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로 살펴보는 호남홀대론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달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는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투자 총액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야 할 만큼 거대했습니다. 실제 그 숫자가 현실화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호남 지역은 과거 어느 때보다 지역 발전의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혹자가 특정 지역에 대한 편중된 투자라고 하자, 대통령은 그간 호남이 소외됐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번에 하기로 약속한 투자액은 그동안 소외되면서 감당했던 비용을 생각하면 ‘조족지혈’이라고 표현했습니다.그러면서 근거로 인구 변화를 들었습니다. 해방 당시만 해도 호남 인구가 영남보다 더 많았다고 했습니다. 당시 한국의 산업 기반이 농업이었고, 평야 면적 면에서 호남이 영남보다 훨씬 많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이후 7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두 지역 인구에 결정적 변화를 준 것은 ‘산업화’였습니다. 수도권과 부산을 잇는 경부라인을 중심으로 국가 전략 산업단지가 위치하면서 역전된 것이죠. 다시 말하면 농업 기반의 한국은 ‘생산수단의 우위’가 호남에 있었지만, 산업국가 한국은 ‘생산수단의 우위’가 (수도권을 제외한다면) 영남으로 돌아갔다는 의미가 됩니다.AI 생성 이미지영남 1명당 호남 0.67명→0.4명이를 대표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게 바로 인구의 변화입니다. 공개된 통계청 자료를 통해 먼저 영호남의 인구 추이를 살펴봤습니다. 여러 자료가 있겠지만 통계청이 공개한 자료 중에는 1970년부터 집계된 KOSIS 자료가 있어 이를 활용했습니다. 영남 지역은 행정구역상 부산, 울산, 대구, 경북, 경남으로, 호남 지역은 광주, 전남, 전북으로 했습니다. 절대적인 숫자보다는 추세적인 흐름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자료 : 국가데이터처(KOSIS)먼저 1970년 당시 영남 인구와 호남 인구는 약 300만 명 정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영남 인구가 979만 명이었던 반면 호남 인구는 659만 명이었습니다. 영남 인구를 1로 뒀을 때 호남은 0.673이었습니다.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한국의 산업 구조가 1970년대를 기점으로 경공업 중심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전환되어 갔다는 점입니다. 울산에 대규모 조선소가 들어선 게 그 예입니다. 일본과의 무역관계를 놓고 봤을 때 경부라인을 키우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으로 추정해봅니다.문제는 이 추세가 계속 강화되면서 차이가 벌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2000년 영남 인구는 1311만 명으로 늘었지만 호남 인구는 534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영남 인구를 1로 뒀을 때 호남 인구는 0.4 정도가 됩니다. 이후 이 구조는 ‘고착화’됩니다. 인구 감소를 줄곧 겪어 왔던 호남은 1980년대에 인구 600만 선이 깨졌고, 2020년대에는 500만 선이 깨졌습니다.저성장 시대, 인구 이동도 둔화됐다 이번에는 인구 1만 명당 순이동률을 따져봤습니다. 통계 시점상의 한계로 1993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비교해봤습니다. 장기 흐름을 보면 수도권은 대체로 순유입, 부산·전남·전북은 장기 순유출을 겪었습니다. 정부별 시기를 보면 지방 인구의 순이동률이 일시적으로 개선되거나 악화되는 구간이 있는데, 여기에는 경기 상황과 수도권 노동시장, 주택시장, 산업 구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 강도가 약해지는 시기에는 일부 지방의 순유출 폭도 함께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자료 : 국가데이터처(KOSIS). 인구 1만명 비수도권 당 순 이동률 계산(1년 누적 기준)이 추세는 저성장 흐름과 맞물려 점차 약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각 지역의 순유입 정도, 순유출 정도가 낮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주요 지역별로 보면 부산은 김영삼 정부 때 월평균 순이동률이 1만 명당 -11.45명이었는데, 이재명 정부 첫 1년에는 -2.3명까지 완화됐습니다. 전남도 김영삼 정부 때 월평균 -11.95명이었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0.13명으로 균형선에 가까워졌습니다. 전북도 노무현 정부 때 -9.8명까지 갔다가 이재명 정부에는 -1.39명까지 완화됐습니다.허나 경북은 예외적인 흐름을 보였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0.7명까지 떨어져 순유출 폭이 작아졌지만 문재인 정부 -1.91명, 윤석열 정부 -2.49명, 이재명 정부 -3.22명으로 순유출 강도가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러 추정을 할 수 있을 텐데, 경북 내 생산 기반이 한국의 산업구조 변화, 중국 제조업의 대두 등과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부산·전북은 개선, 경북·경남은 경고등이재명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강조한 부분은 ‘지방균형발전’입니다. 인구소멸지역일수록 더 많은 정책적 혜택이 가게끔 한다는 게 방침입니다. 크게는 지역 통합에 따른 예산 지원, 작게는 기본소득 등이 예가 됩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난 초기 흐름의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 마지막 1년과 비교해봤습니다. 물론 경기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하고 살펴봐야 합니다.인구 1만명 기준 지역별 인구 순유입. (자료 : 국가데이터처, 참고 : 1980년대부터 조사를 하면서 세종·울산은 빠졌음)대체로 보면 윤석열 정부 마지막 1년과 이재명 정부 첫 1년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인구 총량이 크게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내 이동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수도권의 순유입이 완화되고 부산을 비롯한 지방도시들의 인구 감소가 완화되는 게 바람직한 결과일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부산은 윤석열 정부 마지막 1년 동안 1만 명당 45.96명이 빠져나갔다면(-45.96), 이재명 정부 첫 1년 동안은 인구 순유출이 27.79명으로 줄었습니다. 쉽게 말해 -45.96에서 -27.79로 완화됐다는 의미입니다.다음으로는 전북입니다. 윤석열 정부 마지막 1년간 1만 명당 -29.31명이었다면 이재명 정부 첫 1년은 -16.68명이 됩니다. 전남은 소폭 악화(-1.34 → -1.55)됐습니다.반면 경북과 경남은 순유출 폭이 확대됐습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와 인천의 순유입 강도가 낮아지면서 수도권의 흡입력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이 결과는 여러 변수가 섞여 있어 ‘이재명 정부의 정책적 성과’로 직접 보기는 힘듭니다. 보다 정교한 연구 설계와 변수 선택이 필요한 것이죠. 과거처럼 지방에서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흐름도 약해졌기 때문에, ‘트렌드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장기 인구 대책도 있어야 균형성장도 가능 3대 메가프로젝트가 현실이 된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 투자 발표가 곧바로 지방 인구의 순유입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핵심은 투자 규모가 아니라, 그 투자가 해당 지역에 ‘상주 일자리’와 ‘정주 수요’를 얼마나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또 하나는 앞으로 나타날 시간차를 현 정부가 극복할 수 있는가입니다. 변화의 추세를 보려면 최소 2~3년은 있어야 할 것이고, 구조적 변화는 5년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세운 프로젝트가 장기간 변하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다른 지역이 제기할 불만도 고려해야 합니다. 경북과 경남은 이미 인구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최근 흐름을 놓고 보면 순유출 규모가 커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부울경 지역의 우주항공·로봇·방산을 핵심 산업으로 규정했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방침 등을 보이고 있지만 제대로 된 투자와 연결되지 않으면 해당 지역의 인구 유출 확대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이는 한국의 인구 감소가 명약관화한 상태에서 전국 지자체가 인구 제로섬 게임에 돌입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저성장·저출산 국가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일 수 있습니다. 결국 종합적인 인구 대책과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 현실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전국 균형성장’이라는 장기 목표도 달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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