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시장엔 달러 넘치는데…현물환선 ‘품귀현상’ 왜?

외화자금시장서 달러 가산금리 -0.3%달러 유동성↑…달러 차입 유인 떨어져환전하지 않고 달러 들고있는 기업들현물환서 달러 품귀…환율 ‘고공행진’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에 붙는 프리미엄 금리가 지난해부터 계속 떨어지다가 최근에는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달러예금이 급증하고 외국인이 외환스와프를 통해 국내 채권투자를 늘리면서 외화자금 시장에 달러가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반대로 현물환 시장에서는 달러의 몸값이 점점 귀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전망에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수요는 줄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를 통한 달러 환전 수요는 늘면서다.앞으로 반도체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와 세금 납부를 위한 원화 환전을 늘리면서 자금시장에 있는 달러 유동성이 현물환 시장에 풀려 환율을 떨어뜨릴지 주목된다.▶외화자금시장서 달러 유동성 넘쳐…가산금리 -0.3%=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일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3개월물 기준) 가산금리는 -0.3%였다. 달러 가산금리는 국내외 금리차에서 스와프레이트를 뺀 값으로, 금융기관들이 외환 스와프 거래를 통해 달러를 빌릴때 추가로 얹어주는 일종의 프리미엄(차익거래 유인) 금리다. 그러나 이 지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금리를 깎아줘서라도 달러를 빌려주려는 공급자가 넘쳐난다는 뜻이다.지난해 6월 말 0.41%였던 가산금리는 작년 말 0.22%, 올해 초 0.04%로 떨어지더니 마침내 마이너스 권역까지 추락했다. 1년 사이에 달러 프리미엄이 0.7%포인트 넘게 증발한 셈이다.이처럼 달러 유동성이 늘어난 데에는 우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달러예금이 불어난 영향이 컸다. 한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기업의 달러예금은 잔액은 830억달러로 전월 말보다 29억5000만달러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그 중 기업 달러예금 잔액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말 54%에서 12월 말 60%, 올해 6월 말 66% 등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최근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달러 유입이 늘어난 데다 추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지난달 환율 방어에도 외환보유액이 오히려 3억7000만달러 늘어난 것 또한 달러예금이 증가한 결과였다. 은행들이 외화 자금에 여유가 있으면 한은 외화 지급준비금 계좌에 돈을 맡기는데, 최근 달러예금이 늘면서 이렇게 외환보유액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외국인 국내 채권투자 확대도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를 많이 풀었다. 5월 채권자금은 56억8000만달러 순유입되며 지난달(5억5000만달러)에 이어 두달 연속 순유입됐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투자할 때 투자금의 과반을 달러를 빌려주고 받은 원화(외환 스와프)로 투자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달러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환율상승 기대에 현물환 시장서 원화 수요는 ‘뚝’=역설적으로 외화자금시장에서는 달러가 넘쳐나지만, 현물환 시장에서는 달러가 부족해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주간 종가 기준)은 1484.6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상반기(1493.1원) 이후로 역대 최고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1351.1원)보다도 133.5원 높은 수준이다.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기본적으로 화폐를 빌려주고 빌리는 외화자금시장과 화폐를 사고파는 현물환 시장이 별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자금 시장에 달러가 아무리 풍부해도 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빌려주기만 한다면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예금 등으로 갖고 있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다, 외국인이 최근 연이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해 받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면서 현물환 시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오르는 동시에 원화 가치는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앞으로 외화자금시장에 풀린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원화로 거래하는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환율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지난달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등 주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대금의 신속한 환전과 해외 유보자금의 국내 유입 확대 등을 당부하고,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달러예금 관련 마케팅 자제를 요청한 것도 이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였다.시장에서는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조만간 국내 투자 확대나 세금용 원화 환전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율이 차츰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에 총 800조원을 투자해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8월 중순 중간예납 법인세를 내기 위해 400억달러 규모의 달러를 원화로 환전<본지 6월 29일자 4면 참고>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벼리 기자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