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수출해 공장 수주 묶는다”…‘연계 수주’의 산실 삼성바이오.....

자체 신약 개발 아닌 고객사 R&D 돕는 ‘플랫폼 기술’ 수출초기 단계부터 삼성바이오 기술에 묶어두는 ‘조기 락인’ 미래 수주 선점글로벌 CDMO 공룡들도 일제히 가동 중인 핵심 생존기법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장(부사장)이 24일(현지시간) ‘2026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가 열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헤럴드경제(샌디에이고)=최은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약을 만들어주는 공장(CDMO)인데, 왜 100명이 넘는 석·박사급 연구원을 모아놓고 직접 바이오 연구를 할까?”글로벌 바이오 업계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의문이다. 자칫하면 CDMO 회사가 신약 개발을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치열한 글로벌 CDMO 경쟁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경쟁력 확보 방안이다.그동안 대규모 ‘생산 캐파(능력)’ 싸움에 집중해 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선행 R&D(연구개발)’ 조직을 보강했다.핵심은 하나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아주 초기 단계부터 삼성의 독자 기술을 쓰게 만들어, 향후 수조 원대 상업 생산 계약까지 다른 공장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묶어두는 ‘조기 락인(Lock-in·고객 선점)’ 전략이다.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장(부사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연구소의 진짜 존재 이유와 글로벌 CDMO 시장의 새로운 생존 방정식을 공개했다.정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는 신약을 직접 개발해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위탁생산 비즈니스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코어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이라며 “글로벌 메이저 CDMO 경쟁사들 역시 이미 자체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바이오텍에 기술을 수출(라이선스 아웃)하고, 이를 대형 제조 수주로 연결하는 방식을 일제히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기술사업개발그룹’ 전면 배치…자체 플랫폼 L/O 신전략 가동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7월 선행기술 연구를 위해 바이오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생명과학 전 분야에 걸친 100여명의 석박사 연구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최근에는 기술 융합 비즈니스를 전담하기 위해 연구소 내에 ‘기술사업개발(Technology BD)그룹’을 정식 신설했다.연구소는 이미 조성된 라이프사이언스 1·2호 펀드와 이달 가동을 시작한 2000억원 규모의 3호 펀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차세대 바이오 원천 기술 선점 및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기반의 단백질 디자인 기술이나 차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가진 글로벌 유망 바이오텍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관련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이렇게 연구소가 구축한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뇌혈관장벽(BBB) 셔틀 등의 플랫폼 기술은 외부 신약 개발사들에 라이선스 아웃(L/O)된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검증된 기술 플랫폼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신약 개발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물질이 상업화되는 단계에서 대규모 상업 생산(CMO) 물량을 통째로 따내는 ‘턴키(Turn-key)’ 효과를 누리게 된다. 계약 규모만 조 단위에 달하는 이 플랫폼 연계 비즈니스는 공장 가동률을 방어하고 장기 고객을 확보하는 확실한 무기가 된다.배양·정제 경계 허문 ‘연속공정’…생산성 2배로 껑충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장(부사장)이 24일(현지시간) ‘2026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가 열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연구소가 책임지는 또 다른 축은 공장의 가동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연속공정(Continuous Manufacturing)’ 기술이다. 원래 바이오 의약품은 거대한 탱크에 세포를 넣고 한 번 배양이 끝나면 공정을 멈춘 뒤 정제와 분석을 따로 하는 ‘배치(Batch)’ 방식으로 만든다. 반면 연속공정은 배양과 정제, 분석이 끊김이 없이 쭈욱 하나로 이어지는 방식이다.큰 탱크와 넓은 공간이 필요 없어 공장 규모를 얇게 줄일 수 있고 자재 효율성이 극대화돼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 바이오연구소는 사례 연구를 통해 기존의 연속공정 방식보다 생산성을 2배가량 끌어올리는 기술적 성과를 냈다.정 부사장은 “기존 생산 방식과 섞어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연속공정을 확립했고 관련 자동화 기술도 내재화했다”며 “단계적으로 연속공정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설비를 확보해 시장 수요에 맞춰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똑딱이 단추’ 단 이중항체부터 독성 낮춘 ADC까지연구소가 자체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기술들의 지표도 고무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독자적인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S-DUAL®)’은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체가 인위적으로 결합할 때 발생하는 불순물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항체 결합 부위에 일종의 ‘똑딱이 단추’ 구조를 심어 자연 상태에서 생기는 8가지 불량 결합을 막고, 오직 원하는 단 하나의 정밀한 구조로만 고순도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위암·유방암 동물 모델 시험에서 기존 승인 약물 대비 탁월한 암세포 억제 효능을 보였으며, 현재 원숭이 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최종 검증하고 있다.이 기술은 차세대 암 정밀타격 무기인 bsADC(이중특이적 ADC)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임드바이오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링커-페이로드(암세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기술)를 확보했다. 이 기술은 표적 암세포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숨은 암세포까지 동시 사멸시키는 ‘인접세포사멸(Bystander)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특히 암세포가 약물을 밖으로 퍼내는 저항성을 억제해 기존 ADC 약물들의 치명적 약점이었던 독성 문제를 크게 낮췄다.그 외에도 치료 약물이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혈구 공격 등의 부작용이 없는 ‘신규 BBB 셔틀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코로나 백신 이후 침체된 mRNA 분야에서도 단백질 발현량을 3배 이상 높이고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춘 서열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CAR-T 치료제 등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정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의 경쟁은 눈이 마주치기 전에 미리 기술을 준비해야 할 만큼 치열하다”며 “세계 일류의 생산 플랫폼과 차세대 모달리티 선행 기술을 완벽히 내재화해, 글로벌 빅파마들이 먼저 찾아오는 기술 초격차를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