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팹 10년 앞당긴다” 靑 속도전에…“지원이 먼저” [biz-플러...

[반도체 메가투자 시동]■용인 클러스터 10년 앞당긴다美·中 추격 따돌리려 팹 조기 가동규제완화·보조금 지원·稅혜택 등가용수단 총동원 정책 패키지 필요2027년 메모리 성장세 둔화 가능성정교한 수급관리 대책도 고민해야올 1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5년 내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습니다.”이달 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현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던진 이 한마디에는 엔비디아, 애플 등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차세대 메모리 주도권을 사수하려는 업계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실제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글로벌 메모리 양대 산맥은 미국 마이크론,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맹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매일같이 캐파(생산능력) 확충 시간표를 갱신하고 있다. 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저전력 D램(LPDDR6) 등 차세대 칩 수요가 월 단위로 출렁이는 탓이다.이처럼 촌각을 다투는 기업들을 향해 정부가 돌연 ‘속도전’과 ‘지방 분산’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업계 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관훈토론회에서 ”당초 2040년 중후반으로 예정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을 2034~2035년으로 10년가량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 공정 팹(공장) 건설에 7~8년이 소요되는 점을 들어, 광주 등 호남권에 새로운 반도체 투자 밑그림을 당장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기업들은 생산능력 확대라는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청사진이 현장 상황을 간과한 무리한 요구라며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철저한 자체 셈법에 따라 투자를 집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2026년 시설 및 연구개발(R&D)에만 합산 총 11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평택 P5 팹 유휴 부지를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가동될 청주 M15X(약 10만 장)와 2030년 완공 목표인 용인 1기 팹(약 36만 장)을 더해 현재 월 55만 장 수준인 웨이퍼 생산 역량을 2030년 111만 장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문제는 물리적 한계다. 당장 360조 원이 투입되는 삼성전자 용인 국가산단의 토지 보상률은 올 3월 말 기준 43%에 그치고 있다. 첫 삽을 뜨기 위한 행정적 기초 작업조차 절반을 못 넘긴 상태에서 완공 시기를 일괄적으로 10년 앞당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SK하이닉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30년 용인 1기 팹 가동이 최우선일 뿐, 4기 팹 전체를 2030년대 중반까지 완성한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용인과 평택 현장만으로도 전국의 대형 건설 장비와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광주 등 타 지역에 새로운 전선을 구축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을 정당화하기 위해 용인 조기 완공이라는 비현실적 목표를 세운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단기간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어 공장을 짓는 방식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I 수요 폭발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산업 특유의 사이클(주기) 리스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 키옥시아 등이 호황기에 무리하게 증설에 나섰다가 다운사이클에 진입하며 막대한 고정비와 적자를 떠안은 뼈아픈 선례가 있다.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시장은 내년 하반기께 기존과 달리 성장세가 살짝 둔화할 전망이다. 지난해만 360조 원 규모였던 메모리 시장은 2026년 4.2배 성장한 1500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27년에도 2100조 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하지만 시장 성장세가 예전만 못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2027년 하반기부터 신규 팹들의 물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핵심이 맹목적인 캐파 확장이 아니라 ‘장기공급계약(LTA)’에 기반한 맞춤형 수급 관리에 있는 이유다.전문가들은 정치적 논리가 배제된 철저한 경제성 검증을 촉구하고 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당장 호남에 새 클러스터를 지어야 할 만큼 캐파 확대가 시급한 상황인지 의문”이라며 “핵심 인재들의 지방 기피 현상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 없이 정치적 계산만으로 공장을 밀어붙인다면 결국 막대한 혈세 낭비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 제공=용인시용인 삼성전자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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