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소주” 옛말… 술잔 내려놓는 소비자에 주류업계 비상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주류 소비지출 1만5000원 전년대비 7.5% 감소고물가에 외식·회식 줄고 '웰니스' 문화 확산하이트진로 1분기 영업익 10.8% 감소… ‘해외 수출’ 사활[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불황에는 소주가 잘 팔린다”는 국내 주류업계의 오랜 공식이 깨지고 있다. 경기 침체기마다 ‘불황형 소비재’로 분류되며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소주와 맥주 판매가 구조적 감소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고물가로 외식 수요가 위축된 데다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술 자체를 소비하지 않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서울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시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5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주류 소비지출은 1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주류 출고량 역시 장기 하락세다. 국세통계포털 기준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4년 380만8000㎘에서 2024년 315만1000㎘로 10년 새 17.3% 줄었다.이 같은 구조적 하락의 배경에는 고물가와 함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비음주’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 회식 감소와 외식 축소로 전통적인 주류 소비 기반이 약화된 데다, 과거 대안으로 떠올랐던 ‘홈술’마저 힘을 잃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소비 채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음주 자체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내수 부진은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9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59억원으로 10.8% 줄었다. 이에 따라 주류업계는 내수 중심의 성장 공식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단순한 판로 다변화를 넘어 ‘구조적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평가된다.하이트진로는 과일소주를 앞세워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레몬에이슬’, ‘자두에이슬’, ‘딸기에이슬’, ‘복숭아에이슬’ 등 수출 전용 제품을 운영중이다. 여기에 베트남에 첫 해외 생산공장을 건설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물류 거점도 확보했다.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동남아 전역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롯데칠성음료는 순하리 복숭아·딸기·요거트 등 9개 수출 전용 제품을 운영 중이며, 살구·다래·리치 등 신규 라인업을 미국·캐나다·동남아시아 등 30여 개국으로 확대했다.업계에서는 해외 진출이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장기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인구 감소와 음주 문화 변화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성장 동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식이 줄면 집에서라도 술을 마셨지만, 이제는 음주 자체를 줄이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주류업계에서는 유흥과 가정 시장이 동시에 위축된 만큼, 해외 시장 확대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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