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매대서 사라지는 PB…홈플러스 위기의 '민낯'
![[인사이드 스토리]매대서 사라지는 PB…홈플러스 위기의 '민낯'](https://imgnews.pstatic.net/image/648/2026/06/25/0000048314_001_20260625070018061.jpg?type=w800)
핵심 성장동력이던 PB 사업 직격탄납품 중단·거래 축소에 단종 상품 증가운영자금 확보 실패 시 청산 가능성도그래픽=비즈워치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가 장기화하면서 자체브랜드(PB) 사업에도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한때 홈플러스의 핵심 성장동력이었던 PB 상품들이 잇따라 품절되거나 단종 수순을 밟고 있는데요. 생산을 맡아온 중소 제조업체들 역시 대금 정산 지연으로 경영난에 빠졌습니다. 결국 홈플러스의 위기가 PB 상품을 넘어 제조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매대에서 사라지는 상품들PB는 그동안 홈플러스의 차별화 전략을 이끌어온 핵심 사업이었습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제조사 브랜드(NB)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는데요. 인기에 힘입어 PB 상품 종류는 2019년 900여 종에서 2023년 3000여 종으로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PB 브랜드 '심플러스(simplus)'와 밀키트 PB '홈밀' 등은 대형마트 PB 가운데서도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며 충성 고객을 끌어모았습니다. 우유·콩나물·두부·라면 등 식품은 물론 화장지와 종이컵 등 비식품까지 가성비를 앞세운 상품을 선보이며 홈플러스의 상품 경쟁력을 뒷받침해 왔죠.대표 상품인 '심플러스 두유'는 올해 2월 온라인 구매 고객의 월별 재구매율이 최대 45%를 기록했고, 지난해 9월 출시된 '심플러스 딸기잼'은 출시 한 달 만에 온라인 판매량이 전월 대비 300% 증가하기도 했습니다.홈플러스 온라인에서 품절된 심플러스 제품들/사진=홈플러스 온라인몰하지만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온라인몰과 일부 매장에서는 상당수 PB 상품이 품절된 뒤 재입고되지 않고 있는데요. 회생절차 개시 직후 협력사들의 납품 중단이 이어진 데다, 상품 공급 정상화도 지연되면서 판매 중단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겁니다.대표 PB 라면 상품인 '이춘삼 짜장라면'도 변화를 겪었습니다. 2022년 12월 출시된 이춘삼 짜장라면은 개당 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홈플러스는 이 같은 흥행에 힘입어 후속 상품인 '이해봉 짬뽕라면'도 선보였습니다. 두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출시 약 2년 만에 1000만개를 넘어섰습니다.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맛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제조사였던 삼양식품이 생산에서 손을 떼고 하림산업이 새롭게 제조를 맡으면서 제품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기존 유탕면 방식으로 생산되던 제품은 건면 제품으로 바뀌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제조사 변경이 아니라 홈플러스와 협력사 간 관계 변화가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밀키트 PB 브랜드인 '홈밀'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홈밀 제품 생산에 참여했던 일부 중소 제조업체들이 거래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일부 상품은 단종되거나 판매 규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PB 사업은 유통사가 상품을 기획하더라도 실제 생산은 제조사가 담당하는 구조인데요. 제조업체들의 이탈이 이어질 경우 상품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묶여버린 납품대금 홈플러스 못지않게 협력업체들의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21일부터 6월 5일까지 홈플러스 납품업체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76.7%가 대금 정산 지연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홈플러스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납품업체들이 받지 못한 대금 규모도 상당한데요. 최대·최소 응답값을 제외한 평균 미정산 납품대금은 7억74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5억원 이상을 받지 못한 업체는 40.7%, 10억원 이상을 받지 못한 업체도 24.0%에 달했습니다. 납품일로부터 60일 이상 정산이 지연되고 있다는 응답은 98.0%에 이르렀습니다.홈플러스 매장 내 텅 빈 매대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정산 지연은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원부자재 구입 대금 및 하도급 대금 결제 지연'(85.3%)을 꼽았습니다. 이어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 등 필수 운영자금 부족'(65.3%), '인건비 지급 지연 및 인력 이탈 위기'(24.7%)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결국 홈플러스의 자금난이 협력 제조업체들의 자금난으로 번지고 있는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PB 사업 특성상 협력사 이탈이 장기화될 경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PB는 유통사와 제조사 간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사업인 만큼 한 번 거래가 끊어진 업체를 다시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살아날 수 있을까이에 홈플러스는 PB 경쟁력 자체가 훼손됐다기보다는 상품 공급 차질에 따른 일시적인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홈플러스는 최근 NS쇼핑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영업양수도 본계약을 체결한 뒤 익스프레스 사업의 회복세를 근거로 대형마트 사업 역시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홈플러스 측은 "익스프레스는 이달 초부터 NS쇼핑의 지급보증을 바탕으로 상품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약 2주 만에 회생절차 이전 매출의 50%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형마트 사업 역시 2000억원 규모의 DIP(Debtor In Possession·회생기업 운영자금) 대출을 통해 상품 공급만 정상화된다면 객수와 매출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11일 경기도의 한 홈플러스에 영업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7월 3일까지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서울 중계·신내·면목·잠실점 등 37개 매장의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냉담합니다. 홈플러스는 최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마무리했지만 회생계획안 실행에 필요한 2000억원 규모 운영자금 확보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 인가 시한은 오는 7월 3일인데요. 업계에서는 향후 일주일여가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만약 기한 내 실현 가능한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회생절차 폐지나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회생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협력사들 역시 거래 지속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PB 사업은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협력사 이탈과 상품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결국 홈플러스의 위기는 PB 상품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 이탈과 매출 감소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때 홈플러스 성장을 이끌었던 PB가 이제는 홈플러스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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