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짬짜미’ 7개사에 과징금 6710억원…가격 재결정 명령도

역대 최대 과징금지난 2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씨제이(CJ)제일제당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공정거래위원회가 6년에 걸쳐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7개 제분사에 과징금 6710억원을 부과했다. 담합 사건 관련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다. 이들은 과거 담합으로 적발된 적 있는 업체들로, 원재료 값 상승으로 수백억원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이같은 담합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적발된 업체들을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공정위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제면·제과업체에 판매하는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7개 제분사(사조동아원·대한제분·씨제이제일제당·삼양사·대선제분·한탑·삼화제분)에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담합으로 형성된 가격을 각 기업이 3개월 내에 적정한 수준으로 다시 정해 보고하도록 하는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부과했다.이들 업체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풀무원 등 제면업체와 롯데제과, 해태크라운 등 제과업체를 비롯한 대형 수요처에 밀가루를 공급한다. 국내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이들 업체의 점유율은 87.7%(2024년 매출액 기준)에 이른다.공정위는 7개 제분사가 이 같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담합 기간 총 24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인하 폭과 그 시기, 거래처에 공급하는 밀가루 물량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대형 수요처를 대상으로 한 담합이 대부분이었고, 이들 업체의 대표자급·실무자급은 담합을 위해 총 55차례에 걸쳐 만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관련 매출액은 5조6900억원에 이른다.이들 업체는 2020~2022년 국제 원맥 시세 상승기에는 상승분을 최대한 신속하게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2023년 이후 원맥 시세 하락기에는 하락분을 최대한 늦게 반영하기 위해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2022년 9월께에는 담합 시작 당시인 2019년 12월에 견줘 제분사별로 밀가루(중력분 기준) 판매 가격이 38~74% 상승하기도 했다.특히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국제 원맥 시세 상승 기간에 이들 업체에 총 471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음에도 이들은 담합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앞서 2006년에도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이를 감안하면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지적했다.가격 재결정 명령에 따라 제분사들이 밀가루 가격을 추가로 낮추면 이를 주요 원재료로 하는 라면, 국수, 빵, 과자 등 제품의 원가 부담도 낮아지게 된다. 앞서 지난 1∼2월 제분사들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5%가량 자진 인하한 바 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업계에서 일부 인하한 것이 모든 거래처나 품목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닌 만큼 좀 더 살펴볼 부분이 남아 있어 가격 재결정 명령을 했다”고 설명했다.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담합이 적발된 제분사들을 경영안정자금(융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또 매달 밀가루 가격을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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