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계약학과 등록금까지 준다면서 비용 계산도 안 된 특별법

삼성-SK 호남 반도체 인프라 비용 지원반도체 생태계 무제한 재정 지원 가능비용 추계 안 돼...재원 조달 계획도 빠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호남 반도체 투자를 뒷받침할 ‘반도체특별법’이 다음달 시행된다. 이 법은 정부와 지자체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전력·용수 구축 비용뿐 아니라 반도체 계약학과 학생 등록금까지 폭넓게 재정 지원할 수 있게 하고 있다.그런데 이 법은 ‘비용 추계서’도 없이 국회에 제출돼 통과됐다. 이 법을 이행하는데 어느정도 재정이 소요될 지 분석이 안 됐다는 뜻이다. 현재 정부의 반도체 산업 관련 재정 지원 금액은 연 1~2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반도체특별법은 지원 대상과 범위를 넓힌 것이어서 최소 수십조원이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 뉴스1 전력-용수 인프라부터 학생 등록금까지...‘시행령’에 각종 재정 지원 근거 마련 반도체특별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지난 1월 29일 국회를 통과해 다음달 11일 시행된다. 이 법은 정부와 지자체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재정·행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은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정하고 입주 기업에 인·허가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행정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정부가 5년 단위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반도체 특별회계를 설립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그런데 이 법은 구체적인 재정 지원 범위와 방식을 시행령이나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달 25일 입법예고한 시행령을 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 ‘총사업비 최소 50%’를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산업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액 지원도 가능하다. 비(非)수도권 클러스터 입주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근로·주거·교육·의료·문화시설 등 정주 여건 개선에 관한 지원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이외에도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전방위적인 재정 지원 방안이 들어가 있다. 법에 따르면 정부가 반도체 중소·중견기업과 소재·부품·장비 및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 인력양성, 특허 분쟁, 수출과 관련해 재정·금융 지원을 할 수 있다. 해외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해선 그 가족의 국내 생활 적응 및 주거안정·정착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반도체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과 반도체특성화대학 등에는 교육과정 운영비와 시설 구축비, 연구비, 교원 인건비 등을 줄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이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치하면 학생 등록금 전부 또는 일부를 줄 수도 있다. 비용 산출 어렵다며 추산 안 돼... “반도체 초과 세수 무제한 투입 우려”2025년 4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제1차 산업통상자원특허 소위원회에서 김원이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스1 현재 정부가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재정 지원하는 규모는 연 1~2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특별법에는 기존보다 더 폭넓은 지원이 명시돼 있는데 지원 한도는 없어, 향후 최소 수십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그런데 이 법안은 제출 단계에서 비용 추계서가 첨부되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예산 조치가 필요한 법안 발의 때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 추계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다만 소요 비용을 산출하기가 기술적으로 곤란하면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 반도체특별법도 이런 이유로 비용 추계서가 첨부되지 않았다고 한다.당초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 안(案) 중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재원 조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도 있었다. 하지만 법안이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이 문구가 빠졌다. 지금은 법 3조에 ‘국가와 지자체가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형식적 문구가 들어간 것이 전부다.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대규모 재정 비용이 수반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일부 의원은 오히려 정부가 재정 지원을 미룰 수 있다면서 ‘클러스터 인프라 비용을 전부 지원해야 한다’는 식으로 법 문구를 바꾸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반대하면서 현행법 조항은 ‘전부 혹은 일부를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돼 있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국민보고회 자료에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위한) 특별회계를 내년에 2조 원으로 시작해 매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대로면 3년간 최대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초과 세수가 특별회계 명목으로 세탁돼 호남권 반도체 인프라에 무제한 투입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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