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증시 블랙홀’의 역설…기업들 ‘단기 빚 의존도’, 5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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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조원으로 불어난 단기 빚증시로 돈 몰리자 회사채 시장 냉각금리 인상 땐 차환 비상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서울 종로구 일대. 경향신문 자료사진국내 상장사들이 앞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회사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년 내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만기 1년 미만 단기 차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들이 ‘빚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단기채 발행을 늘리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더욱 높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식에 돈이 몰리면서 오히려 기업의 ‘돈줄’이 마르고 있는 셈이다.최근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JTBC처럼 몇개월 단위로 빚을 돌려막는 구조가 일부 기업 문제가 아니라 하반기 금리 인상까지 현실화할 경우 차환 부담이 커지면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단기 빚’으로 돌려막는 구조경향신문이 24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총 2413개 비금융 기업의 5년간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 규모는 올 1분기 기준 총 582조65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497조8400억원 대비 1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단기성 차입금이 상장사들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단기차입금 의존도)은 2022년 1분기 9.24%에서 올해 1분기 11.14%로 증가하며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상장사의 부채에서 단기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36.8%에서 올해 1분기 39.2%로 2.4%포인트 늘었다.단기 차입금은 주로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전단채)로 조달한다. 보통은 원자재 구입이나 인건비처럼 1년 안에 들어왔다 나가는 일상적인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통상 공장 건설 등 큰 투자에는 장기 자금을 빌리는데 최근엔 단기 자금을 끌어다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예컨대 제약기업 셀트리온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2조344억원에서 올 1분기 3조3638억원으로 65% 증가했다. 해외 공장 인수 등에 공격적 투자를 집행하면서다. 이런 자금은 보통 만기가 3년 이상으로 넉넉한 회사채나 장기대출로 마련하곤 하지만 이 회사는 만기가 짧은 돈 위주로 융통했다. 그 결과 셀트리온의 전체 차입금에서 단기 빚이 차지하는 비중은 88.9%에 달한다.만기가 3개월·6개월 단위로 자주 돌아오면 차환(갈아타기) 부담이 커진다. 갈아타기 자금을 못 구하면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갚아야 하는데 그럴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상장사들의 단기차입금 대비 현금 및 현금성자산 비율은 2022년 87.8%에서 올 1분기 71.3%으로 16.5%포인트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매출·자산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들만 보면 이 비율은 2022년 72.2%에서 올해 50.3%로 급감했다. 회사가 손에 쥔 현금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JTBC도 지난 3월 발행한 만기 3개월짜리 유동화 차입금 206억원을 못 갚겠다며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이 회사가 당장 틀어막을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2억7000여만원에 불과했다.투자 적격의 마지노선인 ‘BBB’ 까지 내려간 일부 회사들은 6%대 고금리를 내걸고도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기도 했다.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A등급 미만 회사채는 다들 거들떠 보지도 않고 던지기만 한다. 아무도 산다는 사람이 없으니까 거의 거래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증시 호황의 역설…비상장 중소기업들은 더 어려워기업들이 만기 짧은 빚에 의존하는 이유는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어려워서다. 회사채 만기는 보통 3~5년 정도로 길다. 지난 24일 기준 회사채 발행 금리는 신용등급 AA- 기준 4.428%로 2023년 연말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BBB- 등급 회사는 무려 10.248%의 고금리를 내야 한다. 반면 3개월(91일) 만기의 기업어음(CP)은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줄곧 2%~3%대 초반에 머물렀다.한 기업채권 전문가는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붐이 시작됨과 동시에 증시로 자금이 몰리면서 채권시장, 특히 장기자금 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며 “은행의 기업대출이 늘고 있지만 수요를 모두 충당하지는 못하다 보니 단기차입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개인투자자들에게 빌려줄 자금을 위해 증권사들이 단기채권·어음 발행을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돈 빌리는 비용은 점점 비싸지고 있다. 지난 1일 3.05%였던 CP 91일물 금리는 24일 기준 3.14%로 0.09%포인트 상승했다. 채권시장의 자금이 증시로 빨려 들어가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는 악순환 구조다.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CP·전단채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4조4000억원 급증했다”며 “단기 시장을 통해 차환에 나섰던 신용 하위등급 기업들의 유동성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올 하반기 예고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동성 위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그나마 상장사는 주식·채권·어음 등의 수단이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기업들은 금융기관 대출 말고는 뚜렷한 방도가 없다. ‘단기자금 쏠림’ 현상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상장 중소기업 영역에서는 한층 심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한 건축 외장재 기업 대표는 “4대 은행에서도 신용대출 금리가 8~9%에 이른다”며 “담보가 있어도 대출은 1년 단위로 갱신하는 구조로, ‘5년 거치 3년 상환’ 같은 장기 자금은 정책자금 아니면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단기채무 비중 확대는 차환시장 경색 시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를 높이고, 특히 자본시장 접근성이 낮은 코스닥 및 비우량 중소기업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회사채 시장 안정화, 정책금융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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