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기여도·분할시점 따라 3조원 넘을 수도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기여도 산정 등 3대 쟁점 남기고 조정 불성립, 변론 재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5일 속행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조정은 결국 성립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변론 절차를 재개해 사건은 다시 법원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공식적인 결렬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쟁점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노 관장의 기여도를 얼마로 볼 것인지, SK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넣을 것인지, 주식가치를 어느 시점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다. ◆…최·노 재산분할 경우의 수와 액수(추정치)◆노관장 기여도, 노태우 자금 빠져도 '장기혼 기여' 등 남아 먼저 가장 중요한 쟁점인 노 관장의 기여도 산정 이슈를 살펴보자.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 측 자금 제공을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2심이 인정한 35% 기여도는 다시 심리 대상이 됐지만, 그렇다고 노 관장의 기여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법원 판단의 핵심은 노 관장의 기여 전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조성된 노태우 전 대통령 측 자금을 기여 요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데 있다. 즉 파기환송심에서 빠지는 것은 노 전 대통령 자금 제공 부분이지, 장기간 혼인관계에서 형성된 생활공동체 기여나 가사·양육, 배우자로서의 사회적 역할까지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분할은 단순히 누가 직접 소득을 벌었는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제도가 아니라, 혼인 중 재산의 형성·유지·증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다. 대법원도 이 사건 상고심에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재산의 명의와 관계없이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나누는 제도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의 쟁점은 "노 관장 기여가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노태우 자금 기여를 제외하고도 노 관장의 기여를 어느 정도로 평가할 수 있는지"로 좁혀진다. 이 사건의 혼인기간이 30년을 훌쩍 넘는 장기혼이라는 점은 노 관장 측에 유리한 요소다. 장기 혼인관계에서는 직접적인 소득활동이 없더라도 가사, 자녀 양육, 배우자의 사회적 활동 지원, 가족 공동체 유지가 재산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 특히 이 사건은 일반적인 고액자산가 이혼 사건과 달리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건이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이 선대로부터 승계된 특유재산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심인 2심은 노태우 비자금 뿐만 아니라 혼인기간과 주식의 형성 과정 등을 고려해 해당 주식에 대한 노 관장 측 기여를 인정했다. 이 경우 노 관장 측은 SK㈜ 주식이 단순히 최 회장의 개인 투자자산이 아니라 혼인기간 중 유지·증식된 지배주식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지배주식은 단순한 시가에 더해 오너의 경영권 유지 정도, 대외적인 신뢰도, 가족의 사회적 평판 등 여러 요소와 결합돼 평가된다. 노 관장 측은 총수 배우자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장기간의 혼인생활 유지가 이러한 지배주식의 안정적 보유와 가치 유지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도 노 관장 측 주장을 전면적으로 차단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부부 일방의 부모 등이 부부나 가족에 대해 한 경제적·비경제적 지원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했다면 이를 재산분할에 참작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그 기여가 반사회성·반윤리성이 현저한 불법자금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참작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는 불법자금만 배제할 뿐, 적법하거나 비금전적인 가족 지원과 배우자의 간접기여는 여전히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노 관장 측에 유리한 또 다른 지점은 최근 장기혼 재산분할 실무의 흐름이다. 이혼 소송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이혼 재산분할 사건에서는 장기 혼인관계를 유지한 경우 직접 소득 기여가 크지 않은 배우자에게도 상당한 기여도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노 관장 측은 30년 이상 이어진 혼인관계와 가족 공동체 유지, 자녀 양육, 배우자의 사회적 활동 지원을 근거로 기여도를 최대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대법원이 노태우 자금 기여를 배제한 이상 2심의 35% 기여도는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 주장은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실제 파기환송심에서 35%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기여도가 낮아진다고 해서 곧바로 한 자릿수나 극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고려해야 할 것은 노태우 자금 기여를 제외한 나머지 사정이다. 장기혼, 가사·양육, 배우자로서의 사회적 역할, 혼인기간 중 형성된 생활공동체, SK㈜ 주식의 유지·증식 과정에서의 간접기여 등이 모두 심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재산분할 기여도는 수학적 공식으로 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혼인기간과 재산 형성 경위, 당사자 역할, 재산의 성격 등을 종합해 판단된다. 이 때문에 노 관장 측의 현실적 목표는 2심의 35%를 방어하는 데만 있지 않다. 대법원이 배제한 노태우 자금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장기혼 기여를 독립된 기여 요소로 인정받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재판부가 SK㈜ 주식을 분할대상으로 유지하고, 장기간 혼인생활에 따른 간접기여를 상당 부분 인정한다면, 기여도는 2심보다 낮아지더라도 의미 있는 수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기여도 산정은 평가시점 문제와 결합될 경우 파급력이 더 커진다. 최근 SK㈜ 주가가 2심 변론종결 당시보다 크게 오른 상황에서, 기여도가 다소 낮아지더라도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무렵의 주가가 반영되면 실제 분할액은 줄지 않을 수 있다. 노 관장 측으로서는 기여도 방어와 평가시점 주장을 함께 전개할 필요가 있다. 결국 파기환송심의 기여도 쟁점은 노태우 자금 배제 이후에도 남는 기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대법원 판결은 노 관장 측에 불리한 요소를 제거하라는 취지였지만, 장기혼에 따른 실질 기여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다. 노 관장 측이 파기환송심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불법자금과 무관한 독자적 기여, 즉 혼인공동체 유지와 배우자로서의 장기간 간접기여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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