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 산업용 AR글라스 연내 출격…“전세계에 ‘메타렌즈 팬덤’ 만.....

■최치원 피앤씨솔루션 대표개인용 제품 시장은 브랜드 싸움성능만으론 빅테크 못 따라잡아산업용 틈새 공략해 경쟁력 확보고객사 요청따라 기능 업그레이드한수원·아람코·보잉 등서 러브콜“연간 판매량 1000대 이상” 자신무게 5분의1 줄이고 성능 유지한‘메타렌즈 에어’ 하반기 출시 앞둬최치원 피앤씨솔루션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피앤씨솔루션 사무실에서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글라스 ‘메타렌즈 에어’를 착용하고 제품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만화 ‘드래곤볼’ 시리즈에는 ‘스카우터’라는 장비가 등장한다. 외계 전사들이 주로 착용하는 이 장비는 일종의 전투력 측정기다. 한쪽 귀와 눈에 걸치는 고글 형태로, 상대방의 능력치를 측정해 그 수치를 렌즈 위에 표시한다.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전투력을 감지한다는 스카우터의 설정은 이후 수많은 콘텐츠에서 패러디와 오마주로 재생산됐다.만화 속 공상과학 장비를 현실로 만들겠다는 꿈을 10여 년 넘게 품어온 인물이 있다. 산업용 증강현실(AR) 글라스 기업 피앤씨솔루션을 창업한 최치원 대표다. 최 대표는 17일 서울 서초구 피앤씨솔루션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고등학생 시절 드래곤볼 만화책을 보며 ‘언젠가 스카우터 같은 장비를 만들겠다’고 마음 먹었다”며 “그 꿈이 지금의 피앤씨솔루션으로 이어졌다”고 웃었다. 그는 “만화처럼 전투력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스카우터와 피앤씨솔루션의 스마트글라스는 사람의 눈과 판단을 돕는 센서 기반 장비라는 점에서 닮았다”고 설명했다.최 대표는 고려대 전자공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센서 기술을 전공했다. 이후 의료기기 기업 바텍에 입사해 컴퓨터단층촬영(CT) 센서 개발을 맡았다. 스카우터와 같은 웨어러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광학 전문 기업 그린광학으로 옮겨 F-15K 전투기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기술 개발에도 참여했다. 센서와 광학, 디스플레이 기술을 두루 쌓은 그는 2015년 산업용 AR 글라스 개발에 집중하는 피앤씨솔루션을 설립했다.피앤씨솔루션의 산업용 스마트글라스 메타렌즈2를 착용하고 작업하는 이미지 예시. 사진 제공=피앤씨솔루션피앤씨솔루션의 대표 제품은 산업용 스마트글라스인 ‘메타렌즈’ 시리즈다. 회사 설립 당시만 해도 스마트글라스 시장의 관심은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 쏠려 있었다. 2011년 구글이 ‘구글 글라스’ 콘셉트를 처음 공개하고,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홀로렌즈’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빅테크가 개인 소비자를 겨냥해 시장을 선점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대표의 판단은 달랐다. 개인 소비자 시장에서 빅테크와 정면 승부를 벌여서는 승산이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개인용 제품은 성능만으로 경쟁 우위를 만들기 어렵다”며 “결국 브랜드와 마케팅 싸움인데, 한국 벤처기업이 글로벌 빅테크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대신 최 대표는 공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산업용 시장에 주목했다. 그는 “개인용 제품이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는 구조라면, 산업용 제품은 고객의 요구 조건에 맞춰 사양을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대기업의 진입 의지는 상대적으로 낮고, 기술 대응력이 빠른 벤처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피앤씨솔루션은 2021년 메타렌즈 1세대 제품을 출시했고, 이 제품으로 2023년 미국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2세대 제품인 ‘메타렌즈2’를 선보이며 산업용 스마트글라스 시장 공략을 이어갔다. 최 대표는 메타렌즈 시리즈를 ‘공간컴퓨터’라고 설명한다. 애플은 2023년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공개하면서 이를 ‘애플의 첫 공간컴퓨터’라고 소개한 바 있다. 공간컴퓨팅은 기존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 안에 갇혀 있던 앱과 정보를 사용자의 실제 주변 공간으로 확장해 배치하고, 눈·손·음성 등으로 조작하는 3차원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최 대표는 “메타렌즈 역시 모니터 안에서만 쓰던 각종 앱과 정보를 3차원(3D) 공간에 띄워 활용할 수 있다”며 “메타렌즈를 착용하면 사용자 주변의 모든 공간을 컴퓨터처럼 쓸 수 있다”고 말했다.현재 메타렌즈를 시범 도입했거나 활용 중인 국내외 기업들은 제조·정비 현장에서 이를 인공지능(AI) 기반 원격 협업 도구로 사용한다. 현장 작업자가 메타렌즈를 착용하면 멀리 떨어진 관리자나 전문가와 실시간으로 교신하며 작업할 수 있다. 렌즈 위에 작업 매뉴얼이나 설계도, 점검 항목 등을 띄워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도 산업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한화, LIG D&A 등이 피앤씨솔루션의 메타렌즈를 활용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와 싱가포르 방산기업 ST엔지니어링 등에 제품을 공급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도 메타렌즈 공급을 위한 기술실증(PoC)을 논의하고 있다.최치원 피앤씨솔루션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피앤씨솔루션 사무실에서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글라스 ‘메타렌즈 에어’를 착용하고 ‘메타렌즈2’를 손에 든 채 제품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최 대표는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메타렌즈를 찾는 이유로 ‘고객 맞춤형 대응력’을 꼽았다. 그는 “메타렌즈2에는 기본적으로 AI 음성 인식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제품 사양 상 음성 명령어 입력은 4단어 정도가 최대였다”며 “한 고객사가 군사 작전용 제품이 필요하다며 20단어 이상을 인식하는 기능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는 기존 음성 인식 기능을 무리하게 조정하다 보니 오히려 인식률이 떨어졌지만, 고객 요구에 맞춰 기능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현재 전 세계에서 산업용 스마트글라스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은 피앤씨솔루션을 포함해 5곳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산업용 스마트글라스 시장의 경쟁력은 제품 완성도뿐 아니라 현장 경험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성도 높은 제품 자체는 어느 기업이라도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얼마나 다양한 고객을 만나고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결함을 찾아내느냐가 사업의 핵심 노하우”라며 “이런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하는 디버깅 역량의 차이가 결국 기업 간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러한 전략으로 지난해 연간 119억 원 수준이었던 기업 매출을 올해 16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까지 연간 제품 판매량은 200~300대 수준이었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공급 계약이 이어져 1000대 이상 판매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최치원 피앤씨솔루션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피앤씨솔루션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신제품 ‘메타렌즈 에어(가칭)’ 출시도 임박했다. 기존 메타렌즈2 성능의 95%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무게는 620g에서 115g으로 대폭 줄인 제품이다. 기존 제품은 사용자 뒤통수와 맞닿는 부분에 연산 부품이 들어간 본체가 있었지만, 신제품은 이를 안경테 쪽으로 옮겨 무게를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메타렌즈 에어는 올해 중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최 대표는 피앤씨솔루션의 다음 성장 동력도 모색하고 있다. 그가 구상하는 제품은 장애인을 위한 생활 보조용 스마트글라스다. 주변 소음과 대화를 음성 인식으로 분석해 렌즈에 문자로 띄우는 청각장애인용 제품,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음성으로 알려주는 시각장애인용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최 대표는 피앤씨솔루션이 언젠가 산업용 스마트글라스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전자제품 제조 기업 창업자들과 이야기해 보면 ‘한국에서 KC 인증을 받는 게 일본 인증보다 어렵다’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며 “그만큼 한국의 전자제품 품질 관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춰 글로벌 시장을 제패하겠다”며 “전 세계에 애플 애호가들이 있듯, 산업용 스마트글라스 시장에서도 피앤씨솔루션 제품을 사랑하는 고객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원문 보기 ↗