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반도체 ‘K종자 산업’을 아십니까 [스페셜리포트]
![농업의 반도체 ‘K종자 산업’을 아십니까 [스페셜리포트]](https://imgnews.pstatic.net/image/024/2026/02/12/0000103454_001_20260213084106453.jpg?type=w800)
장면1. 밥 짓는 냄새가 다르다. 구수한 팝콘 향이 나는 밥,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시드피아 ‘골든퀸’이다. 오랜 기간 일본 품종이 장악했던 프리미엄 쌀 시장에 30년 육종 외길을 걸어온 조유현 시드피아 대표가 반기를 들며 일궈낸 성과다. 시드피아 주력 품종인 진상벼, 골든퀸 2호·3호, 수향미(골든퀸 3호 브랜드명) 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대기업도 알아봤다. CJ제일제당은 햇반용 쌀로 시드피아 품종을 선택해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천지향1세, 동행벼 등이 그 결과물이다. 시드피아 위상은 숫자로 증명된다. 지난해 기준 시드피아 종자로 생산되는 벼만 12만여t이다. 농가 수매가로 따져도 2000억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덕분에 시드피아 영업이익률 역시 50%가 넘는다. 잘 만든 종자 하나가 농촌에 매년 수천억원 소득을 안겨주는 ‘황금알’이 된 셈이다.장면2.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딸기 시장 90%는 ‘장희(아키히메)’ ‘육보(레드펄)’ 등 일본 품종이 장악했다. 일본이 로열티를 요구하자 국내 연구진은 ‘종자 독립’을 목표로 밤낮없는 연구에 매진했다. 그 첫 결실이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가 개발한 ‘설향’이다. 설향은 일본 품종보다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아 빠르게 시장을 대체했다. 현재 국내 시장 내 일본 품종 점유율은 5%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어 단단한 과육으로 수출에 적합한 ‘매향’ ‘금실’, 대과종인 ‘킹스베리’ 등이 연이어 개발되며 ‘K딸기’ 수출 신화를 썼다. 2024년 기준 한국 딸기 전 세계 수출 규모는 6753만달러(약 971억원)를 기록했다. 5년 전보다 47%나 급증해 한국 농산물 수출 1위 품목으로 등극했다. 과거 외국산 품종에 의존해 로열티를 지불하던 한국 농업이 독자적인 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로열티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종자 강국’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팜한농 육종연구원에서 연구원이 종자를 개발하는 모습. (팜한농 제공)총성 없는 종자 전쟁한국의 현주소는종자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다. 농업의 시작이자 끝이며 식량 안보와 직결된 국가 전략 물자다. 반도체가 전자 산업 성능을 좌우하듯 종자는 농산물 수확량, 맛, 병해충 저항성 등 핵심 품질을 결정한다. 기후 위기와 국제 분쟁으로 식량 수급 불안이 심해지며 우수한 종자를 보유한 국가는 자원을 확보한 것과 같은 지위를 누린다.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600억~800억달러(약 80조~100조원)로 추산되며 연평균 6~7% 성장세를 보인다. 2030년에는 1000억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시장 규모로 따지면 글로벌 제약이나 방산 시장에 버금간다. 바이엘(Bayer), 코르테바(Corteva), 신젠타(Syngenta)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M&A(인수합병)를 통해 몸집을 불리며 세계 시장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한국 종자 산업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흥농종묘, 중앙종묘 등이 국내 산업을 이끌 때도 있었다. 그러다 전환기를 맞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외국 자본이 공습해 주요 기업이 몬산토, 신젠타 등 글로벌 기업에 M&A되며 수많은 토종 유전자원이 해외로 넘어갔다.딸기 종자 ‘설향’을 개발한 김태일 우리종묘 딸기연구소장(전 논산딸기시험장장)은 “외환위기 후 국내 기업 사이에서 K종자 중요성에 눈을 떴다”며 “이후 LG, NH농협 등 대기업, 아시아종묘와 같은 중소기업이 해외 거대 기업 사이에서 그나마 종자 주권을 지켜내며 육종 기술력과 유통망을 방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국내 종자·육묘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9700억원대다. 한국 종자 산업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1.4% 수준으로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는 분위기다. 채소 종자 분야, 특히 고추·무·배추를 비롯해 딸기·쌀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 육종 기술력을 보유했다. 최근 기능성 종자와 디지털 육종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K시드(Seed)’ 위상을 높이고 있다. 헤테로가 직접 개발해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있는 골드베리. (헤테로 제공)어떤 기업 눈길 끄나농우바이오·팜한농…대기업 ‘열일’‘K종자’ 맏형은 단연 NH농우바이오다. 국내 채소 종자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주요 종자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매각될 때도 독자적인 경영권을 지켜내며 종자 주권을 수호했다. 현재 미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다. 전 세계 70여개국에 종자를 수출, ‘비전 2030’을 통해 글로벌 10대 종자 기업 진입을 목표로 뛴다.최근 농우바이오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기후 위기 극복’이다.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농가에서는 ‘병에 강하고 극한 환경에서도 죽지 않는(내병성·내재해성)’ 종자를 원한다. 대표 성과가 고추 품종인 ‘제왕청고’와 ‘청정지대’다. 이들 품종은 고추 재배 농가 최대 골칫거리인 청고병(풋마름병)에 강력한 내병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CMV), 탄저병, 칼라병, 역병 등 다양한 병해에 복합적인 저항성을 지녔다. 초세가 강하고 열과(갈라짐)·칼슘 결핍 현상이 적어 기후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도 높은 생존력과 상품성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여름철 고온기 재배에 특화된 ‘TS판타지 대추방울토마토’ 역시 농우바이오 기술력을 입증한 사례다. 폭염과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생육과 착과가 안정적이고 주요 병해에 대한 복합 내병성까지 갖춰 여름 작기 토마토 재배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이런 성과 배경에는 첨단 ‘디지털 육종(Digital Breeding)’ 기술이 있다. 농우바이오는 다수 우량 계통과 유전자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전체 선발(Genomic Selection)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기존 육종 방식이 육성가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교배 조합을 설계했다면 디지털 육종은 방대한 유전체·표현형 데이터를 분석해 교배 결과를 사전에 예측한다. 이를 통해 병 저항성뿐 아니라 수량성, 재배 안정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을 수립한다.팜한농 역시 눈길을 끈다.지난해 전국 고추 주산지 농민 사이에서 “고추가 아닌 금덩어리”라는 호평을 이끌어낸 ‘티탄대박’이 팜한농 품종이다. 농사를 망치는 주범인 칼라병(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과 탄저병을 동시에 막아내는 ‘복합 내병성’ 덕분에 약값은 줄고 수확량은 늘어나니 농민들이 찾을 수밖에 없었다.현장 열기는 지난해 팜한농 실적표에 드러났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팜한농 종자(기타 부문) 내수 매출은 3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재작년 1년 치 내수 판매액(369억원)의 90%를 3분기 만에 달성한 수치다. 순이익 곡선은 더욱 가팔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68억원으로 전년 동기(9억7000만원) 대비 37배 가까이 폭증했다. 전체 매출에서 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5.2%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무, 배추 등 주력 품종 수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전체 종자 매출 절반 이상(약 63%)이 해외에서 나올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특히 LG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육종 현장에 본격 투입한 지난해는 ‘데이터 육종’ 원년이었다. AI가 수천수만개 유전자 조합을 시뮬레이션해 통상 10년이 걸리던 신품종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 육종을 ‘데이터 과학’으로 바꾸고 있다.아시아종묘 역시 이 분야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윈스톰’ 양배추는 거센 비바람과 태풍에도 끄떡없고 여름철 고온과 병충해를 이겨내는 독종 같은 생명력을 앞세웠다. 이 종자 하나로 거둔 매출액만 48억원에 달한다. 덕분에 아시아종묘는 지난해 기준 매출 278억원, 영업이익 약 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아시아종묘 특장점은 ‘종자 백화점’을 자처한다는 점이다. 보유한 작물 수만 243개, 품종은 1444개에 달한다. 대기업이 장악한 레드오션 대신 허브, 어린잎채소, 새싹채소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독자적인 생존 공식을 만들었다.기술력도 만만치 않다. 핵심 무기는 ‘웅성불임성’ 기술이다. 암수딴그루를 만들어 불량 종자가 섞이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순도 100% 교배종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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