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민 카이아 의장 "원화 스테이블코인, 더 늦으면 뒤집기 어렵다"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이대로 가면 한국 웹3 산업은 해외 팀이 들어와 활동하고 우리는 돈만 해외로 보내는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데 정작 우리는 왜 못합니까. 해외 발행 사례가 먼저 유스케이스와 거래 규모를 키워버리면 나중에 한국이 제도화에 성공하더라도 이를 뒤집기는 매우 어려워집니다.” 웹3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서상민 카이아DLT재단 의장은 지난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지연에 대한 절박함을 토로했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올해 1분기 추진을 목표로 했지만,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의 이유로 법제화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서상민 카이아DLT재단 의장 (사진=서민지 기자)특히 법제화가 지체되는 사이 역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 서 의장은 “해외 발행 모델이 먼저 볼륨과 유스케이스를 쌓아버리면 상황은 훨씬 불리해진다”며 “결국 시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T 역시 미국 안에서 제도권 승인을 받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미국 밖에서 먼저 성장했다”며 “시장을 선점한 뒤에는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뒤처진 제도화 과정 속에서도 카이아는 ‘온체인 금융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카이아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클레이튼과 라인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핀시아가 2024년 8월 통합돼 탄생한 레이어1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해외 무대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활용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구축했으며, 실물자산 토큰화(RWA) 프로젝트들도 순항 중이다. 국내에서는 오픈에셋(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술), 람다256(블록체인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솔루션), ABC 안랩블록체인컴퍼니(월렛·보안 서비스)와 함께 실전 설계도 성격의 아키텍처 제안서를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서 의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경우 “해외에서 원화가 더 많이 쓰이도록 국경 간 사용처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 기술검증(PoC)이 아니라 해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유스케이스를 실제 환경에서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은 카이아만의 강점”이라며 “USDT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루피아, 일본 엔화, 싱가포르 달러 등 아시아 주요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온보딩하고 있는데 원화가 나오면 이 흐름에 바로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의장은 “카이아의 방향성을 ‘온체인 금융 인프라’로 분명히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스테이블코인과 RWA를 포함해 엔드투엔드 금융 기능을 갖춘 생태계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출이든 자산 규모든 금융 인프라로서 의미 있는 수준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상민 의장과 일문일답 내용. -카이아 합류 배경은. 조직은 어떻게 이뤄져 있나. △저는 클레이튼부터 카이아까지 하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약 9년간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 산하 그라운드X 시절 메인 개발자로 합류한 뒤 역할이 점차 커졌다. 약 3년 전 클레이튼 재단이 카카오로부터 분사·독립할 때 대표를 맡게 됐고 2년 전 라인의 핀시아와 통합하는 과정에서 양측 논의를 거쳐 카이아재단 의장도 맡게 됐다. 원래 백그라운드는 엔지니어링과 기술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박사 과정과 연구직 경력도 있다. 블록체인은 기술이면서 동시에 비기술적인 요소도 큰 분야다. 기술과 비기술을 결합해 실제 세상의 문제를 푼다는 점이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카이아 조직은 재단도 있고 운영 법인도 있어서 통틀어 ‘카이아 팀’이라고 부른다. 싱가포르,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 등 10개국에서 5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크게 메인넷 개발 조직, 메인넷 사업화와 마케팅 조직 등으로 구성했다. 당초 체인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재작년부터 내부 인큐베이션도 병행하고 있다. 분사까지 염두에 두고 체인 위에서 핵심 서비스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 팀들도 따로 키우고 있다. FX 관련 팀이나 예치·수익화 관련 팀이 대표적이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해 준다면. △재단의 중심은 메인넷이며 이를 기반으로 기능 개발과 보안, 생태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 카이아가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체인이 아니라 온체인 금융 인프라다. 체인만 있어서는 금융 활동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 위에 달러·엔화·향후 원화 등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이 올라오고 이들이 실제로 교환되고 예치되고 결제에 쓰여야 한다. 온체인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 스테이블코인 환전(FX) 사업은 재단이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또 다른 축은 예치 수익 사업이다. 지금 우리 일상에서도 현금을 쌓아두기보다 은행에 예금하고 필요할 때 찾아 쓰며 이자를 받고 투자도 한다. 온체인에서도 이런 기능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치를 통해 수익을 내는 일드 프로토콜을 잘 모아 이용자나 다른 애플리케이션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도 중요한 만큼 RWA 기반 수익 구조도 함께 추진한다. 최근 발표한 카이아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RWA 펀드도 이런 방향성과 연결된다. 정리하면 재단 차원에서는 체인 자체와 스테이블코인 교환 FX·오케스트레이션 인프라, 그리고 예치·수익화 구조를 구축하고 있고 그 윗단에서는 라인과 협력해 사용자 접점을 만드는 ‘유니파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 -RWA 프로젝트 ‘갈락티카(Galactica)’ 2차 프로젝트는 순항 중인가. △여러 시행착오 끝에 올해 갈락티카 프로젝트로 2개의 상품을 출시했고 4월 18일 마감 이전 2차까지 모두 완판됐다. 갈락티카는 3~4년 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로 약 2년 전부터 본격화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린도라는 기업과 조인트벤처 형태로 협력해 사업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선박 물류의 중요성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국가라 육상보다 선박을 통한 물류 이동 비중이 매우 크다. 수출입뿐 아니라 국내 물류 이동에서도 선박 의존도가 높다. 문제는 선박금융이다. 선박은 고가 자산이지만 인도네시아는 한국이나 일본, 미국처럼 선박금융이 발달해 있지 않다. 선박을 사고 싶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금융 수요가 분명히 있는데 금융기관이 이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 선박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리스 구조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금융 수요와 공급의 갭을 토큰화로 메워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갈락티카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웹3를 붙인 것은 아니다. 토큰화를 빼고 금융 모델 자체가 돌아가는지 실험했고,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체인 위에서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웹3를 접목했다. 규제를 맞춰야 했고 여러 파트너사 간 타이밍도 조율하면서 공을 많이 들였다. -갈락티카 외에 준비 중인 RWA 프로젝트도 있나.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에서 포레스트 잘란과 협력하는 프로젝트다. 포레스트 잘란은 저희가 투자한 회사로 그랩과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출과 근로자 임금 선지급 시장에 토큰화를 접목했다. 카이아는 카이아 체인에서 토큰 발행을 하고 외부 시장 연계 역할을 맡고 있다. 자금을 빌려주려면 결국 투자자 자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연 10~12% 수익률 구조가 있다고 하면 투자자들은 이 상품에 투자하고 그 증표로 토큰을 보유하게 된다. 토큰은 미래 가치 상승이 반영된 투자 증표 역할을 하는 것이고 토큰화의 대상은 금융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소상공인이나 개인 대상 신용대출 시장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만큼 상점의 HR 시스템이나 출퇴근 정보 등을 바탕으로 근로자의 근무 성실도 등을 평가해 신용점수를 만들어 대출 자산을 토큰화하고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RWA로 바꿔 이를 토대로 대출을 실행한다. 임금 선지급 역시 월말에 받을 급여를 담보로 일부를 먼저 받는 구조다. 원래도 흔히 말하는 ‘임금 가불’ 시장은 있었지만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았다. 토큰화를 접목하면 비용을 낮추고 구조를 더 투명하게 만들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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