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보다 소비자 보호"… 금융권 평가기준 바뀐다

‘수익성’ 잣대 버리고 ‘소비자 보호’ 최우선 KPI로 전면 개편금융지주 CCO 권한 대폭 격상… 기획·판매 전 과정 ‘비토권’AI·빅데이터로 투자 성향 분석부터 설명 의무까지 점검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금융권의 핵심 경영 지표가 수익성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올 상반기 금융권을 강타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부실이 금융회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돌입한 주요 금융사들은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2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고강도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과거 은행들의 경영 지표(KPI)는 순이자마진(NIM)과 대출 자산 성장 등 외형 확장에 치중돼 있었다. 하지만 파생결합펀드(DLF)부터 라임·옵티머스 사태, 최근 수조 원대 배상금을 낳은 홍콩H지수 ELS 사태까지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기류가 급변했다.단순한 상품 판매 실적(세일즈)은 더 이상 우수 금융사의 척도가 되지 못한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피해 예방 능력과 내부통제 수준을 금융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규정하고 하반기부터 이를 평가 지표에 대폭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형식적인 판매 절차 준수를 넘어, 실질적인 고객 수익률 관리와 소비자 보호 역량이 검사와 제재의 핵심 기준이 된 것이다.은행권 역시 사후약방문식 대처에서 벗어나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이달 들어 하반기 조직 개편 및 인사 방향을 논의하며 '소비자 보호 전담 조직'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특히 금융소비자보호 책임자(CCO)의 권한을 영업 부서와 완전히 독립시켜 상품 기획부터 판매,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고객 보호 지표의 배점을 대폭 상향하고 불완전판매 발생 시 영업점 평가에 치명적인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 중이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스마트 방어망' 구축이다. 금융사들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고위험 상품 판매 과정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객의 투자 성향을 빅데이터로 정밀 분석해 부적합한 상품 가입을 시스템적으로 차단하고 AI 음성인식(STT) 기술을 통해 영업점 직원의 상품 설명 의무 이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금지된 단어가 언급되거나 필수 설명이 누락될 경우 시스템이 즉각 경고를 보내는 식이다. 이는 판매 과정에서의 휴먼 에러를 줄이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단기적인 규제 회피용이 아닌 금융권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반복된 금융사고로 인해 '소비자 보호에 실패한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며 "이제 소비자 보호는 규제 준수 부서만의 부수적인 업무가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철학이 담긴 경영 전반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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