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지분은 신동국으로, 동생은 모녀와…한미 경영권 전선 재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2.5% 펀드에 821억원 매각…“어머니·누님과 함께”한미약품그룹 사옥 전경. 사진=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대립 구도가 다시 바뀌고 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절반가량을 나우아이비 22호 펀드에 넘기면서 모친 송영숙 회장·누나 임주현 부회장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앞서 장남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모두 넘겼다. 형이 지분 경쟁에서 사실상 빠진 가운데 동생 임 대표가 모친·누나와 함께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과거 '모녀 대 형제'였던 갈등 구도가 오너 일가와 신 회장 측 사이의 새로운 대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다만 신 회장 측은 이번 거래가 임 대표의 개인적인 지분 매각일 뿐이며, 기존 '4자연합'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임 대표는 지난달 29일 나우아이비 22호 펀드와 한미사이언스 보통주 170만9788주를 장외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물량은 한미사이언스 발행주식의 2.50%이다. 거래계획은 지난 2일 공시됐다.주당 매각가격은 4만8000원으로 총거래액은 820억6982만원이다. 임 대표는 거래 목적을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 유동성 마련'이라고 밝혔다.공시상 거래 예정 기간은 오는 8월 5일부터 9월 3일까지다. 주식매매계약상 거래 종결 예정일은 8월 5일이며,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변경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지분 절반 매각…공시 당일 종가보다 53.6% 높아거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임 대표의 공시상 한미사이언스 보유 주식은 348만3808주에서 177만4020주로 줄어든다. 지분율도 5.09%에서 2.59%로 낮아진다.매각가격은 공시 당일 시장가격을 대폭 상회한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난 2일 종가는 3만1250원으로, 주당 매각가격 4만8000원은 이보다 53.6% 높은 수준이다.다만 계약 당사자들은 가격 산정 배경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가격과의 차이만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이번 거래가 단순한 지분 현금화 이상으로 읽히는 이유는 매각 상대와 임 대표의 입장문에 있다.우선 나우아이비캐피탈이 운용하는 나우아이비 22호 펀드는 이번 거래를 위해 한미약품그룹의 기존 4자연합이 별도로 만든 펀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아이비캐피탈 측도 이번 거래를 단순 투자라고 설명하면서도 주주로서 의결권은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나우아이비캐피탈 관계자는 "단순 투자지만 의결권은 행사할 예정"이라며 "한미사이언스의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해당 지분이 모녀 측에 우호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어머니·누님과 함께"…입장문도 봉합 관측에 힘 실어임 대표가 낸 별도 입장문도 오너가 내부 갈등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임 대표는 "아버님인 한미그룹 창업주 임성기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과 뜻을 가장 진정성 있게 계속 이어가기 위해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불필요한 논란이 사라지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이어 "어머니, 누님과 함께 '제약보국'이라는 아버님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회사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제 결정이 '한미를 한미답게' 키워가고 그룹 거버넌스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지분을 펀드에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모친·누나와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임 대표와 어머니, 누나와의 갈등이 이제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장남 임종윤, 개인 지분 0%…신동국 측 29.83%장남 임종윤 회장은 이미 한미사이언스 지분 경쟁에서 사실상 빠진 상태다.임 회장은 지난 3월 27일 자신이 보유하던 한미사이언스 주식 71만8750주와 배우자에게서 빌린 29만8730주 등 총 101만7480주를 신 회장에게 넘겼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개인 보유 지분은 0%가 됐다.임 회장 측 회사인 코리포항과 임 회장이 최대주주인 DXVX 보유분도 신 회장에게 넘어갔다. 신 회장은 임 회장과 코리포항·DXVX 등 6인으로부터 총 441만32주를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이 거래로 신 회장 개인 지분은 16.43%에서 22.88%로 높아졌다. 한양정밀이 보유한 6.95%를 더하면 신 회장 측 지분은 29.83%다.임 회장은 앞서 2025년 2월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에 선임돼 중국 사업을 맡는 한편 코리그룹 사업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한때 함께 경영권 분쟁에 나섰던 두 형제의 지분 행보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린 셈이다. 장남 임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개인 지분을 모두 정리했지만, 차남 임 대표는 지분 2.59%를 남기고 모친·누나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택했다.그동안 업계에서는 신 회장 측이 임 대표의 지분에도 관심을 보여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임 대표가 신 회장 측이 아닌 제3의 펀드를 매각 상대로 선택하면서 신 회장이 임 대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은 일단 낮아졌다.모녀와 손잡았던 신동국…이젠 600억원 소송한미약품그룹에서는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송 회장·임 부회장 모녀와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경영권을 두고 맞섰다. 갈등은 2024년 모녀 측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본격화됐다.신 회장은 2024년 3월 주주총회 당시에는 OCI 통합에 반대하던 형제 측을 지지했다. 이후 송 회장·임 부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와 '4자연합'을 구성하면서 모녀 측에 힘을 실었다.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뒤 4자연합 내부에서도 균열이 불거졌다. 송 회장·임 부회장과 라데팡스 측 킬링턴 유한회사는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을 어겼다며 600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소송의 핵심 쟁점은 서울 반포동 시니어케어 사업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했으며 오는 10월 1일 오전 10시 1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다만 신 회장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인 것과 별개로 4자연합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임 대표의 이번 매각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사정에 따른 펀드 거래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같은 편으로 표 던지면 40.86%…확정 우호지분은 아냐시장에서는 임 대표의 지분 매각 이후 오너 일가 측과 신 회장 측의 지분 구도를 다시 계산하고 있다.나우아이비 22호 펀드가 인수할 예정인 2.50%와 임 대표의 잔여 지분, 송 회장·임 부회장 및 친인척·재단 등 관련 지분을 합산하면 31.05%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라데팡스 측 킬링턴 유한회사가 보유한 9.81%를 더하면 40.86%다.이 수치는 신 회장과 한양정밀 측 지분 29.83%보다 11.03%포인트 많다.다만 40.86%를 모두 확정된 모녀 측 우호 지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우아이비 22호 펀드와 임 대표, 라데팡스 측이 실제 주주총회에서 같은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합산치이기 때문이다.나우아이비 22호 펀드는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자 성격도 지닌다. 향후 투자 회수 시점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의결권 행사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매각 거래 역시 아직 최종 종결 전이다.이번 거래를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갈등의 완전한 종결로 보기는 이르다. 다만 임 대표가 모친·누나와의 협력을 공식화하면서 과거의 '모녀 대 형제' 구도는 상당 부분 힘을 잃었다.장남 임종윤 회장이 개인 지분을 모두 정리한 만큼 향후 핵심 변수는 송영숙·임주현·임종훈 측과 신동국 회장 측의 관계, 600억원 소송 결과, 나우아이비 22호 펀드와 라데팡스 등 주요 주주들이 실제 주주총회에서 어느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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