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더 많이 먹네” 싸우기만 한 MBK·메리츠…홈플러스 청산 위기

법원 3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서울시내 한 홈플러스 모습. ⓒ 뉴스1 홈플러스가 청산될 벼랑 끝에 섰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회생에 필요한 2000억 원의 긴급운영자금을 끝내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법원은 이번 폐지를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다’고 보고 결정했다. 급여·물품대금·조세 등 공익채권이 급증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곧 파산은 아니다. 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하거나 채권자가 파산을 신청하는 절차가 남았다.회생 지속을 원하는 홈플러스와 MBK는 즉시항고로 맞설 수 있다. 또 법원은 ’14일 이내 자금을 조달해 즉시항고할 경우' 회생을 다시 밟을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다.어쨌든 이번 법원 결정이 나기까지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한 달 넘게 책임을 미루기만 했다. 두 금융사는 그 동안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갔으면서도 “네가 더 많이 벌었으니 부담을 져라”며 다퉜다.3일 홈플러스는 ‘법원이 준 2주 말미 동안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MBK와 메리츠는 별 다른 입장문을 내지 않기로 했다.정부는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데도 그 사이에서 제대로된 조정을 하지 않았다. 정작 10만 여명의 노동자와 협력업체만 벼랑 끝에 서게 된 셈이다.MBK, 지분 잃지만 4조원어치 자산 이미 팔아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10년 간 점포 등을 팔아 마련한 4조원으로 인수대금 등을 갚는데 썼다.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약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다. 빚을 내 인수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이었다. 인수금융 2조7000억원에 기존 차입 1조3000억원을 더한 빚은 약 4조원이었다. 채무는 인수 대상 회사인 홈플러스가 부담하게 했다. 나머지 인수자금은 3조2000억원 자기자본으로 충당했다.이후 MBK는 2016~2023년 전국의 점포 등 유형자산을 총 4조 1130억 원어치 팔았다. 같은 기간 신규로 취득한 자산은 7081억 원에 그쳤다. 점포를 팔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진 빚을 갚고 자산을 줄였다.여기에 메리츠는 “MBK 3호 펀드가 홈플러스 투자로 약 1조 2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MBK는 “홈플러스 투자금 2조5000억 원을 전액 손실 처리했고, 정상화에 4000억원을 지원했다”며 메리츠 주장에 반박했다.청산이 확정되면 홈플러스 지분 100%를 쥔 MBK 지분 가치는 사실상 소멸한다. 주주는 청산 배당의 최후순위이므로 채권자 등에게 돌아가면 남는게 없기 때문이다.“메리츠 이미 2600억 원 회수, 청산 땐 5000억 원 더 벌어” 메리츠는 지금까지 실제로 2561억 원을 회수했다. 2024년 5월 리파이낸싱(대출 연장)으로 홈플러스에 1조 3000억 원을 빌려줬다. 그 뒤 원금 1348억 원과 이자·수수료 1213억 원을 받았다.여기에 더해 홈플러스와 MBK는 청산이 이뤄지면 메리츠가 담보로 잡은 64개 점포를 처분해 이익을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담보가액은 1조 5600억 원이다.이 둘을 합하면 총 회수액은 1조 8161억 원에 이른다. 대출 원금 1조 3000억 원을 빼면 약 5000억 원의 추가 수익이라는 게 MBK측 주장이다.게다가 연 20% 연체이자도 쌓여있다. 회생 신청일부터 7월 3일까지 3384억 원으로 추산된다.이에 메리츠는 “미실현 평가가치를 현금 수익으로 둔갑시킨 계산이며, 청산 시 담보가치가 원금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메리츠는 대주주 MBK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먼저라며 1000억 원 이상은 대지 않겠다고 못 박은 상태다.협력·입점까지 합하면 10만 생계 위협 두 금융사가 셈을 다투는 사이, 생계가 걸린 이들은 10만 명에 이른다. 직영 직원은 회생 전 약 2만 명에서 7월 초 1만 1000여 명까지 줄었다.여기에 협력사원·물류·시설관리·입점업체 종사자 등 간접고용 8만~9만 명을 더하면 약 10만 명에 이른다. 납품업체 1800여 곳과 입점업체 8000여 곳의 종사자가 이 간접고용에 포함된다.피해는 이미 현실이 됐다. 납품 중소 협력사의 미정산금은 평균 7억 7400만 원이다. 5억 원 이상 못 받은 곳이 40.7%에 달했다.임금과 퇴직금도 밀렸다. 홈플러스 본사는 7월 2일 “자금 부족으로 6월 중순 퇴직자의 퇴직급여 지급이 지연된다”고 공지했다. 회생 개시 이후 퇴직금이 미뤄진 첫 사례다.이에 재정경제부는 홈플러스 중소 협력업체에 4400억+α 유동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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