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5사 다시 하나로…규모의 경제냐, '제2의 LH' 우려냐

[오유진 기자 ooh@sisajournal.com] 25년 만에 발전 공기업 1사 체제 회귀…정부, 7월 구조 개편재생에너지 전환 시너지 기대…비대화 우려·지역 반발 과제정부는 오는 7월 발전공기업 5개사를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 및 구조조정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은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정부가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로 합치는 '1사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연구용역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최근 5개사 통합안을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한전 분리 이후 25년 만에 다시 1사 체제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번 통폐합이 '공룡 공기업'을 탄생시켜 조직 비효율과 경쟁력 저하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25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개사를 통합하는 내용을 포함한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 및 구조조정 방안을 7월 중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2월부터 △1사 통합 △권역별 2~3사 통합 △지주+권역별 2~3개 자회사 구조 등을 검토한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18일 1사 통합안을 적안으로 권고하면서 구조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2001년 한전 발전 부문을 분리해 5개 발전사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재편한 이후 약 25년 만에 다시 통합 체제로 돌아갈 전망이다.발전공기업 통합 논의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현행 발전공기업 5사 체제를 두고 "각 발전 자회사가 수행하는 업무를 보니 왜 이렇게 나눴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석탄발전소만 한쪽으로 모은 것도 아니고 두부 자르듯 적당하게 나눈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통합 필요성을 시사했다.정부가 2001년 발전공기업을 분리한 것은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통해 공기업 간 경쟁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발전 부문 민영화 기반을 다지기 위한 시도였다. 당시 발전, 송전, 배전을 독점하던 한전의 기능을 분리해 경쟁 체제를 구축하면 전기요금 인하와 효율성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민영화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민영화는 무산됐고, 전력 구매와 판매도 사실상 한전이 독점하는 구조가 유지되면서 경쟁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정부는 이번 통합을 통해 석탄 중심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대에 맞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처럼 발전사들이 각자도생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로는 대규모 전환 투자와 해상풍력 등 장기 프로젝트를 일관되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진단에서다. 2040년 탈석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발전사 간 중복 투자를 줄이고 역량을 결집해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제2의 LH' 될라…통합 효과보다 비대화 우려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통합이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례처럼 거대 공기업의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기업 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이미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해 적자를 해소하고 택지 개발과 주택 건설 기능을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LH를 통합했다. 그러나 통합 이후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와 철근 누락 사고 등 각종 문제가 잇따랐고, 최근에는 LH의 두 기능을 다시 분리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통합 이후 조직 비대화에 대한 우려는 현재 발전공기업들의 경영 성적표에서도 드러난다. 기획재정부의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남동·남부발전은 경영평가 우수(A) 등급을 받은 반면 중부발전은 양호(B), 동서발전과 서부발전은 보통(C) 등급에 머물렀다. 조직별 경쟁력과 운영 역량에 차이가 작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이 하향 평준화와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일회계법인 역시 "단일·거대 기업으로 발전시장 공정경쟁이 저해될 수 있으며 경쟁자 없는 공기업이 방만 경영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통합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발전공기업 5개사는 현재 부산과 울산, 경남 진주, 충남 보령·태안 등에 본사를 두고 지역의 대표 공공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본사가 이전할 경우 일자리와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각 지자체는 통합 논의 초기부터 본사 유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조직 개편뿐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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