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못따라올 '스페셜티 화학'으로 체질개선 시급

석화 구조조정 골든타임 下범용제품은 이미 공급과잉첨단 소재·바이오 화학 등고부가제품으로 승부해야기업 감축 노력만으론 한계정부주도 산업 재편 중요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스페셜티 산업 전환이 시급하다. 1 사진은 로봇·자동차 등에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2 사진은 OLED 소재를 연구하는 모습.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서 범용 제품 과잉 생산으로 통폐합을 통한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 것은 감축 이후 청사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화학산업 경쟁력은 이미 생산 규모가 아닌 스페셜티 산업 전환 경쟁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25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이를 보여주는 상반된 사례가 존재한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그레인지마우스와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포르토 토레스다. 두 지역 모두 석유화학과 정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구조조정 이후 전혀 다른 결과를 맞았다.그레인지마우스는 에든버러에서 40㎞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대표 정유·석유화학 클러스터다.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대형·고효율 설비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운영사 페트로이네오스는 2011년부터 누적 손실을 기록했고 하루 수십만 달러 규모 적자가 이어졌다.결국 회사는 지난해 원유 정제 사업을 중단하고 연료 수입 터미널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구조조정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점이다. 폐쇄가 확정된 후에야 전환 기금 조성과 재취업 프로그램이 마련됐지만 이미 수백 개 일자리가 사라진 뒤였다.반면 이탈리아 북서부 항구도시 포르토 토레스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곳은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ENI)의 화학계열사 베르살리스가 운영하던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가 위치한 지역이다. 베르살리스는 범용 석유화학사업의 경쟁력이 약화하자 기존 사업 유지 대신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베르살리스는 바이오플라스틱 기업 노바몬트와 합작회사 마트리카를 설립하고 기존 석유화학 용지를 바이오화학 생산단지로 전환했다. 석유화학 기반 생산설비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바이오화학 제품 생산시설과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했다. 이후 바이오윤활유와 바이오플라스틱 원료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체계를 갖추면서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세계 주요 화학기업들도 이미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 미쓰이화학은 범용 화학 제품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자동차·의료·광학 소재 중심의 스페셜티 기업으로 변신했다. 미국 다우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한 첨단 재활용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순환경제 기반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국내 기업들 역시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LG화학은 반도체와 전장 소재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하며 2030년 전자 소재 사업 매출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중심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컴파운드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솔루션도 데이터센터, 전력망,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기능성 소재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하지만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감축 중심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전환 중심 정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부실 설비 정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페셜티 반도체 소재 등 첨단 화학 소재와 바이오화학, 재활용 등 미래 산업으로 이동하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어떤 범용 설비를 줄이고 어떤 산업을 육성할 것인지 명확한 산업 지도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구조조정은 기업 차원을 넘어 정부가 직접 방향을 제시하는 화학산업 재편이 돼야 한다"며 "어떤 분야로 전환할 것인지 명확한 청사진과 함께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인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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