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비용 3년째 줄던 GC녹십자…'더 팹 파이브'로 반전 노린다

mRNA·ADC·희귀질환까지…선택과 집중으로 미국 시장 공략 가속GC녹십자 사옥 전경. 사진=녹십자GC녹십자가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고, 5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한정된 R&D 자원을 시장 가치와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자산에 배분해 효율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파이프라인은 상업화에 시간이 걸리거나 경쟁 제품이 시장을 선점한 경우도 있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녹십자는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5대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20% SCIG(GC5136B) △mCOVID 백신(GC4006A) △EBV 서브유닛 백신(GC1140B) △파브리병(Fabry) 치료제(GC1134A) △EGFR X cMET ADC(GC1148A)를 제시했다고 25일 밝혔다. 회사는 이를 '더 팹 파이브(THE FAB FIVE)'로 명명했다. 더 팹 파이브는 미국 대학 농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전설적인 신입생 5인(Fabulous Five)에서 착안해 이름을 붙였다.녹십자가 이례적으로 파이프라인 정비에 나선 것은 자본과 인력의 분산을 막고 한정된 자산을 효율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결 기준 녹십자의 연구개발비는 1718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8.6% 수준이다. 2024년에는 1747억원(10.4%), 2023년에는 1954억원(12%)으로 매년 절대 금액과 매출액 대비 비중이 줄고 있어 비용 효율화 작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녹십자가 선택과 집중 대상으로 제시한 첫 번째 파이프라인은 20%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 GC5136B다. GC5136B는 회사가 미국 시장에 출시한 10% 정맥주사형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ALYGLO)의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투여 경로를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로 넓히는 제품이다. 기존 혈장분획제제 경쟁력을 바탕으로 면역글로불린 제품군을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알리글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49억원으로 전년 동기(86억원) 대비 4배가량 성장했고, 연간 목표치는 1억5000만달러(약 2300억원) 수준이다. 회사 측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알리글로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핵심 주자라고 설명한다. 알리글로 대비 공정 수율을 끌어올리는 차별화된 공정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비임상 단계다.다만, 20% 피하주사용 면역글로불린 시장에는 CSL 베링의 하이젠트라, 다케다의 큐비트루, 그리폴스의 젬비파이 등 글로벌 혈장분획제제 기업들의 제품이 이미 자리잡고 있다. GC5136B는 알리글로로 확보한 미국 면역글로불린 사업 기반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넓히는 후속 자산인 만큼, 후발 진입에 따른 공정 수율과 공급 안정성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mRNA 기반 코로나19 예방 백신 GC4006A는 현재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의 임상 1상 연구 지원 기업으로 선정됐다. 해당 후보 물질은 녹십자의 자체 'mRNA-LNP 플랫폼'을 활용해 임상에 진입한 첫 자산이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시장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가 이미 선점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한미약품과 공동 개발 중인 파브리병 치료제(GC1134A/HM15421)는 미국·한국·아르헨티나에서 임상 1/2상이 진행 중이다. 파브리병 치료제 시장에는 사노피의 파브라자임, 키에지·프로탈릭스의 엘파브리오 등 효소대체요법 제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다. 다만 기존 치료제가 주로 2주 1회 정맥투여 방식인 반면, GC1134A/HM15421은 월 1회 피하투여를 목표로 한다는 점은 강점이다. 파브리병은 특정 효소 결핍으로 당지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혈관, 신장, 심장, 신경계 등에 축적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서브유닛 백신(GC1140B)은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백신이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다. 서브유닛 백신은 병원체 전체가 아니라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일부 항원만 선별해 사용하는 백신이다. EBV는 평생 잠복해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 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바이러스로 감염성 단핵구증, 다발성 경화증 등과 관련성이 제기돼 왔다. GC1140B는 현재 비임상 단계인 반면, 모더나 등 글로벌 기업은 EBV 백신 후보의 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개발 단계상 후발주자다.항암 치료제 GC1148A는 이중항체 기반 항체·약물접합체(ADC)로 개발 중이다. 카나프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 중인 고형암 항암제는 비임상 약효·독성 결과를 통한 임상 개발 후보 물질 도출을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AZD9592는 EGFR·cMET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 ADC로, 고형암 대상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녹십자의 R&D 재정비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화하고 기존 혈장분획제제·백신 중심 사업을 확장하며 mRNA 플랫폼, 희귀질환, ADC 항암제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다만 상당수 파이프라인이 비임상·초기 임상 단계이고, 이미 허가 제품이 존재하는 분야도 있다. 향후 관건은 파이프라인 선정 자체보다 후발 진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공정 효율, 투약 편의성, 플랫폼 확장성, 임상 차별성을 입증하는 데 있을 것으로 보인다.정재욱 GC녹십자 R&D 부문장은 "더 팹 파이브를 중심으로 R&D 역량 강화와 전략적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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