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장엔 로봇 설 자리 없다…“수출 터진다” 말 나오는 곳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직원들이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양산기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5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격납고 문이 열리자 첫 국산 전투기 ‘KF-21’ 시제기가 굉음을 내며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험 비행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전투기의 동체에는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이 시제기는 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에 양도될 예정이다.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사다. 또 다른 격납고엔 우리 군에 납품할 KF-21 기체가 한창 점검 중이었다. KF-21은 오는 9월 말 2대 납품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8대가 군에 납품될 예정이다. 군에 넘겨지기 전에 4번의 초도생산 비행을 거친다. 이미 2차례 비행을 마친 KF-21은 조정을 거쳐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5년 개발에 착수해 11년만에 양산에 돌입한 KF-21이 본격적인 수출과 군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 수출이 유력한 가운데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이집트, 중동 지역 등도 국산 전투기 수출을 기대할만한 곳으로 꼽힌다. 세계 각지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고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면서 전투기 수요는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투기 시장은 2026년 534억5000만 달러(약 81조8000억원)에서 2031년 676억3000만 달러(103조5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KF-21의 수주 물꼬가 터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종출 KAI 사장은 “잠재 수출 물량은 200대 플러스 알파”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 고정익 생산공장. 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실제로 이날 찾은 축구장 3개 규모의 고정익(양쪽에 고정된 날개) 생산 공장에는 양산기 50여대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2개 생산라인을 가득 채운 KF-21 20여대가 조립 작업 중이었고 훈련기 ‘FA-50’ 30여대도 제작 중이었다. KF-21은 한 달에 2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엔지니어들은 KF-21의 동체 위에 올라가 엎드린 채로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하고 있었다. 8명이 한 팀을 하나의 전투기를 만든다. 이현철 고정익최종조립기술팀 부장은 “팀마다 노련한 숙련공과 젊은 작업자가 같이 들어간다. 섬세한 작업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사람보다 로봇이 많은 여느 공장과 달리 전투기 공장엔 로봇이 드물다. 자동차 한 대에 2만여 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KF-21엔 무려 57만여 개가 들어간다. 동체와 날개의 철판 안에는 40㎞가 넘는 전선이 거미줄처럼 뼈대 사이사이를 통과한다. 마라톤 코스 길이의 전선이 전투기 한 대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 부장은 “워낙 세밀한 작업이라 90%는 수작업으로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KAI의 한쪽 날개가 군용기 사업이라면, 다른 날개는 민항기 사업이다. 현재 1조원 수준인 민항기 부품 매출을 2조원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민항기 부품 생산 거점인 고성 공장에서는 미국 걸프스트림사의 고급 비즈니스 제트기 G280의 날개를 제작하고 있다. 김진혁 KAI 민수사업본부장은 “우리의 장점은 빠른 납기와 고품질인데, 해외 경쟁사들을 앞서려면 국내 협력업체와 함께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기 부품 시장의 생산 단가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KAI는 해외 생산거점 설립도 검토 중이다. 김 본부장은 “아직은 민항기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낮지만, 전투기를 만든 것처럼 언젠가는 민항기도 완제기를 만드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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