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 투자 '샤힌' 가동 초읽기…석화업계, 사업 따라 처지 엇갈려

에쓰오일, 연간 에틸렌 180만톤·폴리머 120만톤 생산체제 구축中 공급과잉 속 신규 PE 물량 유입…기존 NCC 업체 부담 가중롯데, 샤힌 가동에 범용사업 부담 가중…LG, 충격 제한적한화, 양가적 상황…NCC 부담 속 EVA 사업 원료 경쟁력 기대에쓰오일의 초대형 석유화학 투자사업인 '샤힌 프로젝트'가 연내 상업가동을 앞두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서로 다른 처지에 놓였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범용 석유화학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원료 조달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 사업 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24일 업계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이달 말 기계적 완공(Mechanical Completion)을 마치고 시운전을 거쳐 내년 초 상업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총 투자비만 9조원을 웃도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다.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사진 왼쪽)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높이 118미터의 프로필렌 분리타워,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에쓰오일]샤힌 프로젝트의 핵심은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기술이다. 기존 나프타분해시설(NCC)가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원유를 직접 투입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이 극대화 된다.특히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에틸렌 180만톤(t), 프로필렌 75만t, 폴리머 120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24일 기준 전체 EPC 공정률은 100%에 근접한 상황이다.문제는 샤힌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이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이다.샤힌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에틸렌 180만톤 가운데 약 120만톤은 폴리에틸렌(PE) 제품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PE는 포장재, 비닐, 산업용 필름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범용 석유화학 제품이다. 문제는 중국의 대규모 증설로 글로벌 PE 시장 역시 공급과잉 국면에 진입한 상태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샤힌 가동 이후 원가 경쟁력을 갖춘 신규 물량이 시장에 본격 유입될 경우 기존 NCC 기반 업체들의 수익성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가장 긴장하는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NCC 사업자로 꼽힌다. 중국발 공급과잉 장기화 속에 수년째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범용 제품 수익성 악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이탓에 롯데케미칼은 사업 재편 작업에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대산에서 HD현대케미칼과 사업 구조개편에 나선 데 이어 여수 지역에서도 한화솔루션, DL케미칼, 여천NCC와 구조개편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샤힌 가동 이후 범용 PE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경우 롯데케미칼의 사업성 악화도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LG화학 역시 샤힌 프로젝트의 영향권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NCC 설비를 운영하는 만큼 공급과잉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범용 석유화학 의존도를 낮추고 첨단소재와 배터리 소재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여수국가산단 야경 [사진=여수시]LG화학은 여수에서 GS칼텍스와 구조개편 작업과 함께 양극재, 친환경 소재, 신약 등 고부가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용 POE, 탄소나노튜브(CNT) 등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범용 PE 시장과의 직접 경쟁 노출도를 줄여왔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샤힌 가동에 따른 영향을 받더라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한화솔루션은 가장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은 여천NCC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NCC 사업 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다. 반면 한화솔루션의 본업인 태양광용 EVA 등 고부가 제품 사업에서는 에틸렌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원료 조달 비용 하락에 따른 수혜 가능성도 존재한다.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단순한 신규 공장 가동이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라며 "원가 경쟁력이 높은 TC2C 설비가 등장하면서 범용 중심 사업자는 사업 전환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반면 고부가 제품 중심 기업들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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