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홈플러스, 수십만 명 생계 타격… '2000억' 마련할까

회생법원, 3일 홈플러스 회생 절차 폐지운영자금 조달 실패 탓 "20일까지 기회"파산 시 1만여 명 직·간접노동자 실직에입점사·협력사·투자자 등까지 연쇄 타격MBK·메리츠 책임 공방에, 정부도 잠잠법원이 3일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 4개월 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홈플러스. 뉴스1대형마트 홈플러스가 3일 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는 법원 결정으로 파산 직전에 내몰렸다. 법원은 14일 동안 회생에 필요한 자금 2,000억 원을 조달한다면 회생 절차를 재개할 여지가 있다고 했지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은 책임 공방만 벌여 조달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반전이 없다면 1만 명 넘는 직고용 노동자의 대규모 실직은 물론이고 입점업체, 납품업체 등 수십만 명이 연쇄 타격을 받아 거리에 나앉게 될 상황이다.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회생법원장)는 이날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수정안을 포함해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이 없다"며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회생절차를 종료하라는 뜻이다. 법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이 성사됐지만 나머지 사업부는 인수·합병(M&A)이 이뤄지지 않은 채 영업을 지속해 매출은 감소하고, 급여, 물품대금채무 등 공익채권은 급증하는 상황"이라며 "회생계획안 수행을 위해 운영자금으로 최소 2,000억 원이 필요함에도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는 사유를 밝혔다.다만 법원은 즉시항고 기간인 14일 이내 홈플러스가 자금 조달에 성공한다면, 회생 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법원에 따르면 2주 뒤인 17일은 제헌절로 공휴일이기 때문에, 이달 20일이 기한이다.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채소 코너에 주방용품이 진열돼 있다(위 사진). 지난해 3월 회생 절차 개시 신청 이후 자금난이 계속되면서 제대로 물품 공급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반면 하림그룹 산하 NS홈쇼핑으로 인수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서울 시내 한 매장 채소 코너에서는 같은 날 고객이 다양한 신선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아래 사진). 뉴시스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이커머스 성장과 대형마트 규제 속에서 점포 재투자 등에 소홀해 경영난이 가중됐고, 유동성 위기를 맞아 지난해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회생 신청 전 전국 126곳에 달했던 점포 수는 폐점 등으로 67곳으로 쪼그라들었고, 1만9,000명 수준이던 직고용 임직원 수도 폐점·희망퇴직·퇴사 등으로 지난달 말 기준 1만2,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회사는 올해 4월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에 매각했지만, 실제로 쥔 돈은 기대치(3,000억 원)에 한참 못 미치는 1,206억 원에 그쳤다. 자금난이 계속돼 판매 물품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매출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겪던 홈플러스는 결국 1997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노조 "국가마저 '쩐의 전쟁' 방관" 직격서울회생법원의 홈플러스 기업 회생 절차 폐지 결정이 나온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는 마트산업노조 단식 농성이 51일째 이어지고 있다. 윤기훈 인턴기자이날 법원 결정 직후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는 "사태 주범인 MBK는 끝내 책임지지 않았고, 홈플러스를 통해 막대한 금융이익을 거둔 채권단 메리츠도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을 외면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국가마저 거대 자본의 '쩐의 전쟁'을 방관한 결과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 점주, 가족들의 생존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며 "정부는 14일 내 공적자금 투입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긴급조치를 통해 회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연관기사•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에 마트노조 "14일 내로 공적자금 2000억 투입하라"(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0313470005129)• "회생 계획 수행 가능성 없다"...법원,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0311140004598)• 홈플러스 납품업체 못 받은 돈 평균 7억7000만 원(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2311200004409)• 홈플러스 회생 데드라인 다가오는데… MBK-메리츠는 핑퐁 게임(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1915140003678)홈플러스가 이대로 파산한다면 1만2,000여 명의 직고용 노동자는 물론, 대형마트 매장에서 주차·카트 관리, 청소를 했던 간접고용 노동자 1,000명도 대규모 실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신선식품 납품업체 등 홈플러스에 상품·용역을 제공해 온 4,600여 개 협력업체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이 받지 못한 납품 매금도 업체당 평균 7억7,400만 원에 달한다. 공익채권으로 우선 보호받는 임금과 달리, 납품업체 등의 일반 상거래 채권은 후순위 채권인 탓에 전액을 보전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노후자금, 전세금 등을 투자한 전단채(ABSTB·만기 1년 이내 채권) 채권자들 역시 4,000억 원대 피해액을 구제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노동계는 직·간접고용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 소상공인과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홈플러스 명운에 30만 명의 생계가 달렸다고 주장한다.한국노총 고려아연 노조와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MBK의 홈플러스 사태 해결 및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 시도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MBK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홈플러스의 운명은 2,000억 원 자금 조달 여부에 달렸지만, 조달처로 꼽히는 MBK와 메리츠는 이날도 공방만 거듭했다. 메리츠는 지난달 이사회 의결을 거쳐 1,000억 원 규모 자금(DIP 금융)을 MBK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개인 보증을 전제로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메리츠는 이날 입장문에서 "김 회장은 아직 메리츠가 제공한 DIP 1,000억 원에 보증을 선 바 없다"며 "MBK는 최대주주이자 경영책임자로서 투자 수익만 회수하는 데 그치지 말고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MBK는 '메리츠가 2,000억 원을 대여해 줄 경우 그중 1,000억 원을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법원에 밝혔으며, 이미 4,000억 원을 정상화에 투입해 추가 재원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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