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로 쏠리는 한국, AI 소프트웨어로 재편되는 중국

[중국AI미래지도] 중국판 팔란티어 '중커원거', 피지컬 AI '모멘타'한국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개의 반도체 기둥에 기대어 등락을 반복하는 사이 중국 자본시장은 다른 판을 짜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의 무게가 아니라 판단하고 추론하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로 AI 기업을 재평가하는 리밸류에이션(Revaluation)이 지금 홍콩 증시를 축으로 본격화되고 있습니다.2026년 6월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두 기업을 잇따라 맞이했습니다. 6월 9일 중커원거(中科聞歌, Zhongke Wenge)가 '범용 의사결정 대모델(General-purpose Decision Foundation Model) 1호주'로 상장 심사를 통과했고, 2주 후인 6월 23일 모멘타(Momenta)가 '피지컬 AI(Physical AI) 1호주'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두 기업은 AI 산업의 서로 다른 두 진화 방향을 대표합니다. 하나는 AI로 하여금 복잡한 정세를 이해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추론하게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AI로 하여금 물리 법칙을 인지하고 실제 세계를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중커원거 — 중국판 팔란티어(Palantir)▲ 중커원거에서 출시한 의사결정 최적화 모델 Decitron.ⓒ 중커원거 홈페이지중커원거는 2017년 중국과학원(中国科学院) 자동화연구소 출신 과학자 3인이 창업한 기업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KAIST 연구진이 스핀오프해 행정안전부·국방부·KBS 같은 기관을 고객으로 삼은 회사입니다. 누적 10차례 투자 유치로 총 16억 위안(한화 약 3632억 원)을 조달했으며, 투자자 명단에는 국가개발은행 제조업전환업그레이드펀드, 중국인터넷투자펀드, CCTV 융합미디어산업투자펀드 등 국가급 펀드가 자리합니다.IPO 시가총액은 약 105.1억 홍콩달러(한화 약 2조 700억 원)로 예상됩니다. 이 기업을 단순한 스타트업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중국 국가 자본이 결정지능(Decision Intelligence)을 전략 인프라로 규정하고 설계한 투자의 결과물입니다.핵심 제품은 2026년 6월 5일 공개한 범용 의사결정 대모델 데시트론(Decitron)입니다. ChatGPT의 머릿속이 백과사전이라면 데시트론의 머릿속은 동적 샌드박스(Dynamic Sandbox), 즉 살아있는 모의 훈련장입니다. 기술 아키텍처의 세 축은 세계모델(World Model), 다중 에이전트 추론(Multi-agent Reasoning), 게임이론적 해법(Game-theoretic Solving)으로, 2000여 개 시나리오 해법을 정량적 계산이 가능한 AI 연산자(Operator)로 전환했습니다.국제 공인 데이터셋 PolyBench 평가에서 복잡 사건의 최종 결과 예측 정확도는 81.20%에 달합니다. 고객은 중앙선전부·공안부 등 정부 중앙 부처, 신화사·인민일보·CCTV 등 국영 미디어, 시노펙(Sinopec)·초상은행(招商銀行)·비야디(BYD) 등 650여 곳입니다.미국의 팔란티어(Palantir)와 비교하면 그 야심이 분명해집니다. 팔란티어는 2025년 말 시가총액이 4,332억 달러(한화 약 663조 원)에 달한 의사결정 정보 분석의 대표 기업입니다. 팔란티어가 미국 정보기관과 NATO 동맹국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면, 중커원거는 중국 중앙 부처와 국영 미디어, 금융기관, 제조 기업 생태계 전체를 고객 기반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업 경쟁이 아닌 국가 의사결정 인프라의 AI 전환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의 일면입니다.모멘타 — 자동차가 AI의 몸체가 되다▲ 모빌리티를 재정의하는 피지컬AI 기업 모멘타.ⓒ 모멘타 홈페이지모멘타는 2016년 설립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CEO 차오쉬둥(曹旭東)은 회사의 정체성을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Physical AI Foundation Model) 구축자'로 재정의했습니다. 주주 명단이 이 기업의 무게를 말해 줍니다.상하이자동차그룹(SAIC), GM,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비야디(BYD), 현대자동차, 체리(Chery) — 글로벌 톱 10 완성차 중 9개 사가 협력 중입니다. 여기에 텐센트, 알리바바 클라우드, 앤트그룹, IDG가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IPO 기업가치는 1,000억 위안(한화 약 22조 7천억 원) 이상, 공모 규모는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5,310억 원)로 예상됩니다.핵심 기술은 R7 월드모델(World Model)입니다. 2026년 4월 상하이자동차그룹·폭스바겐 협력 모델 ID. ERA 9X에 최초 양산 탑재됐습니다. R7은 세 계층으로 작동합니다.첫째, 1억 2천만 킬로미터 실차 주행 데이터에서 추출한 1억 개의 데이터로 물리 법칙과 인과 관계를 압축하는 사전학습(Pre-training). 둘째, 극단적 롱테일 시나리오(Long-tail Scenarios)를 폐쇄 루프 내에서 반복 검증하는 시뮬레이션. 셋째, 가상 세계에서 수천만 차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모방 학습에서 더 나은 경로로 나아가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이 순환 구조를 통해 R7은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상황에서도 최적 판단을 도출합니다.현재 로보택시(Robotaxi)는 중국 상하이·쑤저우, 독일 뮌헨, UAE 아부다비에서 운영 중이며 2027년에는 로보트럭(무인 화물차)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모멘타 부사장 구궁야오(顧功堯)가 R7을 '피지컬 AI의 ChatGPT적 전환점'이라 규정한 것은 이 맥락에서입니다.중국 AI, 한 축은 국가의 판단을 바꾸고 다른 축은 물리 세계를 움직인다두 기업의 IPO가 보내는 신호는 하나로 수렴합니다. AI 경쟁의 축이 파라미터 경쟁에서 현장 실증으로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중커원거는 국가의 의사 결정 체계를 '사후 대응'에서 '사전 추론'으로 전환시킵니다. 공무원이 보고서를 읽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다수의 미래 시나리오를 추론한 뒤 최적 경로를 제시하고 인간은 그 선택지를 검토하는 구조입니다.모멘타는 자동차를 물리 세계를 학습하는 AI의 첫 번째 몸체로 전환시킵니다. 차량 한 대 한 대가 센서가 되고, 그 데이터가 월드모델을 훈련시키며 그 모델은 로봇·드론·스마트 인프라 전체로 이식될 기반이 됩니다.글로벌 자본 시장도 이미 이 전환을 읽었습니다. 팔란티어 시가총액이 1년 새 1332억 달러(한화 약 204조 원) 급등한 것, 리페이페이(李飛飛)의 월드랩스(World Labs)와 얀 르쿤(Yann LeCun)의 AMI Labs가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같은 흐름을 시사합니다.중커원거와 모멘타. 하나는 인간 사회의 복잡한 의사결정을 추론하고, 다른 하나는 현실 세계의 작동 원리를 인지합니다. 언젠가 이 두 능력이 융합되어 사회경제적 흐름을 추론함과 동시에 물리적 세계를 운용하는 범용 AI가 등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AI 시대의 서막일 것입니다. 2026년 6월 홍콩증권거래소의 두 IPO는, 그 씨앗이 이미 중국 자본시장에 뿌리내렸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한국 증시가 '삼전닉스'에 울고 웃는 동안 중국은 AI의 값을 다시 매기고 있습니다.덧붙이는 글 | 임선영 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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