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 2주…웃는 건 이란뿐 "미국은 뭘 얻었나"

지난달 17일 서명 14개항 각서 2주…"가장 이상한 합의"정권교체 명분 무산…이란, 제재 완화에 동결 자금 확보이스라엘 92% "이란이 최대 수혜"…핵합의가 최대 변수 등록 2026-07-03 오후 4:28:32 수정 2026-07-03 오후 4:28:32 가 가 페이스북 트위터 메일 프린트 KAKAO URL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멈춘 지 2주가 흘러간 가운데, 전면전이 끝난 것 자체는 성과로 볼 수 있겠지만 미국이 정작 무엇을 얻었느냐를 두고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전히 건재할뿐더러 더욱 강경해진 지도부를 앞세워 제재 완화와 협상력까지 거머쥔 이란이 오히려 최대 승자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전쟁은 멈췄지만…“미국은 무엇을 얻었나”2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17일 서명한 14개항 양해각서(MOU)와 관련, 서명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무엇을 담았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조차 합의되지 않은 ‘이상한 문서’로 남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각각 프랑스 베르사유궁과 테헤란에서 원격 서명한 이 각서는 2쪽 분량에 불과하다. CNN은 이를 두고 “가장 이상한 국제 합의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가장 뚜렷한 성과는 반세기 넘게 적대해온 두 나라가 전면전을 멈췄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시작한 전쟁이 종전 협상으로 방향을 튼 것만으로도 수많은 인명을 구했다는 진단이다.하지만 미국이 전쟁 개시 명분으로 내세운 이란 지도부 교체나 종전 협상 근거로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개통’을 두고는 회의론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돕고 정권을 교체하겠다며 전쟁을 시작했지만,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고도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권력을 승계하며 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의 대규모 봉기도 일어나지 않아, 정권 교체도 이란 국민의 ‘자유’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해협 개통도 마찬가지다. 이 해협은 전쟁 전에는 이미 열려 있던 곳이다. 미국이 전쟁을 벌여놓고 원래 상태로 되돌린 것을 성과로 내세운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이란은 각서가 해협의 자유 통항까지 보장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며, 지난달 말 상선을 향해 드론을 쏘기도 했다. 미국이 합의의 이유로 꼽았던 바로 그 해협 문제조차 양측 해석이 엇갈리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화당에서는 ‘나쁜 합의’라는 비판이 거세고, 민주당은 159쪽에 달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의 핵합의(JCPOA)와 비교하며 조롱하고 있다.웃는 쪽은 이란…‘역설의 승자’아울러 이란은 넉 달간의 공습을 견뎌내고 오히려 더 강한 위치에 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가 사망했지만 지도부는 오히려 더 강경해졌고, 대리 세력(프록시) 조직망도 살아남아 여전히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이에 더해 제재의 단계적 해제와 동결 자산 해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실제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카타르에 동결돼 있던 자국 자산 60억달러(약 9조 2000억원)를 돌려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각서에 담긴 이행 조건 중 하나다. 미 재무부가 제재를 유예하면서 이란은 원유 판매도 재개했다. 전쟁 전보다 3분의 1가량 많은 하루 200만 배럴을 팔 수 있고, 더는 큰 폭의 할인을 얹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란 재건을 위한 3000억달러(약 462조 400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까지 거론된다.이란이 각서에서 약속한 ‘핵무기 비추구’도 새로운 양보는 아니다. 반세기 전 핵확산금지조약(NPT) 비준 때, 2015년 핵합의 때 이미 내놓은 약속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협상력도 커졌다. 미·이란은 이달 초 카타르 도하에서 기술 협상을 이어갔고 카타르는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우라늄 농축 중단 등 미국의 핵심 요구를 거부할 만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테헤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이스라엘의 분노와 ‘핵 마지노선’합의에서 배제된 이스라엘의 불만도 뇌관이다. 최근 이스라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1%가 “이란이 각서에서 가장 많이 얻었다”고 봤고, 86%가 합의에 부정적이었다.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는 이번 합의를 “이스라엘 외교·안보 정책 사상 가장 충격적인 실패”라고 몰아세웠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합의가 있든 없든”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철수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각서가 레바논 내 군사 작전 중단을 규정했다고 보는 이란과,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해석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결국 이란 핵 문제는 미국이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선이자 합의 전체를 흔들 최대 변수로 남았다. CNN은 최종 핵합의로 나아가기보다 이미 서명한 초기 합의가 무너질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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