국회가 국민주권시대의 새로운 목표를 설계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문제와 잊지 말아야 할 문제들을 진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국회가 되길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입니다. 헌법 제1조 1항의 규정,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우리 현대사는 바람에 나부껴 누웠던 풀이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 역사입니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증명한 역사입니다.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눈독 들일 때 위기에 빠진 국가를 국민이 구하고자 했습니다. 인내천을 가슴에 품은 동학군이었습니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 나선, 민주주의 역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우금치에서 동학의 꿈을 꺾은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관군과 손잡은 일본군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정신과 기억까지 꺾인 것은 아닙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지가 꺾인 것도 아닙니다. 인내천은 3.1운동의 심장이 되었습니다. 202만 명, 당시 인구 10%가 만들어낸 대규모 항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안창호 선생은 말했습니다. “과거에 황제는 한 명이었지만, 금일은 2천만 국민이 모두 황제입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임시헌장’에 민주공화국을 새겨 넣을 수 있었던 것은 3.1운동을 통해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명확히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마산 앞바다에 김주열의 시신이 떠올랐을 때, 국민들은 다시 기억합니다. “우리가 나라의 주인이다” 4.19의 광장에서 국민들은 부패한 정부를 몰아냈습니다. 믿었던 국가의 총구 앞에서 친구들이 쓰러져갈 때, 광주의 윤상원은 울부짖었습니다. “우리가 나라의 주인이다” 5.18의 국민들은 스스로 질서를 회복하고, 군사쿠데타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결국 민주주의를 구해냈습니다. 낙동강 전선에서, 백마고지와 피의 능선에서 “어떻게 되찾은 나라인데?”라는 질문으로 목숨 바친 아버지들, 구로공단과 부산 사상공단에서, 또 청계천에서 “오직 잘 살아보자”는 의지 하나로 한강의 기적을 쓴 어머니들, 그 아들과 딸들은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었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신분석 철학자는 말합니다. “당신이 해결하지 못한 무의식은 자녀의 삶에서 반복된다.” 1987년 6월 항쟁의 거리에 작업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함께 섰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광화문 촛불로, 내란의 어둠을 몰아내는 여의도와 남태령 응원봉으로, 국민주권시대의 역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우리의 헌법 전문은 민주주의를 피눈물로 쟁취한 기록입니다.“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한다. 우리 헌법은 국민들과 함께 언 땅을 뚫고 올라왔습니다. 아홉 차례의 개정을 거치며 국민들이 민주주의로 성장해 가듯, 헌법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만큼 성숙해졌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결정문은 기록합니다.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됩니다.” 평시에는 대통령의 권한을 보호하지만, 내란, 외환의 범죄 앞에서 헌법 스스로 자신을 수호한 것입니다. 탄핵은 여야의 싸움이 아닙니다. 오직 헌법을 어긴 대통령에게 국민이 책임을 물은 것입니다. 우리 헌법은 국민들의 피눈물을 먹고 자랐습니다. 우리 헌법이 독재자의 국회 해산권을 금지한 덕분에 우리는 지난 내란의 밤을 끝내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를 맞아 국가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살려내고, 국회를 보호해주신 국민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당한 명령 앞에 정의를 잃지 않은 군인의 마음에도 자신들이 지켜야 할 것은 ‘국민’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었을 것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닙니다. 내란 청산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분단을 악용하고 정의의 가면 뒤에서 저질렀던 악행을 청산하자는 것입니다. 내란 청산은 권력다툼이 아닙니다. 국민의 삶을 외면하던 부정부패를 청산하자는 것입니다. 내란 청산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하고 국민을 배반하고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은 헌법 파괴세력을 청산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유야무야 덮어왔던 어제의 문제들이 결국 오늘에 이르러 더 큰 고통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내란의 밤에 목격했습니다. 내란 청산은 우리 곁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과거와 결별하는 일입니다. 내란 청산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정신입니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말합니다. “책임을 회피한 과거는 다시 현재를 괴롭히며 되살아난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진보만 괴롭히는 것이 아닙니다. 도덕적인 보수에게 타락해도 된다고 유혹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친일을 하고도 지금 잘 산다고 속삭입니다. 존경받아야 할 보수에게 국민을 무시해도 된다고 선동합니다. 힘으로 누르면, 꼼짝없이 말을 들을 거라 거짓말을 합니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급기야 보수에게 비상계엄 내란을 부추기고, 극우와 손잡게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완전한 내란 청산은 보수가 진정한 보수를 회복하고, 도덕적으로 부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진심 어린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여야가, 보수와 진보가 함께 역사 청산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풀어내야할 때인 것입니다. 내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그 시작입니다.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해 무너진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임을 증명했습니다. 계엄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불법 명령에 저항한 군인들이 있습니다.그들의 정신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군인복무법’을 개정하겠습니다. 다시는 책임을 회피한 역사가 현재의 우리를 괴롭히지 않도록, 한강 작가의 말처럼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도록, 지연된 정의를 실현해야 합니다. ‘독립기념관법’ 개정으로 독립 정신의 훼손을 막겠습니다. ‘민주유공자법’ 제정으로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도 기억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미래로 가야 합니다. 국민의힘에 간곡히 제안합니다.내란과 절연하십시오. 내란의 늪에서 빠져나오십시오. 그리고 국민들에게 “우리가 잘못했다.”고, 진정어린 사과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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